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리포트] 국내 라면 첫 출시 60주년…김정수 삼양식품 부회장 '제2전성기'
‘불닭볶음면’ 개발주역…지난해 수출 4억 달러 달성
해외 매출액 4500억원 기록…내수기업서 수출기업 위상
체험형 행사로 해외 소비자 소통…K문화 접목 마케팅도 한몫
[뉴스투데이=김소희 기자] 올해가 라면이 국내에 첫선을 보인지 60주년이 된다. 1963년 삼양식품은 일본에서 라면 제조 기술을 도입해 와 '즉석 삼양라면'을 처음 선보였다. 삼양식품의 전신인 삼양제유의 전중윤 회장은 일본을 왕래하면서 접했던 라면사업을 구상했다고 한다.
국내 라면의 효시로 꼽히는 '즉석 삼양라면'은 출시 초기만하더라도 라면을 생소하게 여기는 소비자들에게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박정희 정권의 혼분식 소비 권장정책에 힘입어 대중화됐고, 현재에 이르러서는 우리 일상에 빠질 수 없는 식품으로 자리잡게 됐다.
라면출시 60년을 맞은 삼양식품은 올해 제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불닭볶음면' 시리즈로 매출이 껑충 뛰었기 때문이다. 김정수 부회장이 2012년 내놓은 불닭볶음면이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면서 성장을 주도했다.
사실 불닭볶음면이 출시되기 이전까지 삼양식품은 내수에 의존했다. 하지만 2016년 유튜브 등 SNS 를 중심으로 해외 소비자들에게 불닭볶음면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수출이 시작됐다.
이후 2년 만에 80여개국에서 불닭볶음면 판매가 시작됐고, 해외 매출은 2015년 300억원에서 2021년 3886억원으로 6년 만에 13배 증가했다.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 해외 매출액은 4500억원에 달한다. 증권가에서는 지난해 삼양식품의 전체 해외 매출액을 6000억원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 같은 판매 호조로 △2017년 1억달러 △2018년 2억달러 △2021년 3억 달러를 기록했고, 지난해 12월에는 4억 달러 수출을 달성하면서 식품업계 최초로 '4억불 수출의 탑'을 수상했다. 이는 국내 라면 수출 절반에 달한다.
이 같은 호실적은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린 김정수 부회장의 과감한 추진력 덕분이다.
김 부회장은 수출 성장세가 본격화된 이후 1년에 100~120일 가량의 출장 일정을 소화하며 해외사업을 꼼꼼히 챙겼다. 해외영업본부장을 겸직한 김 부회장은 지난해에만 유럽, 미국 등 12개국을 방문했다. 그는 올해 신설한 'ASIA/EMEA'본부장을 맡아 신시장 개척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 '메이드 인 코리아' 자존심 걸다…K푸드 위상 ↑
삼양식품은 해외 생산 공장 없이 수출 물량 전부를 국내에서 제조·수출하고 있다. 해외 사업이 잘되고 있는 상황임에도 국내 생산을 고집하고 있다.
삼양식품은 중국, 동남아 등 해외 수요가 급증하자 생산 능력 확대 방안을 다각도로 검토했다. 당시 중국 징동그룹으로부터 현지 생산공장 건설을 제안받기도 했지만, 국내 지역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확보를 위해 2019년 경남 밀양에 신공장을 설립했다.
본래 밀양 신공장 설립에는 1700억원이 들어갈 예정이었다. 그러나 해외사업본부가 매년 수출액을 경신하면서 생산라인을 추가해 2400억원으로 투자금을 증액했다.
최신 물류설비를 구축해 지난해 5월 준공된 밀양공장은 연면적 7만 303㎡에 지상 5층, 지하 1층 규모로 연간 최대 6억개의 라면을 생산할 수 있게 됐다.
