[CEO인터뷰] 이인기 한국디자인산업연합회장 “중소 디자인 기업 해외 진출 돕겠다”

이화연 기자 입력 : 2023.04.13 21:47 ㅣ 수정 : 2023.05.03 17:43

30년 업력의 이인기 디자인소호 대표, 14대 연합회장 선출
코로나19 여파 극복·해외 진출 지원·처우 개선 필요 역설
한국 디자인 위상 세계적이지만 대기업 주도라는 한계점
‘디자인 강국’ 발돋움 위해 ‘스타 디자이너’ 양성해야
40년간 8000자루 수집…연필박물관 찾는 아이들 보면 뿌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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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기 한국디자인산업연합회장은 뉴스투데이와의 대담에서 국내 중소 디자인 기업의 해외 진출을 적극 지원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사진=김영주]

 

[뉴스투데이=이화연 기자] 신형 스마트폰의 외관, 스마트폰 화면을 터치하면 나오는 잠금화면, 스마트폰으로 오픈한 앱의 첫 화면, 어쩌면 지금 당신이 보고 있는 이 기사 레이아웃까지...디자인은 우리 생활 곳곳에 녹아들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도 수많은 디자이너들이 멀티미디어, 시각, 패키지 등 각 분야 최고 창작물을 탄생시키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한국디자인산업연합회(이하 연합회)는 한국 디자인 산업의 선진화와 업계 네트워크 활성화를 도모하기 위해 1994년 출범했다. 연합회는 디자이너 권익에도 힘쓰고 있다.

 

13일 뉴스투데이와 만난 이인기 연합회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 극복과 중소 디자인 업계의 글로벌화를 강조했다.

 

이 연합회장은 국내 디자인 산업에 대해 세계적으로 높은 수준에 올라와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스타 디자이너’가 여럿 탄생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진단했다.

 

편집 디자인 전문회사 ‘디자인소호’를 30년 간 운영해 온 관록있는 디자이너이자 유명한 ‘연필 수집광’인 이 연합회장의 가치관을 들어봤다.

 

 

 

 

Q : 연합회장 2년 임기 동안 이루고자 하는 목표가 있나.

 

연합회는 대전, 대구, 호남, 부산, 창원, 강원 등 전국에 6개 지회를 두고 있다. 디자인 회사 대표들과 중소기업 디자인 회사가 함께 어우러져 만든 연합회다. 미래 산업의 가치는 결국 디자인이다. 중소 디자인 업계가 코로나19 환경 이후 많이 어려운데 제자리로 발돋움하는 것이 목표 중 하나다. 현재 국내에서 활동하는 기업이 많은데 이들의 해외 진출 활성화까지 고민할 예정이다. 제일 중요한 것은 회원사 간 협업이다. 멀티미디어와 시각, 제품 등 디자인 분야가 다른 회원사끼리 서로 협력하거나 세계 무대에 진출하는 데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 또 일반 기업에 비해 중소 디자인 기업에 불합리한 부분이 많은데 새롭게 환경을 바꾸려고 노력하고자 한다.

 

Q : 앞서 언급한대로 코로나19로 타격이 컸을 것 같다. 이밖에 회원사들로부터 청취한 애로사항이 있다면.

 

지난 3년 간 코로나19 환경에서 디자인 분야 활동이 많이 위축됐다. 시각 디자인은 해외 행사가 없어져 브로셔를 제작하지 않게 됐고 잡지 발행도 축소됐다. 뉴미디어나 멀티미디어는 비대면이어서 상대적으로 활성화됐다고 하는데 그래도 사업이 위축되다 보니 일이 많지 않다. 제품 디자인도 신제품 개발이 위축돼 악영향이 있었다. 직원이 줄어든 회사들도 많다. 몇 곳의 특별한 회사를 제외하면 전체적으로 예전보다 좋지 않은 상황이다.

 

Q : 연합회 차원에서 정부와 소통하는 부분이 있는지.

 

국가적으로나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도 디자인이 중요하다는 말을 항상 한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디자이너와 디자인 전문회사에 대한 예우, 디자인 중요성에 걸맞는 보상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 같은 부분을 정부에 요청해야 한다. 지자체는 디자인 관련 부서를 만들고 그 부서를 통해 디자인 프로세스에 대한 이해도를 넓히는 부분은 제가 해야 할 영역이다. 

 

Q : 디자이너 처우는 인재 양성 측면에서도 중요할 것 같다.

 

산업이 활성화되려면 인재에 대한 미래 전략이 제일 중요하다. 대학에서 매년 약 3만명 가까운 디자이너가 배출된다. 그러나 이 3만명이 모두 디자인 산업계로 가는 것은 아니다. 그만큼 업황이 열악하다.  인재 양성 방향과 전략적인 부분은 우리가 고민해야 할 숙제이지만 특히 디자인 산업의 처우는 좋아야 한다. 처우를 개선하려면 양질의 업무가 주어져야 하고 대기업은 중소기업에 충분한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 그런 부분들에 노력을 기울이면 인재들이 다시 산업계로 몰려오는 현상이 생길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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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기 한국디자인산업연합회장 [사진=김영주]

 

Q : 연합회 차원에서 진행하는 ‘잇 어워드’는 어떤 행사인지.

