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게임시장 개방해도 만리장성 넘을 '킬러 콘텐츠' 서둘러야
[뉴스투데이=이화연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하늘길이 닫히고 외출이 제한됐던 2020년부터 약 2년간 게임업계는 호황을 누렸다. 야외 활동 대신 게임으로 여가를 보내는 사람이 늘어난 덕분이다.
잘 나가던 게임업계가 제동이 걸린 건 ‘위드 코로나’가 현실화 된 2021년 말부터다. 실제로 지난해 게임 상장사 가운데 넷마블, 위메이드, 펄어비스는 실적 부침을 겪었다.
올해 주요 게임사 최고경영자(CEO) 신년사에서도 이러한 위기감을 엿볼 수 있다. 이에 따라 조계현 카카오게임즈 대표, 허진영 펄어비스 대표, 정우진 NHN 대표는 각각 신작 출시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다짐했다.
이 가운데 1년 6개월 간 틀어 막혔던 중국 시장이 모처럼 개방 조짐을 보여 새로운 희망이 솟아나고 있다.
중국 미디어 검열 기구 국가신출판서(NPPA)는 지난해 12월 28일 홈페이지를 통해 총 44개 게임에 대해 판호(版號)를 발급했다고 공식화했다. 이는 2021년 6월 펄어비스 ‘검은사막 모바일’이 판호를 받은 이후 1년 6개월만에 나온 성과다. 판호는 중국 내 게임 서비스 허가를 뜻한다
이번에 판호를 받은 한국 게임은 △스마일게이트 ‘로스트아크’ ‘에픽세븐’ △넥슨 ‘메이플스토리M’ △넷마블 ‘제2의 나라: 크로스 월드’ ‘A3: 스틸얼라이브’ △카밤(넷마블 자회사) ‘샵 타이탄’ △엔픽셀 ‘그랑사가’ 등 7개다.
중국 게임 시장은 올해 45조원 규모로 추산되며 글로벌 게임 시장에서 시장점유율이 22%에 이른다. 어려운 대내외 환경 속 ‘돌파구’를 찾던 국내 게임업계가 열광할 만한 이유다. 지난해 3분기까지 영업이익이 적자로 전환한 넷마블은 판호 발급 관련 보도가 쏟아진 12월 29일 주가가 17%가량 급등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하지만 전망이 마냥 낙관적이지는 않다. 중국 게임들의 퀄리티가 몰라보게 향상되면서 중국 소비자들의 눈높이도 덩달아 높아졌기 때문이다.
2017년 시작된 중국 정부의 한한령(限韓令·한류 금지령) 이전만 해도 중국 인기게임 순위에 한국 게임이 여러 개 포진했다면 지금은 상황이 역전됐다. 오히려 국내 인기 게임 순위에 중국 게임이 다수 이름을 올리고 있는 실정이다. 기자 역시 지난해 11월 열린 국제게임전시회 ‘지스타 2022’에서 서브컬처 게임 ‘원신’을 서비스하는 중국 게임사 ‘호요버스’ 부스에 몰린 인파를 보고 위력을 실감했다.
실제 성과도 기대에 못미쳤다. 펄어비스가 2021년 판호를 받고 지난해 4월 말 야심차게 출시한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검은사막 모바일’은 출시 첫날 애플 앱스토어 기준 5~10위권에 올랐지만 그후 29위로 미끄러졌다.
이 때문에 중국 시장이 개방되더라도 이제는 MMORPG가 아닌 서브컬처 장르가 추진력을 얻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 시장에서 중국 게임이 인기를 끈 주요 원인 중 하나는 국산 MMORPG 특유의 과도한 경쟁·현금결제 유도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제는 역지사지 자세로 임할 때다. 현지 실정에 맞는 수익모델(BM)을 정하고 국내 서비스에도 반영하려는 노력이 절실한 점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