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가, 둔촌주공은 한숨 돌렸지만…"사업장 PF 양극화 심화될 것"
[뉴스투데이=임종우 기자] 이날 만기가 예정된 둔촌주공 프로젝트파이낸싱(PF)건이 정부 정책 지원으로 사업비 마련에 성공하며 증권가가 한숨을 돌렸다.
다만 초기 계약률 자체는 저조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고, 둔촌주공이 연초 부동산 시장의 바로미터가 될 수 있는 상황에서 시장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자 향후 부동산 PF 리스크가 양극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1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둔촌주공 재건축(올림픽파크 포레온) 사업조합은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대출 보증을 받아 국내 시중은행 5곳으로부터 7500억원 규모의 사업비를 조달했다.
이에 따라 이날 만기되는 7231억원 규모의 PF 사업비를 분양 계약률과 관계없이 전액 상환할 수 있게 되면서 증권가에서는 안도의 한숨을 내뱉는 분위기를 보였다.
다만 지난 17일 마감된 둔촌주공의 초기 계약률이 60%대 후반에서 70%대 초반인 것으로 알려졌는데, HUG의 보증이 없었을 경우 상환에 필요한 계약률 최소치에 약간 못 미치는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강경태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HUG의 보증이 있기 전에 필요했던 초기 계약률은 75~80%"라며 "기존에는 이날 돌아올 사업비 PF 만기 상환금을 수분양자들의 계약금 납부액으로 충당하려던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대다수의 전문가들은 정부의 정책적인 지원을 받았는데도 불구하고 둔촌 주공의 계약률은 저조했다고 보고 있다.
둔촌주공의 계약률이 저조했던 데는 다른 분양 주택 대비 분양가가 비싸게 책정됐다는 점이 부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서진형 공정주택포럼 공동대표(경인여자대학교 MD비즈니스학과 교수)은 "정부가 둔촌주공에 맞춤형으로 각종 규제를 완화했는데도 불구하고 70%를 기록했다는 것은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는 것"이라며 "분양가가 상대적으로 비쌌던 측면이 있으며, 비슷한 시기에 같은 강동구 지역에서 분양가가 더 저렴하게 책정된 단지는 100% 분양이 완료된 사례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증권사들의 PF 익스포져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증권사들은 지난해까지 이어진 부동산 경기 호황에 힘입어 PF 대출을 적극적으로 확대해 왔는데, 특히 리테일 등의 사업 부문에서 비교적 열위에 있는 중소형 증권사들이 더 공격적인 움직임을 보였다.
한국기업평가는 신용평가 대상 국내 증권사 23곳의 PF익스포저(위험 노출액)를 조사한 결과 지난해 9월말 기준 총 24조3000억원인 것으로 집계했다. 이는 같은 해 3월 말(25조3000억원) 대비 줄어들었으나, 여전히 위험성이 더 큰 중·후순위나 브릿지론 관련 익스포저 부담이 높은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변제순위별 익스포저 비중을 살펴보면 선순위 및 단일순위 PF의 경우 대형사는 전체 PF 비중의 60%에 육박했으나, 중소형사는 10%에 겨우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중·후순위 비중은 중소형사의 경우 60%가 넘었고, 대형사는 40%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중형사를 제외한 소형사로만 따지면 중·후순위 PF 비중이 97%로 거의 대부분인 것으로 나타났다.
개별 증권사별로는 다올투자증권의 자기자본 대비 PF 비중이 84%로 가장 높았으며, 이어 하이투자증권(81%)과 현대차증권(69%), BNK투자증권(63%), 교보증권(60%), DB금융투자(57%) 순으로 나타났다.
정효섭 한국기업평가 금융2실 책임연구원은 "PF우발채무 중 브릿지론 비중이 크거나 비금융그룹 증권사들의 경우 유동성 대응력을 유지하는 데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조정유동성비율이 100%를 밑돌거나 이에 근접한 일부 증권사들은 모니터링을 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분석했다.
한편 개별 사업장의 분양가에 따른 양극화도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둔촌주공의 사례처럼 분양가가 높게 책정된 경우 계약률이 저조해 사업비 회수와 변제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어서다.
서 교수는 "앞으로 분양 시장은 양극화가 심화될 것"이라며 "분양가가 저렴하고 입지가 좋은 곳은 분양이 이뤄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