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tGPT에 놀란 구글, 대항마 ‘바드(Bard)’ 선보였지만 너무 서둘렀나?
사람들은 시, 소설, 보고서 등 글쓰기, 그림 그리기, 알고리즘 코딩 등 창작의 세계가 그동안 인간에게만 허락된 별도의 영역이라 알고 있었다. 그런데 AI(인공지능)의 발전과 함께 이제는 진화한 AI가 스스로 창작의 영역을 넘보는 시대가 되었다. 생성형 AI(Generative AI)의 등장은 인간에게 어떤 의미가 있으며 우리의 미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가늠하기 쉽지 않지만, 생성형 AI는 이미 여러 분야에서 현실로 나타나 적용되고 있다. 우리에게 성큼 다가온 생성형 AI의 시장현황, 다양한 이슈와 관심 사항 등을 살펴보기로 하자. <편집자 주>
[뉴스투데이=최봉 산업경제 전문기자] OpenAI의 텍스트 생성도구인 챗GPT(ChatGPT) 열풍이 식을 줄 모르고 연일 이어지고 있다.
ChatGPT 관련 뉴스와 이야기가 국내외 각종 매체에 빈번하게 등장하면서 그 인기와 관심을 짐작케 한다. 이를 뒷받침하는 데이터가 최근 공개되기도 하였다.
• ChatGPT 돌풍, 인터넷 역사상 가장 빠르게 성장한 앱
UBS의 연구에 따르면 OpenAI의 인기 챗봇 ChatGPT는 출시 후 3개월도 채 안되어 약 1억2300만명의 월간 활성 사용자(MAU, Monthly Active User)에 도달하여 역사상 가장 빠르게 성장한 앱의 기록을 깼다고 한다(※ChatGPT는 2022년 11월 30일에 출시).
1억 MAU를 달성하는 데 틱톡(TikTok)은 9개월, 인스타그램(Instagram)은 2.5년, 스포티파이(Spotify)는 4.5년이 걸렸다는 기록을 감안하면 ChatGPT가 얼마나 빠르게 확산했는지를 알 수 있다.
ChatGPT는 인터넷 역사상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소비자용 앱으로 불과 2개월 만에 1억명의 사용자를 확보할 수 있었다.
또한 ChatGPT는 1월 28일 현재 하루 평균 약 1300만명의 순 방문자(daily unique visitor)를 기록하고 있으며 이는 12월 말 수준의 두 배 이상에 해당한다고 UBS 보고서는 전한다.
• 다급해진 구글, ChatGPT의 대항마로 ‘바드(Bard)’ 공개
이 같은 ChatGPT의 약진에 가장 다급해진 상대는 구글이다.
‘막강한 경쟁자’의 등장 이후, 많은 사람은 세계에서 가장 큰 디지털 광고 비즈니스 중 하나를 움직이는 구글의 검색 엔진을 ChatGPT가 궁극적으로 대체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화들짝’ 놀란 구글은 지난 2월 6일 ChatGPT 대항마로 실험적인(시험용 버전) 대화형 AI 챗봇 서비스 ‘바드(Bard)’를 세상에 공개했다.
바드는 ChatGPT와 유사하게 작동하지만 가장 큰 차이점은 이 서비스가 웹의 모든 최신정보를 활용한다는 것이다(ChatGPT는 2021년까지의 정보로 학습되어 최신정보 반영은 미흡하다는 지적).
바드는 현시점에서 완전히 새로운 개념이지만, 이 AI 챗봇 서비스는 2년 전 공개된 구글의 람다(LaMDA, Language Model for Dialogue Applications)를 기반으로 한다.
즉 바드는 구글의 대화형 언어 모델 제품군인 LaMDA로 구동된다. LaMDA는 구글이 2017년에 개발하고 오픈 소스로 공개한 신경망 아키텍처인 ‘트랜스포머(Transformer)’를 기반으로 구축되었다.
재미있는 것은 ChatGPT가 작동하는 언어 모델인 GPT-3도 트랜스포머를 기반으로 구축되었다는 사실이다.
• 바드 시연에서 부정확 정보 제공, 구글 내부에서도 서둘렀다고 조롱
그런데 구글이 조급하게 서둘렀던 것인가?
구글은 바드의 시연(demo)을 트위터에 올리면서 대략적인 출시를 했는데 이 과정에서 부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사건을 일으킨 것이다.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의 새로운 발견에 대해 9살(아이)에게 무엇을 말할 수 있는가?”라는 프롬프트에 대한 바드의 응답에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이 최초로 외계행성을 찍었다”라는 잘못된 정보가 포함되었기 때문이다. 외계행성의 첫 사진은 2004년 유럽 남부천문대의 VLT(Very Large Telescope)에 의해 촬영되었다.
야심작으로 내놓은 바드가 오히려 구글의 체면을 구기는 작품으로 돌아왔는데,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이번 공개가 시장의 일반 대중이 아닌 ‘Trusted Tester(신뢰할만한 시험참여자)’를 대상으로 한 시험용이었다는 점이다.
구글의 대변인도 이번 ‘Trusted Tester 프로그램’으로 시작하는 엄격한 테스트 프로세스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바드 공개에 대해 구글 직원들조차 회사와 CEO인 순다르 피차이(Sundar Pichai)를 조롱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CNBC 보도에 따르면 구글 내부의 직원들이 만드는 밈(meme)에 “친애하는 순다르, 바드 출시와 정리 해고는 서두르고, 어설프고, 근시안적이었습니다. 장기적인 전망으로 돌아가십시오.”라는 조크가 있다고 한다(INSIDER, 2023.2.11).
• 인터넷 검색시장 놓고 벌일 두 공룡의 싸움 흥미진진
구글이 서둘러 바드를 공개한 것은 ChatGPT의 돌풍에 따른 위기의식과 함께 또다른 이유가 있다.
구글이 바드를 발표한 같은 주에 마이크로소프트는 검색을 위해 특별히 맞춤화된 차세대 OpenAI 대형 언어 모델에서 실행되는 새로운 빙(Bing) 검색 엔진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인터넷 검색시장에서 그다지 사용되지 않고 있는 Bing에 ChatGPT를 도입하면 마이크로소프트가 구글을 위협하면서 상당한 우위를 점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문가들의 의견도 있다(2022.12 기준, 검색시장 점유율은 구글 84%, 빙 9% 수준).
또다른 전문가는 “장기적으로, ChatGPT와 Bing이 결합하면 마이크로소프트가 구글의 검색 우위를 탈피할 수 있는 10년에 한 번 있는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고 얘기한다(INSIDER, 2023.2.8).
구글은 이번의 Trusted Tester를 대상으로 한 시험 이후 수 주 내에 바드를 일반에게 공개할 계획이었으나 예상치 못한 사건으로 인해 공개일정을 뒤로 미룰 것으로 보인다.
검색시장을 놓고 벌일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 두 공룡의 싸움이 어떻게 전개될지 흥미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