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생명-어피니티 '풋옵션 분쟁' 2심도 무죄…法 "가치평가 전문가적 판단"
교보생명 檢 상고로 부족한 부분 보완…"대법서 현명한 판단 기대"
어피니티 "신창재 회장, 풋옵션 이행 않기 위해 '무리한 공격'" 비판
[뉴스투데이=김태규 기자]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과 재무적투자자(FI) 어피니티 컨소시엄(이하 어피니티)의 풋옵션 분쟁과 관련해 재판에 넘겨진 어피니티 임직원 3명과 딜로이트안진 회계법인(이하 안진) 소속 회계사 3명이 2심에서도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고법 형사1-1부(이승련 엄상필 심담 부장판사)는 3일 공인회계사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기소된 이들 5명의 항소심에서 1심과 같이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회계사의 가치 평가 업무에서 어떤 의견을 평가자와 의뢰자 중 누가 먼저 제안하는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회계사의 전문 판단을 거쳤는지가 중요하다"면서 "안진의 전문가적 판단 없이 어피니티의 일방적 지시로 이뤄졌다고 볼 수 있는 객관적 증거가 없다"고 선고 이유를 설명했다.
어피니티는 2012년 대우인터내셔널이 보유한 교보생명 지분 24%를 주당 24만5000원에 매입하면서 신 회장과 3년 안에 기업공개(IPO)가 이뤄지지 않으면 풋옵션을 행사한다는 조건으로 주주 간 계약(SHA)를 맺었다.
하지만 교보생명의 IPO가 계속 지연되자 어피니티는 안진을 평가기관으로 선임해 2018년 10월 신 회장을 상대로 풋옵션을 행사했다. 어피니티가 안진을 통해 산정한 풋옵션 행사가격은 주당 40만9000원이었다.
신 회장은 풋옵션 조항이 계약을 맺었던 2012년 당시 자본시장법과 옵션부투자에 대한 가이드라인에 위배되고, 주주평등의 원칙에 반한다며 무효를 주장했다.
이에 어피니티는 2019년 국제상업회의소(ICC) 중재판정부에 중재를 신청했다. ICC는 어피니티의 풋옵션 권리를 인정했지만, 신 회장 측에 풋옵션을 매수할 의무가 없다고 판단했다. 다만 ICC는 신 회장에 풋옵션 조항을 이행하지 않아 분쟁이 발생한 점을 인정해 신 회장이 패소 당사자임을 명확히 했다.
이후 교보생명은 안진 소속 회계사와 어피니티 임직원들이 공모해 풋옵션 행사가격을 부풀렸다며 형사고발 했고, 검찰은 이들을 공인회계사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앞서 1심은 안진이 적용 가능한 여러 가치평가 접근법 가운데 하나를 선택한 것일 뿐 어피니티 측에 유리한 방법만을 사용한 것은 아니라고 판단하고 피고인 모두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교보생명은 2심 판단에 대해 유감스럽다는 입장을 내놨다. 교보생명은 "부적절한 공모 혐의가 분명히 있음에도 증거가 다소 부족한 것이 반영된 결론"이라며 "이번 재판 결과가 피고인들이 공모해 산출한 40만9000원을 정당화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교보생명은 IPO를 통해 시장에서 합당한 가치평가를 받아 적정 풋옵션 가격을 산정하고 완만한 협의를 이뤄야 한다는 입장이다.
교보생명은 "IPO 기회가 지연된 만큼 (어피니티 측이) 주요주주의 역할에 맞게 적극 협조하길 바란다"면서 "이번 판결과 무관하게 금융지주사 전환, IPO 등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노력을 지속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검찰의 상고를 통해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고 대법원 판단을 받아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반면 어피니티 측은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어피니티가 신 회장에게 풋옵션 행사 후 제공한 주식 평가보고서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어피니티는 신 회장을 상대로 ICC 2차 중재를 진행하고 있다.
어피니티 측은 "신 회장은 그간 풋옵션 의무를 이행하지 못하는 주된 이유로 안진의 평가보고서가 위법하다는 점을 들었다"면서 "이번 판결로 신 회장이 처음부터 풋옵션 의무를 이행하지 않기 위해 무리하게 어피니티 측을 공격했다는 비판이 이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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