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H 김세용 사장, 4대 경영혁신으로 '자족도시' 겨냥...경기도 의회도 지원한다
[뉴스투데이=모도원 기자] 경기주택도시공사(이하 GH) 김세용 사장이 지난 달 27일 발표한 4대 경영혁신 전략은 한 마디로 '신 공기업 역할론'이다. GH의 비즈니스모델(BM)은 최근 수년동안 주택공급 및 주거복지, 도시재생 등에 무게를 두어왔다. 여기에 김 사장은 '지속가능한 혁신성장'을 강화하는 경영전략을 추가했다. GH가 스타트업과 벤처기업을 양성하고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는 공적 기능을 대폭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실제 경기도는 서울보다 크고 더 젊은 광역지방자치단체다. GH가 혁신성장을 이끌어나가는 한 축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면, 경기도는 청년층의 일터인 동시에 보금자리가 될 수 있다. GH가 주택공급과 주거복지 사업에만 치중한다면 경기도를 '베드타운'으로 만드는 역할만 수행하게 된다. 하지만 GH가 산업단지 및 스타트업밸리를 적극적으로 조성한다면 경기도를 '자족도시'로 진화시키는 데 한 몫을 하게 된다.
■ 경기도의회 도시환경위원회 소속 의원들, 김세용의 '혁신·비전' 긍정 평가
따라서 경기도 전체를 '베드타운'을 넘어서는 '자족도시'로 성장시키는 게 김 사장의 장기적 구상인 것으로 분석된다.
김세용 사장은 지난 해 12월 취임 직후 외부 전문가 등 17명으로 구성된 ‘경영혁신추진단’을 구성해 4대 '혁신·비전'을 마련했다.
김 사장의 이 같은 혁신비전은 김동연 경기도 지사의 '기회 수도' 비전과 일맥상통하는 정책이기도 하다. 김 사장은 GH가 경기도 산하기관이지만 '기회 파트너'라는 점에서 수평적 관계임을 강조하고 있다. 민선 8기인 김동연 경기지사는 실제로 경기도를 '기회 수도'로 만들겠다는 비전 실천에 힘을 쏟고 있다. 이를 위해 '5대 기회패키지'를 역점사업으로 설정했고 그 중 하나가 기회생산 기반 구축을 위한 ‘기회발전소’ 사업이다. 반도체·미래차 등 글로벌 첨단산업과 중기·스타트업 투자 육성을 위한 G-펀드 조성 등이 그것이다. 저출산 고령화 그리고 저성장 시대를 이겨나갈 성장의 동력을 경기도에서 만들어내겠다는 것이다.
GH를 소관기관으로 두고 있는 경기도의회 도시환경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뉴스투데이와의 취재과정에서 GH 김세용 사장의 혁신비전에 대해 긍정적 평가를 했다. 지원하면서 제대로 진행되는지에 대해서는 감시하겠다는 입장이다. 나아가 GH가 큰 일을 하기 위해서는 출자금을 확대해야 한다는 조언을 하기도 했다.
■ 민주당 유호준 의원, "김세용 사장의 혁신 비전은 이제 주거공간만 제공하는 게 아니라 공동체를 활성화하는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것, 김동연 지사의 목표와 일치"
김세용 사장은 지난 달 27일 경기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GH 혁신·비전 보고회에서 ‘기회 파트너 GH’라는 가치 아래 △사업혁신 △경영전략 △인권청렴 △조직인사 등 4가지 경영혁신 전략을 밝혔다.
이 중 첫 번째인 사업혁신이 '지속가능한 혁신성장' 부문이다. 우선 제3 판교테크노밸리(연면적 15만평)에 스타트업 혁신 공간을 만들겠다는 목표다. 경기도와 GH가 함께 ‘스타트업 플래닛’을 조성해 인재가 모여들고 서로 교류하는 생태계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53만개의 일자리와 매출 226조원의 효과가 예상된다.
무엇보다 이번 사업혁신 목표는 경기도와 GH가 스타트업 생태계를 만들겠다는 공동의 목표를 제시했다는데 의미가 있다. ‘스타트업 천국’은 김동연 지사의 핵심 공약 중 하나다. 지난 3일에는 1조원 규모의 G펀드에서 스타트업 생태계 조성에 8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제시한 바 있다.
경기도와 그 산하기관이 동일한 비전을 내세우고 각자의 위치에서 역할을 수행하면 목표를 달성하는데 상당한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이라는 시각이 대다수다.
경기도의회 도시환경위원회 소속 유호준(민주·남양6) 의원은 뉴스투데이와의 전화인터뷰에서 “이번 GH의 경영혁신전략은 김동연 지사가 얘기하는 기회 경기에 맞춰 GH가 어떻게 기회를 제공할 것이냐에 대한 답변이다”라며 “GH의 비전은 더 이상 주거공간만 제공하는 기업이 아니라 커뮤니티를 만들고 공동체를 활성화하는데 목적을 두는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것인데, 김 지사의 목표와 일치한다”라고 말했다.
