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 3년 만에 다시 찾은 필리핀, 아닐라오④
[필리핀 아닐라오/뉴스투데이=최환종 전문기자] 지난 회에서 Cathedral point(성당바위 포인트)에서의 에피소드를 얘기했는데, Cathedral point에는 흥미있는 얘기가 있다. 다이빙 강사에게 들은 얘기와 인터넷에서 찾은 자료마다 내용이 조금씩 다르지만, 종합해 보면 대략 다음과 같다(필자가 확인한 자료는 공식적인 또는 학술적인 자료가 아니므로 참고만 하기 바란다).
아닐라오(Anilao)는 197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필리핀 부유층들의 별장이 있는 한가한 지역으로서 스쿠버 다이빙 리조트가 없었고, 마닐라에서 아닐라오까지 도로가 발달하지 않아 사람들의 접근성이 좋지 않았다고 한다.
1970년대 중반에 티모티드 실비아 박사(무슨 분야 박사인지는 확인하지 못하였음)가 아닐라오에 처음으로 다이빙 리조트를 세웠고, 외국인을 대상으로 다이빙 리조트를 운영했다고 한다.
실비아 박사는 리조트 앞에 수중정원을 조성하였고, 박사의 노력으로 리조트 부근에 점차 산호들이 정착하면서 작은 물고기들도 몰려들었다고 한다(이 리조트는 주인은 바뀌었지만 Cathedral point 근처에서 계속 운영되고 있다고 한다).
이후 필리핀 대통령과 부인, 부유층 인사들이 이곳에서 스쿠버 다이빙을 즐기면서 아닐라오가 다이빙 명소로 알려지게 되었고, 마닐라에서 아닐라오까지 도로가 개설되면서 접근성이 좋아지자 많은 사람들이 휴양과 스쿠버 다이빙을 즐기기 위하여 아닐라오를 찾았다고 한다.
아닐라오에는 프랑스의 해양 탐험가인 ‘자크 쿠스토’가 실비아 박사와의 인연으로 한동안 머물기도 했고(자크 쿠스토는 SCUBA 장비를 발명하기도 한 유명한 해양 탐험가이다), 필리핀의 주요 부유층 인사들이 많이 방문해서 다이빙을 즐겼다고 한다.
실비아 박사가 세운 리조트 앞에 있는 Cathedral point는 필리핀에서 가장 유명한 다이빙 포인트 중의 하나이며, 해양공원 보호구역이라고 한다. 이 지역은 처음에는 특별한 볼거리가 있는 지역이 아니었지만 1983년에 피델 라모스 前 필리핀 대통령이 십자가를 이곳에 헬기로 공수하여 바다 속에 설치하였다.
이후 이 십자가로 인하여 다이빙 명소가 되었다고 한다(돌로 만든 이 십자가는 마닐라의 어느 성당에 있던 십자가인데, 교황이 마닐라를 방문했을 때 축복을 한 십자가이고, 필리핀의 큰 재난 극복 이후에 당시 필리핀 대통령의 지시로 이 십자가를 아닐라오에 보내서 지금의 Cathedral point에 설치했다고 함).
실비아 박사가 사망한 후에는 Cathedral point 주변을 개발하고 보존한 그의 노력을 기리기 위하여 유골함을 Cathedral point의 십자가 아래쪽에 묻었다고 한다. Cathedral point는 평균 수심 19m, 최대 수심 30미터로서, 앞에서 언급한 십자가는 수심 18 미터 지점에 있다고 한다.
Cathedral point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우리 일행은 첫날 다이빙을 이곳에서 했지만 그런 ‘역사적인 포인트’에 다시 가보고 싶은 생각이 들어서 3일차 마지막 다이빙을 이곳에서 했고, 십자가 주변에서 일행 모두가 기념촬영을 했다.
다시 다이빙 둘째 날로 돌아간다. 첫 날 다이빙을 무난히 마친 필자와 이 회장은 비스타마 포인트와 LIGPO Pinacle Point 에서 다이빙을 했고, 윤 선배는 계속해서 이론 교육과 바다 실습을 진행했다.
이날도 수중 시정은 좋지 않았다. 게다가 LIGPO Pinacle Point 에서는 약간의 조류가 있어서 출수 시에 조금 힘들었다. 그러나 절벽에 있는 연산홍 군락은 시야가 좋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그 규모가 상당함을 알 수 있었다. 수중 시정이 좋았다면 얼마가 아름다울까 하는 아쉬움을 남기고 출수했다.
둘째 날의 마지막 다이빙은 윤 선배와 같이 했는데, 윤 선배에게 이 다이빙은 실습 마지막 다이빙이었고, 필자로서는 윤 선배의 수중 적응 능력을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우리 일행은 비교적 수심이 낮고 거북이들이 많이 살고 있다는 Monte Carlo Point 로 향했다. 초보자들도 비교적 쉽게 돌아볼 수 있는 포인트라서 강사가 이쪽으로 유도했던 것 같다. 거북이도 볼 겸해서.
편안하게 산호위에 앉아서 쉬고 있는 거북이. 어제 보았던 그녀석인지는 모르겠다. 윤흥기 선배의 유영 모습. 학생 다이버임에도 불구하고 경험 많은 다이버 같은 유영자세를 보여주고 있다.
윤흥기 선배는 운동감각도 뛰어나기에 스쿠버 다이빙도 금방 배우리라 생각했지만, 바다 속에서 유영하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니 금방 배우는 정도가 아니다. 자세는 거의 교관급 수준이다(위 사진 참조).
윤 선배의 마지막 실습 다이빙을 지켜보면서 앞으로 윤 선배는 필자의 다이빙 버디가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마음씨 착한 사관학교 1년 선배와의 다이빙 여행! 얼마나 멋진 일인가? (다음에 계속)
◀최환종 프로필▶ 공군 준장 전역, 前 공군 방공유도탄 여단장, 前 순천대학교 우주항공공학부 초빙교수, 現 한국안보협업연구소 전문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