 

연합회는 전국을 아우르는 협회이다보니 회원 가입 수가 상당히 많다. 우리는 인재양성의 하나로 내부적으로 잇 어워드를 개최하고 있다. 잇 어워드는 산업계에 있는 디자인 기업인들이 직접 심사해 ‘최우수상’을 선발하는 점이 특징이다. 이전까지 국내를 대상으로 했지만 지난해 행사부터 해외까지 아우르는 ‘글로벌 잇 어워드’로 확대됐다.

 

Q : 추후 잇 어워드가 레드닷, iF 어워드, IDEA 등 3대 디자인 시상식처럼 권위있는 대회로 성장할 수 있을까.

 

오래전부터 구축돼 있는 어워드와 겨루는 데까지 시간이 걸리겠지만 잇 어워드는 기업인이 심사하는 등 장점이 있어 글로벌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Q : 해외 3대 시상식에서 국내 기업 수상 소식이 해마다 들려오고 있다. K-디자인의 글로벌 위상은 어느 수준이고 패권을 잡기 위해 개선해야 할 점은 무엇인가.

 

국내 디자인 산업은 이미 굉장한 수준에 와 있다. 그러나 최근에는 중국이 부상하고 있고 동남아 회사들도 강력하게 우리의 뒤를 쫓고 있는 게 현실이다. 다만 해외 수상과 국내 디자인 산업은 양면성이 있다. 우리는 대기업 위주의 수상이 많이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수상 실적이 디자인업계 수준을 높여주고 있지만 외국처럼 개인 수상은 아직 많이 미흡한 편이다.

 

Q : 디자이너 개개인을 양성·지원하기 위해 필요한 제도적 지원이 있나.

 

대기업에 의한 디자인 주도도 있지만 스타 디자이너가 많이 나와야 우리가 명실상부한 디자인 강국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스타 디자이너를 만드는 일에 정부도 나서고 있고 우리 연합회도 같이 협력하는 편이다.

 

Q : 좋은 디자인이란 무엇인가.

 

과거 디자인은 예쁘게 보이는 게 중요했다면 지금은 보여지기 위함보다 잘 정리된 디자인이 미니멀하게 올 때 아름다운 디자인으로 꼽힌다. 다만 분야에 따라 장점이 있는 디자인은 다르기 때문에 좋은 디자인이 무엇이다라는 정의는 없다.

 

Q : 본인 주요 종목인 편집 디자인으로 한정해서 본다면.

 

편집 분야를 오프라인 측면에서 보면 타이포그래피(활자의 서체나 글자 배치 따위를 구성하고 표현하는 일), 사진이나 일러스트레이션 양과 질에 따라 퀄리티가 달라진다. 지금은 편집이 온라인 미디어 안으로 들어왔다. 예를 들어 스마트폰과 PC 첫 화면 인터페이스들이 모두 편집 디자인 영역이라고 본다. 이에 따라 독자의 가독성이나 레이아웃의 참신성, 유저 인터페이스를 고려한 디자인을 ‘좋은 디자인’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Q : 디자인은 특히 트렌드에 민감한 산업이다. 영감을 얻는 노하우를 알려달라.

 

많은 이들이 물어보는 질문이다. 크게 보면 ‘시각 커뮤니케이션’이라고 하는데 눈으로 보는 훈련, 책을 보고 공부하는 것, 충분히 많은 것들을 보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공부다. 저는 여행을 많이 다니면서 더 색다른 것을 보고 그런 것들을 디자인에 접목해왔다. 지금은 그런 것들이 누적되면서 디자인 감각이 단단하게 배어들었고 그것들을 녹여가면서 일을 하고 있다.

 

Q : 이번엔 새로운 얘기를 해보자. 강원도 동해시에 있는 연필박물관에 전시된 연필이 이 연합회장 소장품이라고 들었다.

 

지난 40년 동안 연필을 8000자루 정도 모았다. 여행을 하며 모으기도 하고 선물 받은 것도 많다. 온라인에서 빈티지 연필도 구매했다. 이렇게 수집한 연필로 2021년에 강원도 동해시 묵호에 연필박물관을 지었다. 연필박물관은 국내 첫 사례이며 전 세계적으로 보면 영국에 이어 두 번째다. 박물관이 약 200평인데 가진 연필의 3분의 1 정도인 2500자루가 전시돼 있다. 나머지는 수장고에 있는데 계절별, 시기별로 변화를 주면서 관객들한테 보여줄 예정이다. 특히 뿌듯한 부분은 어린 아이를 둔 가족들이 볼 수 있다는 점이다. 아인슈타인처럼 유명한 사람들의 어린 시절을 보면 직업관은 엉뚱한 영감에서 오더라. 아이들이 연필을 보면서 새로운 세계를 만들 수 있을 것으로 본다.

 

Q : 연필에 특별한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있었나.

 

외국은 아직도 연필을 많이 쓴다. 우리나라는 디지털화가 잘 돼서인지 몰라도 연필을 소홀히 하고 있다. 디자이너로서 그런 부분에서 오는 반감 작용도 있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작은 연필에서 각기 다른 디자인이 나온다는 부분이 ‘연필 수집광’으로 만든 요소가 됐다.

 

Q : 끝으로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디자인산업연합회는 국내 디자인 기업 1000여곳이 모인 영향력이 큰 연합회다. 한국의 디자인 산업 활성화 차원에서 연합회에 많은 관심 부탁드리며 연합회가 진행하는 여러 활동에  귀를 기울여 주셨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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