유 의원은 “지금까지 경기도는 커뮤니티를 조성해서 사람들이 정착하고, 창업 문화를 조성하는 부분이 부족했는데 이를 돌파하기 위해 GH가 많은 준비를 한 것 같다”라고 강조했다.
김태형(민주·화성5) 의원 역시 “경기주택공사는 경기도의 산하단체로 김동연 도지사와 생각을 같이 해야한다”라며 “도정의 비전은 기회 경기다. 청년 스타트업 생태계를 만들겠다는 목표 아래 공공이 환경을 조성한다는 어젠다를 던졌다. 이런 측면에서 GH의 비전은 도지사의 비전과 일맥상통하게 잘 준비했다고 생각한다”라고 평가했다.
베이비부머와 MZ세대를 위한 주거복합모델도 눈에 띈다. 초고령사회에 접어든 경기도를 대비해 그간 취약계층 위주로 편중된 시니어주택에서 벗어나 중서민층 뉴시니어 주택공급 모델을 구축하겠다는 것인데, 'B.R.A.V.O'로 요약되는 이 정책은 주거·의료·일자리·여가 등 토털서비스를 도민에게 제공하겠다는 주거공간을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MZ세대를 위한 주거 모델은 공동기숙사 복합 조성을 통해 집을 중심으로 여가·문화를 즐기며 가벼운 업무도 볼 수 있는 멀티플렉스 공간을 만든다.
■ 민주당 김태형 의원, "본부장급 내부승진은 긍정적이지만 중장기적으로는 SH처럼 내부인사 비율 늘려야"
두 번째 혁신인 경영전략 부문에서는 '기회수도주주단(가칭)'을 통해 경기도민의 참여를 강화한다. GH에 도민주주제도를 도입해 도민과의 소통을 강화하고 도민참여 거버넌스를 조성, 도민 주주기업을 실현하겠다는 의지다.
김 사장은 "그간 GH에서 사업을 할 때 도민 의견이 직접 반영되는 그런 요소가 조금 부족했던 게 사실"이라며 "도민주주제도를 통해 다양한 공사의 사업계획에 대해 도민 주주의 의견을 수렴해 진정한 도민주주기업으로 성장하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올해 상반기 중 구체적인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밖에도 GH 내 업무 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해 고객상담 챗봇, 챗GPT 등 AI를 활용한 민원 응대 고도화 등 4차산업기술을 전면 도입하고 사내 인권교육을 강화해 탄력적인 조직 운영에도 심혈을 기울이겠다는 방침이다.
세 번째 인권청렴 부문에서는 ‘인권종중·청렴혁신 경영으로 공정과 신뢰의 GH’를 목표로 인권센터 설치, 인사제도 개선, 최신 스마트안전기술 도입 등을 추진한다. 특히 인권센터는 사장 직속기관으로 운영되며 사내의 인권업무를 전담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외부전문가를 영입하고 투명성 및 공정성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마지막 조직인사 부문의 혁신 목표는 성과지향의 인사가 핵심이다. 역량평가센터 운영을 통해 관리자들의 승진 심사를 강화하고 실무자급의 인사 적체를 단절하겠다는 의지다.
다만 조직인사와 관련해 기대를 모았던 본부장급 인사에서는 아쉬운 목소리가 나온다. 직원들의 사기 진작에 연결되는 내부승진이 부족했다는 의견이다.
김 사장은 지난해 12월 취임한 이래 처음으로 단행한 인사에서 줄곧 공석으로 남은 6명의 본부장 중 5명을 채용했다. 이 중 내부승진을 한 인사는 조우현 주거사업본부장으로 지난 2005년 GH에 입사해 총무인사처장, 미래전략처장, 다신신도시사업단장 등 여러 보직을 겸했다.
김태형 의원은 “이번 인사에서 내부승진이 적었다. 개인적으로 보기에는 내부에서 행정직과 기술직이 한 분씩 내부승진을 했으면 싶었다"라며 "그래도 몇 년 만에 처음으로 내부승진을 단행한 사실 자체는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다만 SH의 경우 본부장이 7명인데 6명이 내부 발탁이다. 중장기적으로는 GH도 비슷한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지적했다.
내부직원의 승진 사례 부족은 GH의 고질적 문제로 꼽힌다. 조우현 주거사업본부장을 제외한 근래 5년간 본부장급 인사의 내부승진 사례는 지난 2017년부터 2019년까지 임기를 수행한 박기영 전 주거복지본부장이 유일하다.
본부장의 임기는 1년으로 박 전 본부장은 9대 경기도의회 당시 내부승진해 10대 중반까지 임기를 수행했다. 그마저도 노조와의 협약으로 도입된 임금피크제가 발목을 잡아 정해진 임기만큼 현직을 맡지 못하고 전문위원으로 내려왔다.
