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깜이 배당' 뜯어고치는 정부…"MSCI 선진지수 편입 과정 본격화"
배당액 확정 후 배당받을 주주 결정
이르면 2023년 결산 배당부터 적용
"배당성향·주주가치, 동반 높아질 것"
MSCI 선진지수 편입 본격화 평가도
[뉴스투데이=임종우 기자] 금융당국이 국내 증시의 배당제도 개선에 나서면서 그동안 배당액을 모르고 투자했던 이른바 '깜깜이 배당' 관행이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증시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를 통해 국내 상장사들의 배당 성향(당기순이익 중 배당금 비율)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이번 조치가 MSCI(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 선진지수 편입을 위한 본격적인 행보라는 분석도 제시됐다.
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최근 법무부와 함께 글로벌 표준에 부합하는 배당제도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이를 통해 상법 유권해석, 자본시장법 개정 등을 통해 배당액을 보고 투자를 결정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상장사들은 오는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정관을 개정해 배당 기준일을 변경하고, 이르면 2023년 결산 배당부터 개선된 절차를 적용하게 된다.
기존 국내 증시에 적용되는 배당 제도는 연말에 배당받을 주주를 먼저 확정한 뒤 그 다음 해 봄에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배당금을 확정해왔다. 이 경우 투자자들은 배당금이 얼마인지 모르는 상태로 투자하고 몇 달 뒤에 결정되는 배당금을 그대로 받아들여야 했다.
금융위는 주주총회에서 배당 여부와 금액을 결정하는 주주를 정하는 '의결권 기준일'과 배당을 받을 자를 정하는 '배당기준일'을 분리하고 주주총회일 이후로 배당기준일을 정할 수 있도록 상법에 대한 유권해석을 안내할 계획이다.
상장사의 분기 배당 절차도 먼저 배당액을 확정하고 나중에 배당 기준일을 정할 수 있도록 자본시장법 개정이 추진된다.
향후 회사별로 배당 기준일이 다양하게 운영될 수 있는 만큼, 상장사의 배당기준일 통합 안내 페이지도 따로 마련할 예정이다.
이처럼 금융당국이 배당 제도 개선에 나선 것은 '깜깜이 배당' 관행으로 배당 투자가 활성화되지 못해 국내 증시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주요국들 중 가장 낮은 수준의 배당 성향을 보이고 있어서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배당 성향은 20.1%로 미국(40.5%)이나 영국(45.7%), 일본(36.5%) 등에 비해 크게 낮았다.
또 배당 예측 가능성이 떨어지고 배당률도 낮아 장기 투자 환경이 조성되지 못해 국내 투자자들이 단기 매매 차익 위주의 거래에 집중하는 경향도 주로 나타났다.
금융위 관계자는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하게 배당액을 보고 투자 여부를 결정할 수 있도록 배당 절차가 개선되면 글로벌 투자자 자금 유입 등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에 기여할 것"이라며 "우리 증시의 낮은 배당 성향이 점차 개선돼 자본시장을 통한 지속적 현금흐름 창출이 가능해지면서 단기 매매 차익 목적의 투자 대신 장기배당 투자가 활성화돼 증시 변동성도 완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이번 제도 개선이 국내 증시의 주주가치가 제고되고 배당투자가 활성화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평가했다.
이나예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그동안 '깜깜이 배당' 환경에 한국 증시는 국내외 투자자들로부터 주주 권리 보호가 취약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며 "그러나 이번 제도 변화로 배당정책 선진화 및 상장사 주주가치 제고의 계기가 마련되고 배당투자 환경도 개선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김준섭 KB증권 연구원은 "배당 절차 개선으로 배당 투자가 활성화될 경우 배당주들을 중심으로 재평가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해외투자자들을 중심으로 배당 절차 관련 이슈를 제기하는 것을 감안하면 해외 투자자 선호 종목에 대한 재평가도 수반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일각에서는 금융위가 이번 정책 제시를 통해 국내 증시를 MSCI 선진지수에 편입시키려는 행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하인환 KB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11월 개최한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한 정책세미나'에서 볼 수 있었던 MSCI 선진지수로의 편입 과정을 본격화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올해와 내년까지 국내 주식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이슈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 연구원은 "이번 배당제도 개선 발표에 이어 이달 중에는 '외환시장 선진화' 발표 가능성이 있고, 내년에는 영문공시 의무화와 외환시장 시간 연장, 기업지배구조 보고서의 배당절차 개선여부 공시 등이 이뤄진다"고 언급했다.
그는 "다만 관련 정책이 나오고 있는 것과 별개로, 실질적인 조치가 시작되는 시기는 2024년인 것들이 많다"며 "2024년 6월경 MSCI 관찰국 대상에 등재되는 것이 현실적인 목표일 것이며, 그전까지는 MSCI 선진지수 편입을 위한 정책들이 계속해서 추진될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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