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투분석] LG화학 신학철 호(號), 45조원 대 양극재 시장 공략해 '3마리 토끼' 잡는다
기업 지속 성장·LG엔솔과의 시너지·ESG경영 강화 '과실' 얻어
오는 2030년까지 양극재 가파른 성장곡선 그릴 듯
LG엔솔의 배터리 공장 증설 부담 완화와 공급망 문제 지원
'코발트 프리 양극재' 개발 추진해 장기적인 ESG 경영 정조준
[뉴스투데이=남지완 기자] LG화학(대표 신학철)이 약 45조원 대 양극재 시장을 공략해 '3마리 토끼'를 잡는다.
1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전기자동차 배터리(2차전지)를 제작하려면 양극재, 음극재, 전해질, 분리막 등 4가지 필수 소재가 필요하다.
리튬이온을 만드는 양극재는 배터리 용량과 출력을 결정하며 전지 생산원가의 40% 인 핵심 소재다.
음극재는 양극재에서 나오는 리튬 이온을 보관하고 방출하면서 전기에너지를 만든다. 음극재는 배터리 생산원가의 약 20%를 차지한다.
이에 비해 분리막은 2차전지 내부 양극과 음극을 분리하는 얇은 막으로 미세 가공을 통해 리튬이온만 들어오도록 하는 역할을 한다. 분리막은 전기차 배터리 제조에 절반을 차지하는 중요 소재다.
LG화학은 4가지 소재 가운데 배터리 원가의 40%를 차지하는 양극재 시장 공략에 적극 나서고 있다.
양극재 시장 전망도 밝다.
글로벌 리서치업체 리포트링커(Reportliner)에 따르면 2022년 183억달러(약 25조) 규모인 전 세계 양극재 시장은 해마다 8.1% 성장해 오는 2030년 341억달러(약 45조원)로 약 두 배 가량 커질 전망이다.
LG화학은 양극재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해 △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 △LG에너지솔루션과의 시너지 효과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 강화라는 '3가지 수확'을 얻을 수 잇다.
LG화학의 사업 구조는 전통적인 △석유화학 부문을 비롯해 양극재 사업이 포함된 △첨단소재 부문, 신약 사업이 포함된 △생명과학·팜한농 부문으로 나뉜다.
불과 4~5년 전만 하더라도 석유화학 부문 실적이 LG화학 실적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그러나 전기차의 등장과 4차산업혁명 시대의 개막으로 석유화학 부문 성장에 한계가 보였다. 이에 비해 2차전지 핵심소재인 양극재 사업은 가파른 성장곡선을 그리고 있는 모습이다.
또한 LG화학이 양극재 사업에 박차를 가해 LG화학 자회사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 공장 증설, 양극재 공급망 조성도 진행 중이다.
게다가 양극재 기술력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해 코발트가 포함되지 않는 '코발트 프리(코발트 사용하지 않음) 양극재'를 개발하면 ESG 역량 제고는 물론 세계에서 독보적인 기술력을 갖춘 기업으로 거듭난다.
코발트 프리 양극재가 등장하면 양극재 필수 원료이지만 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는 코발트를 쓰지 않아 가격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
■ 석유화학 부문 성장 정체로 양극재 사업 강화에 박차
LG화학의 석유화학 부문은 2021년 매출액 20조7590억원, 영업이익 4조798억원을 달성해 역대급 어닝서프라이즈(깜짝 실적 호조)를 달성했다.
그러나 석유화학 부문은 2022년 매출 21조7240억원, 영업이익 1조1179억원을 기록해 영업이익이 급감하는 우울한 성적표를 거머쥐었다.
설상가상으로 하나증권은 올해 LG화학의 석유화학 부문이 매출 18조4870억원, 영업이익 6634억원을 기록해 부진한 실적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영업이익 축소가 LG화학 역량 저하와 크게 관련이 없는 점은 그나마 위안이다.
석유화학 부문은 납사(원재료) 등을 원료로 해 에틸렌, 프로필렌, 부타디엔, 벤젠 등 다양한 합성수지를 생산한 후 이를 판매하는 사업구조를 갖추고 있다.
즉 납사 가격변동이 회사 영업이익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에 따라 석유화학 기업은 전세계적인 납사 수급 상황, 글로벌 경제 등 외생변수에 취약할 수 밖에 없다.