현재 GH는 3기 신도시 개발에 더불어 1기 신도시·원도심 재건축 등 앞두고 있는 중대 사업들이 한 두가지가 아니다. 남겨진 과제가 적지 않은 만큼 직원들의 사기증진과 동기부여는 물론 전문성 차원에서도 내부에서 실력을 쌓아온 인사가 승진해야할 필요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 최대 과제는 출자금 확대...경기도 출자와 공채 발행 비율 확대 등 2가지 방안 거론
GH가 혁신전략에 맞춰 여러 사업들을 추진하기 전, 출자금을 확대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김태형 의원은 “GH는 SH나 여타 개발공사에 비해 자본이 너무 적다. GH의 자본금은 대략 1조7000억으로 추산되는데 도시개발 사업을 추진하기에는 현저히 적은 자본이다”라며 “도민들도 GH의 개발 참여를 환영하지만, 자본금이 부족하니 채권 발행 여력도 축소될 수밖에 없다. 일단 자본금을 확대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게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각 사의 경영공시에 따르면 지난 2021년 기준 GH의 자본금 총액은 1조7311억원이다. 반면 같은 기간 SH의 자본금은 7조1195억원으로 GH와 4배 이상 차이가 난다.
이와 같은 현저히 적은 자본금은 신도시 개발에 대한 GH의 저조한 참여율로 이어진다. 현재 3기 신도시 개발이나 1기 신도시 재건축 등에는 GH와 주 사업시행자인 LH가 대략 2:8의 비율로 사업에 참여한다. 개발사업에서 벌어들이는 이익 역시 사업에 참여한 비율대로 분배된다.
문제는 경기도에서 시행된 신도시 개발사업의 이익이 곧이곧대로 경기도에 재투자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LH가 성남, 화성, 고양 등 경기도 신도시 개발사업에서 벌어들인 대부분의 이익은 경기도가 아닌 다른 지역에 쓰여진다.
실제 지난 10년간 개발부담금이 부과된 경기도 내 LH의 개발이익은 △성남 판교지구 3조7260억원 △화성 동탄1지구 1조2651억원 △김포 한강지구 8711억원 △고양 삼송지구 522억원 등이다. LH가 경기도내 공공택지사업을 통해 10년간 벌어들인 개발이익은 17조원에 달한다.
반면 해당 지자체에 귀속되는 개발부담금은 △성남 판교지구 2329억 원 △화성 동탄1지구 790억 원 △김포 한강지구 544억 원 △고양 삼송지구 261억 원 등 전체 개발이익의 6.25% 수준에 불과한다.
결국 GH의 적은 자본금으로 인한 저조한 개발사업 참여율이 다시 적은 이익으로 이어지는 셈이다. 만약 GH가 자본금을 늘려 개발사업에 대한 참여율을 높이고, 그 과정에서 벌어들인 개발이익을 경기도에 재투자한다면 경기도의 균형발전과 신도시의 생활여건을 개선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유 의원은 “GH가 신도시 개발사업 참여비율을 50%까지만 늘려도 그 과정에서 창출할 수 있는 지역 발전기금이 상당할 것이다”라며 “LH는 재원을 전국에 걸쳐 고르게 사용해야 하지만, GH는 경기도 안에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경기도 내의 균형발전을 가져올 수 있다”라고 말했다.
한편 GH의 출자금을 늘리는 전략으로는 크게 2가지가 거론된다. 우선 GH를 산하기관으로 둔 경기도가 현금을 출자해주는 방안과 관련 법안을 개정해 공사채의 발행 규모를 늘리는 방식이다.
현재 지방공기업 시행령 상 GH는 자본의 350%까지 공채 발행이 가능하다. 입법 당시 법안의 취지는 지방의 작은 회사들이 과도한 사업을 벌이는 것을 막기 위함이었다. GH나 SH와 같이 규모가 큰 조직에겐 해당 법안의 취지가 맞지 않아 법 개정을 추진해 출자금을 늘리자는 방안이다.
■ 국민의힘 유영일 의원, "GH의 혁신보고회 보면 많은 노력한 게 보여...방향을 유지할 수 있게 돕고 잘못은 지적할 것"
경기도의회 도시환경위원회 소속인 유영일(국힘·안양5) 의원은 뉴스투데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김 사장의 혁신비전에 대해 "이번 GH의 혁신 보고회를 보면 지금까지의 GH보다 많은 노력을 했다는 게 보였다"라며 "역대 GH 사장들을 보면 도지사와 코드가 맞더라도 낙하산 인사로 잠깐 있다 지나간 사람들이 많았다. GH는 경기도민의 주택 복지를 책임지는 매우 중요한 기관인데 그동안은 너무 쉽게 봤던 것 같다"는 지적도 잊지 않았다.
유 의원은 "김세용 사장은 본인의 전문성에 더불어 잘하고자 하는 의지를 지녔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한다. 사업혁신의 방향성이나 직원을 챙기는 조직인사 등 비전의 전체적인 구성은 잘 만들었다"면서도 "앞으로 얼마나 잘 이끌어갈지 기대도 되고 우려도 있지만, 소관위원회의 의원으로서 방향을 유지할 수 있게 돕고 잘못된 것은 지적할 생각이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