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러나는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소송 제기로 당국과 갈등 이어질 듯

유한일 기자 입력 : 2023.01.19 07:33 ㅣ 수정 : 2023.01.19 07:33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 연임 대신 용퇴 결정
금융당국과 대립 구도 형성에 부담 느낀 듯
이후 라임펀드 중징계 관련 취소 소송 전망
우리은행도 소송 가능성···별개로 진행 관측
대법 판결까지 장기전 되면 기간·비용 증가
소송 결과 금융당국 제재 기조 영향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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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 [사진=우리금융그룹]

 

[뉴스투데이=유한일 기자] 연임 포기와 함께 용퇴하기로 한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이 금융당국을 상대로 소송전에 돌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사모펀드 환매 중단 사태와 관련해 내려진 금융당국의 중징계 처분을 뒤집어 명예회복에 나서겠단 의도로 풀이된다. 

 

동시에 이번에는 우리은행 법인 차원의 소송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금융당국과의 갈등도 이어질 전망이다. 소송이 손 회장과 별개로 진행되더라도 금융당국을 상대로 한 ‘연대 소송’ 구도가 그려질 수 있기 때문이다. 

 

19일 우리금융에 따르면 손 회장은 전일 차기 회장 선임을 위한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 소속 이사진에 연임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전했다. 오는 3월 25일까지인 잔여 임기만 채우고 물러나겠단 것이다. 

 

당초 금융권에선 손 회장의 연임 도전을 점치는 시각이 많았다. 지난해 이룬 23년 만의 완전 민영화나 그룹 실적 성장세, 비(非)은행 포트폴리오 강화 등 그의 경영 성과가 긍정적 평가를 받을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다만 금융당국의 행보가 변수로 작용했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11월 라임자산운용 사모펀드 환매 중단 사태와 관련해 사태 발생 시점 우리은행장이었던 손 회장에 중징계인 문책경고 내렸다. 문책경고는 향후 3년 간 금융사 재취업을 제한하는 게 골자다. 

 

손 회장이 연임에 도전하려면 중징계 효력을 정지시키는 가처분 신청과 중징계 취소 본안 소송에 나서야 한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금융사고 책임이 있는 최고경영자(CEO)의 연임 도전은 부적절하다는 입장을 피력해 왔다. 

 

손 회장이 장고 끝에 연임 도전 포기를 결정한 건 금융당국과의 대립 구도가 부담으로 작용하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권은 금융당국의 영향력이 절대적인 만큼, 불편한 관계가 형성되는 순간 조직 전체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손 회장은 우리금융 회장직에서 물러나되 금융당국을 상대로 한 중징계 취소 소송에 돌입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불완전 판매에 따른 중징계 처분 때도 취소 소송을 제기해 대법원에서 최종 승소한 바 있다. 

 

소송 이유에 대해선 명예회복 때문일 것이란 해석이 많다. 불합리하다고 판단되는 징계를 받아들이고 용퇴할 경우 ‘불명예 퇴진’이라는 꼬리표가 붙을 수 있기 때문이다. 조직의 미래를 위해 물러나면서도 개인의 명예는 보호하겠단 의도로 풀이된다. 

 

특히 DLF 때와 달리 이번에는 우리은행 법인도 소송에 돌입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우리은행 역시 라임펀드 사태로 사모펀드 신규 판매 3개월 정지와 과태료 76억6000만원 처분을 받았다. 우리은행 직원 28명에게도 주의에서 감봉 수준의 제재가 내려졌다. 

 

우리금융 등에 따르면 이번 임추위에 앞서 그룹·은행 이사회는 회의를 갖고 소송 진행 필요성에 공감대를 모았다고 한다. 손 회장의 경우 개인 자격이고 우리은행은 법인 자격이라 소송 자체가 별개로 진행되지만 일관·효율적 대응을 위해 어느 정도 일정을 맞출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우리은행은 신한투자증권과 라임펀드 건으로 600억원대 구상권 소송이 맞물려 있다. 만약 금융당국 상대 소송에 나서지 않을 경우 책임·징계를 인정하는 꼴이 돼 구상권 소송도 불리하게 전개될 수 있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아직 (금융당국을 상대로) 소송한다고 정해진 건 없지만, 신한투자증권과 구상권 문제가 있기 때문에 안 할 순 없지 않겠냐”고 말했다. 

 

다만 실제 소송 돌입까지는 난항이 예상된다. 당장 금융당국이 우리은행 소송 움직임에 대해 불편한 기색을 드러내고 있다. 오는 3월 말 이후 손 회장이 조직을 떠나는 만큼 우리은행 소송에 대해선 차기 회장·행장 의사에 따라 결정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전일 전국은행연합회에서 열린 은행장 간담회 이후 기자들과 만나 “아무래도 본인(손 회장)이 회장으로 있을 때는 (우리은행 소송이) 개인의 이해관계와 관련된 문제”라며 “똑같은 결정을 하더라도 다음 회장 또는 우리은행장이 (결정)하는 게 상식적인 선에서 볼 때 조금 더 공정해 보이지 않겠냐는 게 개인적 소견”이라고 말했다. 

 

손 회장과 우리은행이 소송에 돌입하면 장기전은 불가피하다. 통상 치열한 법정 다툼으로 소송이 대법원까지 가면 최종 판결까지 2~3년가량 소요된다. 기간은 물론 로펌 선임 등의 비용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 

 

소송 결과 역시 금융권에 적잖은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금융사가 금융당국 처분에 이의를 제기하고, 사법부가 이를 받아들일 경우 향후 금융당국 제재 기조에 변화가 찾아올 수 있기 때문이다. 비슷한 이유로 징계를 받은 타 금융사의 연쇄 소송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편 우리금융 임추위는 전일 오후 2시부터 저녁까지 진행한 회의에서 10명 내외의 차기 회장 롱리스트(2차 후보군)를 확정했다. 우리금융 임추위는 롱리스트 명단을 공개하지 않았는데, 이원덕 우리은행장과 박화재 우리금융 사장 등 내부 인사와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 조준희 전 IBK기업은행 등 외부 인사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회추위 관계자는 “롱리스트 대상자들에 대해서는 헤드헌팅사에서 본인의 개인정보 수집 동의를 얻어 레퍼런스 체크가 이뤄질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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