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일 기자 입력 : 2023.02.28 07:37 ㅣ 수정 : 2023.02.28 07:37
금감원장, 인뱅 중저신용 대출 의무에 “전체 틀 고민” 인뱅들 여신 잔액 일정 비중 이상 중저신용으로 채워 금리 상승 맞물리며 중저신용 차주 중심 연체율 상승 건전성 악화 우려에 중저신용 의무 완화 기대감 솔솔 취약 차주 자금난 심화 우려···설립 취지 무색 비판도
[뉴스투데이=유한일 기자] 금융당국이 인터넷전문은행(인뱅)의 중저신용(중금리) 대출 의무 완화 가능성을 열어두면서 현실화 가능성에 관심이 쏠린다. 인뱅의 연체율 상승 등 건전성 우려 원인으로 중저신용 취급 확대가 꼽히는 상황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전일 경기 성남 소재 카카오뱅크 판교오피스에서 열린 현장간담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인뱅의 중저신용 대출 의무 비중 완화에 대해 “설립 취지, 정책적 지향점 등과 더불어 전체 틀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케이뱅크·카카오뱅크·토스뱅크 등 인뱅 3사는 ‘포용 금융’이라는 설립 취지에 따라 여신(대출) 잔액 중 일정 비중 이상을 중저신용 대출로 채워야 한다. 중저신용 차주들이 대출 문턱을 넘지 못하고 2금융권에 내몰리는 걸 방지하기 위함이다.
이에 따라 인뱅 3사는 매년 금융당국에 중저신용 대출 비중 목표치를 보고한 뒤 분기마다 공시하고 있다. 지난해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는 각 25%, 토스뱅크는 42%를 중저신용 대출로 채우겠다고 제시한 바 있다.
문제는 최근 들어 인뱅의 연체율이 상승하고 있는 점이다. 지난해 말 카카오뱅크의 연체율은 0.49%로 전년동기 대비 0.27%포인트(p) 치솟았다. 케이뱅크와 토스뱅크의 지난해 3분기 말 연체율은 각각 0.67%와 0.30%로 집계됐다.
시장에선 인뱅 연체율이 오르는 이유로 중저신용 취급 확대를 꼽는다. 지난해 인뱅들이 목표치 달성을 위해 늘려놓은 중저신용 대출이 대출금리 상승과 맞물리면서 차주들의 상환 능력 약화로 이어졌다는 설명이다.
이런 상황에 올해 케이뱅크(32%)와 카카오뱅크(30%), 토스뱅크(44%)는 중저신용 대출 목표치를 전년 대비 상향했다. 인뱅들은 신용평가모형(CSS) 고도화로 잠재 부실에 대비한다는 방침이지만 건전성 악화 우려는 잔존해있다.
인뱅 업계는 앞으로도 포용 금융 이행 방침에는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입을 모으지만, 내심 중저신용 대출 의무 완화를 기대하는 분위기가 강하다. 적어도 ‘잔액 기준’인 현재의 중저신용 대출 비중 산정 방식을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인뱅 업계의 한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3개년도 중저신용 목표치를 받을 때 금리 상승 등 지금의 경제 상황이 반영되지 않았다”며 “인뱅은 물론 시중은행들도 연체율이 오르고 있는 상황인 만큼 중저신용 대출 의무 완화를 검토하는 건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다른 인뱅 업계 관계자는 “은행의 전체 여신 잔액이 계속 커지는 상황에 잔액 기준으로 중저신용 비중을 맞추려면 그 규모가 계속 커질 수밖에 없다”며 “포용 금융을 위해 중저신용 대출 공급에 집중해야 하는 건 맞지만, 고신용자 대출도 일정 수준 취급해야 건강한 여신 성장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뱅의 중저신용 의무 완화가 최근 대형 은행 중심의 과점 체제를 경쟁 체제로 전환하기 위한 방안 중 하나라는 분석도 나온다. 건전성 부담을 던 인뱅들이 가격 경쟁력으로 대출시장 영토 확장에 나서면 자연스럽게 경쟁 체제도 구축될 것이란 설명이다.
다만 금융당국도 섣불리 인뱅 중저신용 의무를 완화할 경우 취약계층의 자금난이 심화될 우려가 있는 만큼 신중할 수밖에 없다. 인뱅의 중저신용 대출 취급이 전년 대비 줄어든 게 수치로 확인되면 설립 취지가 작동하지 않는다는 비판이 제기될 가능성도 있다.
이 원장은 “합리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개선책이 나온다면 적극적으로 검토할 소지가 있다”면서도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검토한다는 측면의 답변이고 내부적으로 결정이 된 사안은 아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