석유화학 업계 관계자는 "석유화학 영업이익은 호황과 불황을 반복하기 때문에 기업 역량 그리고 석유화학 부문의 성장과는 관련성이 떨어진다"며 "그러나 매출의 정체는 석유화학 부문 성장이 한계에 부딪쳤다는 것을 보여주는 경고등"이라고 지적했다.
석유화학 사업은 이미 50년 넘게 지속된 전통적인 기간산업이다.
업계 관계자는 “LG화학 뿐만 아니라 전세계 대부분 석유화학 기업의 기술력이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라며 "이에 따라 현재 운용하는 생산설비를 크게 늘리지 않고 있으며 사업 규모를 키우기보다 효성을 높이는데 경영전략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양극재 사업은 석유화학과 완전히 궤를 달리한다.
양극재 공장의 효율성도 중요하지만 현재 업계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대목은 양극재 공장 규모다.
전기차 시대가 급속도로 확대되고 있고 이에 따라 배터리 수요가 가파르게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양극재 시장이 고속성장 기조를 보이고 있어 양극재 사업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는 LG화학은 탄탄한 성장동력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 LG화학, LG에너지솔루션 양극재 공급망 책임진다
LG화학 양극재 사업은 자회사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 공장 증설 부담을 덜고 양극재 공급망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전기차 수요가 급증하면서 배터리 기업들은 신규 공장 증설 및 소재 공급망 확보라는 이중 부담을 떠안게 됐다. 게다가 신규 공장을 준공하기 전에 완벽한 소재 공급망이 구비하지 못하면 전체적인 양산 일정이 지연될 수 밖에 없다.
이에 따라 LG화학의 양극재 사업은 LG에너지솔루션의 우려를 상당 수 덜어줄 것으로 보인다.
LG화학은 지난해 11월 총 30억달러(약 4조원)를 투자해 미국 테네시주(州) 클락스빌(Clarksville)에 연산 12만t 규모인 미국 최대 규모 양극재 공장을 건설하겠다고 밝혔다.
이 공장을 활용해 LG화학은 미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적극 활용할 방침이며 미국 클락스빌에서 생산한 양극재 대부분을 LG에너지솔루션에 공급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LG에너지솔루션은 별도의 양극재 공급망 구축 부담이 없어 배터리 공장 증설을 안정적으로 추진할 수 있다.
게다가 LG화학은 배터리 소재(양극재, 분리막) 사업을 2022년 매출액 약 5조원에서 2027년 약 20조원으로 4배 이상 늘릴 방침이다.
이 같은 계획을 달성하기 위해 LG화학은 한국, 중국, 유럽, 미국 등에 양극재 공장을 세우고 오는 2027년까지 연 34만t 규모의 생산체제를 구축할 예정이다. 이는 지난해 말 양극재 생산능력 9만t과 비교하면 4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 양극재 기술력 강화해 ESG경영까지 확보... 2024년 '망간리치 양극재' 개발 목표
LG화학을 비롯한 대다수 한국 소재 기업들은 니켈·코발트·망간(NCM) 양극재, 니켈·코발트·망간·알루미늄(NCMA) 양극재를 주력으로 생산하고 있다.
양극재를 제작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광물 중 하나인 코발트는 많은 사회적 문제를 떠안고 있다.
미국지질조사국(USGS) 자료에 따르면 전세계 코발트 매장량은 710만t 규모이며 이 가운데 절반 수준인 350만t이 아프리카 콩고에 매장돼 있다. 게다가 매년 채굴·생산되고 있는 물량 가운데 70%가 콩고산이다.
이러한 가운데 코발트 채굴 과정에서 콩고 아동들의 인권유린이 지속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코발트를 사용하는 배터리 및 소재 기업들은 인권침해 논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코발트는 양극재 부식 및 폭발 위험을 제어하는 데 필수 물질이다. 이에 따라 현재 기술력으로는 극히 적은 양이라도 코발트를 사용해 양극재를 만들어야 한다.
LG화학은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코발트 프리 양극재를 개발 중이다.
업계에 따르면 LG화학은 양극재에서 코발트를 빼고 망간 비중을 높인 '망간리치(하이망간) 양극재'를 오는 2024년까지 개발을 끝낼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아직까지 전세계 모든 양극재 기업은 코발트를 사용해 양극재를 제작하고 있다"며 "LG화학이 2024년 망간리치 양극재를 선보이면 LG화학은 혁신 기업이라는 타이틀과 함께 ESG에서도 앞서나가는 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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