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 독과점 깨려 ‘4호 인뱅’ 출범?···“효과 미지수”

유한일 기자 입력 : 2023.02.17 07:02 ㅣ 수정 : 2023.02.17 07:02

대형 은행 과점 체제 혁파 나선 당국
경쟁 유도 위해 인뱅 설립 허용 검토
선택지 늘겠지만 직접 경쟁할지 의문
체급 차이 뚜렷···규모의 경제서 불리
스몰 라이선스 방안은 긍정적인 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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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뉴스투데이=유한일 기자] 정부가 대형 시중은행에 쏠린 과점 체제를 혁파하기 위해 구상 중인 방안 중 하나로 인터넷전문은행(인뱅) 출범 허용이 급부상하고 있다. ‘신규 플레이어’ 투입으로 고객 선택권 확대 및 완전 경쟁 촉진을 유도하겠단 의도로 풀이된다. 

 

다만 4호 인뱅 진출에 대한 회의론도 만만치 않다. 기존 참여자들의 성장 속도를 봤을 때 인뱅이 금융권 ‘메기’로 인정받기 위해선 넘어야 할 산이 많은 데다, 고착화된 과점 체제 문제를 당장 해소할 가능성 역시 크지 않다는 전망이 나온다. 

 

17일 금융권 등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이달 중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태스크포스(TF)’를 출범시키고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에 쏠린 과점 체제 개선 방안을 도출할 예정이다. 

 

이는 최근 윤석열 대통령이 ‘은행의 돈 잔치’ 대책 마련을 주문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시중은행들이 고금리 수혜로 역대급 실적을 기록하고, 내부적으로 성과급 잔치를 벌인 걸 꼬집은 것이다. 

 

5대 시중은행이 시장을 독식하며 손쉬운 ‘이자 장사’로 실적을 불리는 등 금융시장에 ‘그들만의 리그’가 형성됐다는 게 정부의 인식이다. 이 같은 과점 체제는 다양성과 혁신성을 기대하기 어려운 만큼 이번 기회에 제도 개선에 나서겠단 계획이다. 

 

금융위는 올 상반기 중 구체적 방안을 마련할 예정인데, 신규 인뱅 출범 허용 방안이 무게 있게 논의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케이뱅크·카카오뱅크·토스뱅크에 이은 4호 인뱅을 시장에 진출시킬 수 있다는 얘기다. 

 

은행업 진출 장벽이 낮아질 것이란 기대에 벌써부터 후보군이 거론되고 있다. 지난 2019년 3호 인뱅 예비 인가를 추진하다 철회했던 네이버와 다우키움그룹 등의 기업이 다시 주목받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 제도 개선의 핵심이 은행권 경쟁 체제 활성화인 만큼 시장 참여자를 늘리고, 고객 선택지도 다각화하겠단 논의가 이어지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실제 새로운 인뱅이 시중은행의 ‘대항마’가 되고 과점 체제 붕괴까지 이어질 것이냐에 대해선 회의론도 나온다.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는 각각 2017년 4월과 2017년 7월 영업을 시작했고, 토스뱅크도 2021년 10월 공식 출범했다. 인뱅들은 플랫폼에 기반한 편의성이나 금리 경쟁력 등으로 초반 돌풍을 일으키며 ‘금융 ‘메기’로 조명 받았다. 

 

고객 규모나 실적 성장 등의 성과도 있었지만 ‘포용 금융’이라는 출범 취지에 따라 중금리 신용대출에 집중해야 하고, 금리 상승기 건전성 우려까지 대두되는 등 순항하지만은 않고 있다. 더욱이 아직 시중은행과 체급 차이가 뚜렷해 시장 경쟁 판도를 뒤집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란 지적도 있다. 

 

은행별 실적 발표 자료에 따르면 카카오뱅크의 지난해 말 총자산은 약 39조원으로 신한은행(약 581조원)의 약 6.7%에 불과하다. BNK금융그룹에 속한 지방은행인 부산은행(약 87조원)과 비교해도 절반에 못 미친다. 

 

4호 인뱅 출범은 은행권 경쟁 촉진의 효과는 거둘 수 있겠지만, 과점 체제 혁파 측면에서 볼 때 근본적 대안이 될 수 없을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신규 은행이 시장에 안착하기는 오랜 시간이 걸리고 ‘규모의 경제’ 경쟁에서도 불리할 수밖에 없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신규 은행, 그 중에서도 디지털에 특화된 인뱅을 투입해 시장 파이를 재분배하겠다는 의도겠지만 단기간 효과가 나오긴 어렵지 않겠냐”며 “지금의 과점 체제는 거의 10년 전 정부 정책으로 구축된 건데, 변화를 위해선 진일보된 방안이 나와야 한다”고 지적했다. 

 

금융당국이 구상 중인 방안 중 하나인 ‘스몰 라이선스’에 대해선 긍정적 평가가 나온다. 은행업을 지금의 ‘통인가’로 내주지 않고 특정 분야에 한정해 쪼개는 방식으로 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예를 들면 서민금융전문은행이나 소상공인전문은행이 등장해 시중은행과 경쟁하는 구도다. 

 

스몰 라이선스는 개념 자체가 금융 산업 진입 허들을 낮추고, 독과점 체제를 깨는 것이라 금융당국 지향점과도 일치한다는 평가다. 물론 인가 분야나 추후 영역 확장 허용 범위 등에 대한 논의는 앞으로 필요하다. 

 

지난해 12월 금융산업경쟁도평가위원회는 평가 보고서에서 “최근의 금융 환경 변화, 은행과 소비자의 니즈 등을 반영해 은행업 인가 단위 세분화(스몰라이센스 도입) 방안 및 겸영·부수·위탁 업무 등에 대한 종합적인 개선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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