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대출영업 줄이고 수신금리 낮추고…'리스크 관리' 집중
[뉴스투데이=김태규 기자] 저축은행의 예금금리가 연 3%까지 떨어진 가운데 시중은행보다도 낮은 금리를 제공하는 곳도 있어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반면 대출금리는 연 20%에 육박하고 있어 지난해 자금 확보를 위해 예금금리를 올린 후폭풍이 거센 것으로 보인다.
14일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전일 기준 저축은행업계의 1년 만기 정기예금 평균금리는 3.74%다. 이는 한국은행 기준금리 3.50%에 근접한 수치다. 같은 날 기준 시중은행인 우리은행의 'WON플러스예금'의 12개월 기본금리는 3.85%로 저축은행업계 평균과 비교해 0.11%포인트(p) 높은 금리를 제공한다. 저축은행과 시중은행의 수신금리가 역전된 것이다.
업계 상위권 저축은행들은 업계 평균보다 낮은 예금금리를 제공하고 있다. 전일 기준 업계 2위인 OK저축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상품 'OK정기예금'의 금리는 3.20%다. 이는 연초 5.30%와 비교해 2.10%포인트(p)나 내려간 수치다. 업계 1위인 SBI저축은행의 정기예금 금리는 3.60%로 연초 5.50%와 비교해 1.90%p 내려갔다.
한국투자저축은행의 12개월 정기예금 금리는 3.30%이며 웰컴저축은행은 3.50%, 페퍼저축은행은 3.80%로 모두 우리은행의 정기예금과 비교해 낮은 금리를 보이고 있다.
반면 저축은행의 대출금리는 법정최고금리인 20%에 육박하고 있다. 지난달 기준 저축은행업계 상위 5개사의 가계신용대출 금리를 보면 △OK 18.18% △SBI 17.67% △웰컴 16.72% △페퍼 15.44% △한국투자 15.29%로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의 경우 평균 19.83%로 가장 높은 금리를 적용하고 있다.
저축은행의 수신금리가 낮아진 것은 시중은행과 수신경쟁을 벌인 영향으로 해석된다. 지난해 말 채권시장이 불안정해지면서 자금을 끌어모으기 위해 시중은행보다 높은 예‧적금 금리를 제공해 조달비용이 늘어난 만큼 대출금리를 내리지 못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저축은행이 대출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점도 수신금리 하락의 원인으로 꼽힌다. 고금리‧고물가에 경기가 침체되면서 부실대출 우려가 제기돼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대출영업을 축소하는 것이다.
실제 전국 79개 저축은행의 지난해 3분기 평균 연체율은 3.0%로, 전분기 2.6%와 비교해 급등했다. 연체금액 역시 3조4344억원으로 전분기 2조9772억원과 비교해 4572억원(15.36%) 증가한 것이다. 2016년 6월 이후 약 6년 만에 업계 합산 연체액이 3조원을 넘어선 것이다.
자산규모별 연체율을 살펴보면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3000억원 이하 저축은행 18곳 4.6%로 가장 높았으며 △3000억원 초과 1조원 이하 29곳 3.4% △1조원 초과 2조원 이하 13곳 3.2% △2조원 초과 19곳 2.8%로 집계됐다. 자산규모가 작을수록 부실화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로 저신용‧다중채무자를 대상으로 대출을 취급하는 저축은행 입장에서는 조달비용에 더해 리스크 관리를 위해 적립하는 대손충당금 등을 감안하면 대출 금리를 인하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저축은행업계의 한 관계자는 기자와 통화에서 "지난해 유동성 확보를 위해 높은 금리를 제공하며 수신경쟁에 나섰다"면서 "높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한 만큼 비용부담도 증가해 대출금리를 낮추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지난해 시중은행이 수신금리를 올리면서 어쩔 수 없이 수신경쟁에 나섰는데 고금리 시기 부실차주 위험이 커지면서 리스크 관리가 시급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타 업권과 비교해 금리경쟁력이 뒤처지면서 자금이 빠르게 이탈하고 있는 점은 불안요소로 꼽힌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말 기준 저축은행 수신잔액은 120조2384억원으로 전월 121조3572억원과 비교해 1조1188억원 감소했다.
저축은행업계는 높은 대출금리로 마진을 내고 있으나 대출영업을 축소하는 상황이어서 수익성은 악화할 수밖에 없다. 저축은행이 대출영업을 줄이면서 저신용차주들이 돈을 빌리기는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된다.
저축은행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지난해에는 기준금리가 인상되면 수신금리를 올려 수신을 늘렸지만, 올해는 분위기가 다르다"면서 "업권 전반에서 리스크 관리에 중점을 두는 만큼 대출 취급을 늘리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