준공식에서 김 부회장은 "대부분의 기업들이 해외시장 개척을 위해 현지공장을 설립하지만, 우리는 앞으로도 메이드인 코리아의 자존심을 걸고 K푸드의 위상을 높이며 세계시장을 확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 체험형 행사로 각 국 소비자와 스킨십 늘려
삼양식품은 지난해 4월 BTS의 '퍼미션 투 댄스 온 스테이지-라스베이거스' 콘서트에 메인스폰서로 참여해 불닭볶음면 홍보 부스를 열고 해외 각국의 소비자와 스킨십을 늘렸다. 홍보 부스에서는 불닭볶음면의 탄생부터 10년간의 역사를 소개하고, 국내 일러스트레이터와의 협업을 통해 재해석한 작품을 공개했다. 4일간 운영한 이 홍보 부스에는 4만명의 관객들이 다녀갔다.
이후 5월에 독일에서는 '케이팝 플렉스(with KPOP.FLEX)'에 참여해 불닭볶음면을 직접 시식할 수 있는 홍보 부스를 여는 등 현지 마케팅을 펼쳤다.
같은 해 11월에는 '제7회 런던아이사영화제(LEAFF)'에 메인스폰서로 참여해 불닭브랜드를 알렸다. 삼양식품은 LEAFF 오프닝 갈라쇼에서 500여명의 방문객에게 불닭브랜드 제품과 굿즈를 제공하고, 불닭소스와 까르보불닭소스를 활용해 만든 닭강정을 핑거푸드(도구를 사용하지 않고 손으로 집어 먹는 음식)을 선보여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앞으로도 K컬처, K콘텐츠와 연계된 다양한 마케팅을 진행해 전세계 소비자들과 적극적인 소통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 해외 사업 강화 위해 조직 개편 단행
삼양식품은 2025년 주식(主食) 부문 '글로벌 톱 10' 진입을 목표로 올해 해외 사업을 강화한다.
헬시 플레저(Healthy Pleasure) 트렌드에 발맞춰 건면 등으로 면 사업영역을 확장하고, 소스와 냉동식품부문을 확대해 핵심사업 강화에 나선다. 또 글로벌 공급망을 최적화하고, 식물단백질과 마이크로바이오옴 등 소재 개발 등 신성장동력을 확보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삼양식품은 해외사업 확장에 주력하기 위해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기존 6개 본부, 85개 팀을 8개 본부, 86개 팀으로 확대하면서 해외지역별 영업마케팅본부, 해외물류 전담조직을 신설했으며 해외사업부문 지원 조직도 강화했다.
당시 조직개편 이유에 대해 김 부회장은 "전략과 과제 달성을 위해선 무엇보다 실행 조직을 제대로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해외사업 확장에 주력하기 위한 'Go-to-Market' 전략과 해외사업에 집중하고자 하는 의지를 담아 대대적인 조직개편을 단행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 포트폴리오 다변화로 해외 사업 성장세 이어가
올해 삼양식품은 올해 사업 포트폴리오 확장에 힘을 쏟고 있다. 라면에 집중된 매출 구조 개선을 위해 건면, 냉동, 소스 등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한다. 이에 따라 수출전용 브랜드 발굴에 나설 예정이며, 면, 냉동, 소스 등의 제품 수출 비중을 점진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앞서 삼양식품은 냉동식품 전문 계열사인 삼양냉동의 B2C(기업과 소비자간 거래)영업권을 양수해 신규 냉동 브랜드를 론칭한 바 있다. 이처럼 내수시장에서 냉동식품 라인업을 강화해 해외시장에서도 적극 진출할 방침이다.
성장세를 이어가기 위해 이번에 개편한 조직을 바탕으로 중동아프리카, 유럽 등 주요 신시장에서는 현지 대형마켓, 편의점 등 주류 채널 입점 확대에 집중한다. 또한 중국, 미주, 아시아 등 기반을 다진 핵심 수출국에서는 지역 내 국가별 맞춤형 전략으로 현지 시장 점유율을 확대할 예정이다.
이와 더불어 연구 개발 활동에도 적극 투자한다. 삼양식품은 R&D센터를 중심으로 식품소재, 마이크로바이옴, 패키징 등의 연구를 추진하고 기술 및 제품 중심으로 연구영역을 세분화해 핵심 기술 확보에 집중할 계획이다.
이외에도 품질안전센터를 주축으로 글로벌 기준에 부합하는 식품 안전성 확보와 관련 프로세스 구축에도 주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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