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가 우발채무 부동산PF '20조'…우려 확대에 금감원 "관리 부탁"
[뉴스투데이=임종우 기자] 증권사들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관련 우발채무가 최소 20조원 규모인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대형사보다 중소형 증권사들의 위험 비중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나며 부실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금융당국에서도 증권사들에 PF 리스크를 점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6일 한국금융연구원이 발간한 '부동산 PF 대출 관련 증권사의 우발채무' 보고서에 따르면 증권사가 보유한 부동산 PF 대출 관련 우발채무는 지난해 말 기준 20조9000억원 규모로 집계됐다.
그중 93%가 넘는 19조6000억원은 증권사가 신용위험까지 부담해야 하는 매입확약인 것으로 나타났다.
증권사의 부동산PF 대출 관련 우발채무는 PF 대출채권을 기초로 한 유동화증권에 대해 신용보강을 하는 과정에서 발생한다. 매입확약은 신용보강의 형태 중 하나로, 미매각위험에 더해 신용위험까지 부담해야 한다. 반면 매입보장 형태는 증권사가 미매각위험만을 부담하는 것으로 매입확약보다 위험성이 덜하다.
박해식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증권사가 보유한 우발채무 중 매입확약 비중이 크다는 것은 증권사가 부동산 PF대출 관련 신용위험에 크게 노출됐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증권사를 대형사(자기자본 4조원 이상의 8개사)와 중소형사(4조원 미만의 17개사)로 구분했을 때는 대형사의 우발채무가 12조4000억원으로 중소형사(8조4000억원)보다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중소형사의 경우 매입확약 비중이 전체의 98.7%(8조3000억원)로 대형사의 91.7%(11조4000억원)을 웃돌았다.
이처럼 중소형사는 우발채무 상당 부분이 고위험군 부동산 PF 대출을 기초자산으로 하고 있어 상대적으로 신용위험이 큰데, 시공사 부실이나 미분양 확대, 입주 포기 증가 등에 의한 신용 사건이 발생할 경우 증권사의 우발채무가 확정채무가 될 가능성이 커진다. 이 경우 증권사의 재무 건전성이 크게 악화될 수도 있다.
또 일부 중소형사의 경우 자기자본 대비 우발채무 규모가 과도하게 큰 것으로 나타나 우려를 키우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17개 중소형사의 자기자본 대비 우발채무 비중은 평균 43.8%지만, 그중 3개사의 경우 해당 비중이 60%대였다. 또 2개사는 90%를 상회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박 연구위원은 "고금리와 경제성장 둔화, 부동산 부진 등 비우호적 경제환경이 지속될 경우 부동산 PF 대출 부실화 가능성이 있다"며 "고위험군 유동화증권에 대한 우발채무를 집중적으로 보유한 중소형사를 중심으로 재무·자본 건전성이 악화할 우려가 있어 모니터링을 강화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지난해 심화된 부동산 PF 관련 우려가 진정될 기색이 보이지 않는 가운데, 금융당국도 이를 언급하며 국내 증권사들에 리스크를 관리할 것을 당부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2일 금융투자협회에서 14개 증권사 최고경영자(CEO) 등과 함께 증권사 최고경영자 간담회를 개최했다.
해당 간담회에는 이복현 금감원장을 비롯해 △최현만 미래에셋증권 대표 △장석훈 삼성증권 대표 △강성묵 하나증권 대표 △김성현 KB증권 대표 △최희문 메리츠증권 대표 △황현순 키움증권 대표 △오익근 대신증권 대표 △이석기 교보증권 대표 △홍원식 하이투자증권 대표 △황성엽 신영증권 대표 △김병영 BNK투자증권 대표 △고경모 유진투자증권 대표 △전우종 SK증권 대표 △기동호 코리아에셋투자증권 대표 등이 참석했다.
이 원장은 해당 간담회에서 "부동산 PF 부실이 현실화되고 단기 자금시장의 불안이 재발하는 등 잠재 위험요인에 대비해 리스크를 면밀히 점검해달라"며 "또 실효성 있는 비상계획을 탄탄히 수립하는 등 위험관리에 만전을 기해달라"고 말했다.
그는 "충분한 손실흡수 능력을 갖춘 증권사는 자금조달이 원활하지 않은 취약 부문에 적극 자금을 공급하는 등 시장 안정에 큰 힘을 실어주실 것을 부탁드린다"며 "금감원은 업계 전문가들과 함께 최근의 유동성·건전성 리스크 발생 원인을 종합적으로 살펴보고, 증권산업이 지속가능한 성장을 도모할 수 있도록 큰 틀 안에서 제도개선을 준비하겠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최근의 부동산 PF 우려가 해소되기 위해서는 장기간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게다가 아직 부동산 시장이 반등세를 보이지 못하는 만큼, 우선적으로 부동산 시장이 활성화 돼야 PF 우려도 완화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규희 나이스신용평가 선임연구위원은 "부동산 시장이 연착륙하지 못할 경우 작은 크레딧 이벤트에도 부동산 PF로 인한 금융불안이 반복될 수 있으며, 증권사 리스크 역시 상시 확대될 수 있다"며 "부동산 경기 위축국면이 지속되면 올해부터는 부동산PF 리스크 관리 능력에 따라 증권사별 신용위험이 차별화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