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디스플레이, 모바일에 웃고 TV에 우는 사연은
[뉴스투데이=전소영 기자] 삼성디스플레이가 사업 입지를 넓히는 '확장 로드맵'에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삼성전자가 사실상 독점하고 있는 폴더블(화면을 접었다 펼칠 수 있는) 스마트폰 시장에 최대 경쟁업체 애플을 비롯해 중국 기업이 일제히 뛰어들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현재 폴더블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기술력이 세계에서 가장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삼성디스플레이는 최대 수혜자로 조명을 받고 있다.
고급 중소형 OLED 최강자인 삼성디스플레이로서는 실적 개선을 일궈낼 수 있는 모멘텀을 확보하게 됐다.
그러나 TV 시장은 예외다.
삼성전자가 대형 OLED TV 시장에 다시 진출했지만 성장 동력을 거머쥐었다고 보기 힘들기 때문이다. 이는 삼성전자가 기존 QD-LED(퀀텀닷발광다이오드) TV를 최상위 모델로 삼는 영업전략을 펼친데 따른 것이다.
삼성전자에 QD-OLED를 납품하는 삼성디스플레이로서는 결코 반가울 수 없는 소식이다.
■ 삼성디스플레이, 폴더블 스마트폰 시장 확대에 최대 수혜주 되나
그동안 폴더블 스마트폰 시장은 ‘갤럭시 Z 플립·폴드’ 시리즈를 앞세운 삼성전자가 사실상 독식하고 있다.
그러나 폴더블 시장 성장이 점쳐지면서 다른 제조사들도 앞다퉈 뛰어들기 시작했다.
이러한 흐름에 따라 올해 전 세계 폴더블폰 시장은 고속 성장이 예상된다.
IT(정보기술)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 리서치(Counterpoint Research)에 따르면 2023년 전 세계 폴더블 스마트폰 출하량이 2270만대를 기록할 전망이다. 이는 지난해 1490만대와 비교해 52% 늘어난 숫자다.
모바일 시장에 불어닥친 한파에도 안정적으로 성장곡선을 그리고 있는 폴더블 스마트폰은 지난해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점유율(M/S)이 두자릿수를 기록한데 이어 올해는 20%를 돌파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러한 분위기를 반영하듯 지난달 열린 세계 최대 이동통신 전시회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2023’에서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 화웨이·오포 등은 △메이트Xs-2(화웨이) △파인드 N2·파인드 N2 플립(오포) △아너 매직 Vs(아너) 등 폴더블폰 신제품을 선보였다.
스마트폰 시장의 양대 산맥 가운데 하나인 애플도 폴더블 스마트폰 출시를 공식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지만 스마트폰과 태블릿의 접는 기능에 관련된 특허를 얻어 시장 진출을 앞두고 있다.
폴더블 스마트폰 시장 확대 소식이 가장 반가워하는 업체는 삼성디스플레이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는 중소형 OLED 시장 점유율이 70%대로 입지가 가장 크다. 특히 고급 폴더블 OLED 시장에서 삼성디스플레이는 무려 90%가량을 차지해 절대강자로 불리고 있다.
이에 따라 디스플레이 업계에서는 폴더블 스마트폰 시장 확대의 최대 수혜주는 삼성디스플레이로 보고 있다. 지난해 아이폰 14 시리즈에 디스플레이를 납품해 실적 호조를 거둔 삼성디스플레이가 올해는 폴더블 스마트폰 성장에 힘입어 견조한 실적을 이어갈 것으로 기대된다.
업계 관계자는 “폴더블 OLED 생산을 먼저 추진했기 때문에 시장 확대 초기에 가장 수혜를 보는 곳은 당연히 삼성디스플레이”라며 “LTPO(모바일 기기의 전력소모를 줄일 수 있는 디스플레이 기술) OLED 기술 등 최첨단 기술까지 갖춰 아직까지 삼성디스플레이를 따라올 수 있는 기업은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현재 삼성디스플레이의 중소형 OLED 기술력은 경쟁사와 비교해 2~3년 정도 앞서나가고 있다”면서도 “다만 LCD를 보면 중국이 워낙 빠르게 따라가기 때문에 안심할 순 없고 여기에 애플이 디스플레이를 자체 생산하면 얘기는 달라진다”고 분석했다.
■ 삼성전자 OLED TV 시장 재진입에도 대형 OLED 수익성 확대 ‘글쎄’
전 세계 프리미엄 TV시장에서 OLED TV 점유율이 가파르게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세계 TV 시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특수가 끝난데 이어 고(高)물가·고금리 영향으로 하락세를 걸었다. 다행히 올해는 위기를 딛고 반등이 예상되는데 회복의 중심에는 OLED TV가 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올해 전 세계 OLED TV 출하량은 지난해보다 9%가량 증가한 약 741만대로 예측된다. 전체 TV 시장에서 OLED TV가 차지하는 비중은 매출 기준으로 지난해 11.4%에서 올해 12.8%로 늘어날 전망이다.
이에 따라 디스플레이 업계에서 TV에 탑재되는 대형 OLED는 수익성 확대를 노릴 수 있는 탐이 나는 시장이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대형 OLED의 1인자는 LG디스플레이로 전 세계 시장점유율(M/S)이 80~90%대다. 업계 2인자 삼성디스플레이는 10%대로 큰 격차를 보이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중소형 부문과 달리 대형 OLED에서는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고 있다.
사실 삼성전자가 지난해 유럽을 시작으로 올해 국내 OLED TV 시장에 다시 진출해 삼성디스플레이 수혜가 기대된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OLED TV’ 가격을 LCD(액정표시장치) 기반 QLED TV 보다 낮게 정해 QLED TV를 QD-OLED TV보다 높은 체급으로 포지셔닝(Positioning, 고객에게 브랜드 위치를 각인시키는 작업)을 했다.
삼성전자가 TV 시장의 대세 흐름을 거스를 수 없었는지 10여년전 접었던 OLED TV를 다시 출시했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OLED TV를 애써 외면하면서 QLED TV를 최상위 플래그십 모델로 한 전략을 추구해왔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당장 OLED TV로 방향을 전환하기에는 부담이 클 수밖에 없어 당분간은 QLED TV가 삼성전자 최상위 플래그십 모델 자리를 지킬 전망이다.
삼성 OLED TV에 탑재되는 QD-OLED 패널 공급자 삼성디스플레이로서는 아쉬울 수밖에 없는 전략이다.
업계의 관계자는 “삼성전자로서는 OLED TV가 최상위 모델이 아니지만 그 시장에 재진입해 중소형부터 대형까지 모든 OLED 전자제품 라인업(제품군)을 원래대로 갖추게 됐다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삼성전자 OLED TV로 수익성 확대를 기대할 수 있던 삼성디스플레이로서는 아쉬울 수 있다”면서도 “삼성디스플레이가 QD-OLED만 보는 게 아니다. QD-OLED는 마이크로OLED 등을 통한 (TV 외) 다른 응용 애플리케이션으로 확장할 수 있는 단초가 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에 따라 삼성전자 전략이 꼭 삼성디스플레이에 손해라고 볼 필요는 없다. 학습경험의 하나”라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