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투분석] 삼성전자, Z플립3로 '아재폰' 탈피...벤츠 디자이너와 디자인 혁신 '가속페달'

전소영 기자 입력 : 2022.12.24 05:00 ㅣ 수정 : 2022.12.24 05:00

갤럭시 Z플립3 디자인, 주로 40·50·60대에서 인기 높아
이일환 벤츠 디자이너 영입해 디자인 혁신 기대감 커
갤럭시 S5, 소비자 외면과 제품 디자인 혹평 잔혹사 겪어
갤럭시 Z플립3, 디자인 혁명으로 소비자 마음 사로잡아
스마트폰 기술 평준화 시대에 디자인이 게임체인저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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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럭시 Z플립3 [사진 = 삼성전자] 

 

[뉴스투데이=전소영 기자] 삼성전자 스마트폰 갤럭시 시리즈는 어떤 경쟁사 제품과 비교해도 성능 면에서는 부족함이 없다. 그런데 한 가지 아쉬움을 꼽으라면 바로 ‘디자인’이다. 

 

대표적인 경쟁업체 애플 아이폰이 강점 중 하나로 ‘디자인’을 꼽는다. 반면 갤럭시는 디자인이 주로 40·50·60대에서 높은 선호도를 보여 이른바 ‘아재폰’이라는 별명까지 생겼다.

 

물론 디자인 선호도는 지극히 주관적이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신제품을 계속 출시하지만 애플을 압도할 만한 디자인을 원하는 소비자들의 갈증을 좀처럼 해소하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런 가운데 갤럭시 Z플립3이 마치 사막의 오아시스처럼 등장했다. Z플립3는 기존 스마트폰과 차별화된 폼팩터(form factor·기기형태)와 감각적인 디자인으로 MZ세대(20~40대 연령층) 관심을 단번에 사로잡았다.

 

이와 관련해 삼성전자는 최근 MX(모바일경험)사업부에 독일 명차업체 메르세데스-벤츠 출신 이일환 총괄 겸 크레이티브 디렉터를 부사장으로 영입했다.

 

한국계 미국인인 이 부사장은 아시아 최초의 벤츠 디자이너로 알려져 있다.

 

그는 삼성전자 합류로 앞으로 나올 갤럭시 시리즈 디자인을 진두지휘할 것으로 보여 갤럭시 스마트폰 디자인에 다시 한번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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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럭시 S5 [사진 = 삼성전자]

 

■ 삼성전자, 젊은 층이 열광하는 '아이폰 감성' 맞서는 해법 절실

 

2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내 스마트폰 이용자들의 브랜드 선호도는 연령에 따라 큰 차이를 보인다. 

 

한국갤럽조사연구소가 발간한 ‘2012-2022 스마트폰 사용률&브랜드’ 리포트에 따르면 40·50·60대 연령층 가운데 현재 삼성전자 갤럭시를 사용하는 비중은 각각 71%, 82%, 79%로 나타났다. 이들 연령층이 애플 아이폰을 사용하는 비중은 각각 16%, 4%, 1%에 그쳤다.  이들의 아이폰 사용 비중은 스마트폰 사업을 접은 LG전자 스마트폰 사용자 11%, 12%, 14%에도 못미치는 수준이다.

 

반면 10·20·30대에서는 용호상박으로 나타났다. 18~29세에서 갤럭시 사용자는 44%, 아이폰 사용자는 52%로 조사됐다. 30대는 각각 53%, 42%로 파악됐다. 

 

이는 젊은 층의 아이폰 선호도가 높은 것으로 풀이된다. 한때는 온라인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소개팅에 나가 아이폰이 아닌 갤럭시 스마트폰을 사용한다고 차였다’, ‘아이폰을 사용하는 이성에게 더욱 호감을 느낀다’는 게시글이 소개되기도 했다.

 

젊은층의 아이폰 선호 현상에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디자인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애플의 시그니처 ‘한입 베어 문 사과’ 로고와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디자인은 이른바 ‘아이폰 감성’으로 통하며 소비자를 공략한다. 이 때문에 오랫동안 아이폰만 고집하는 충성고객이 상당하다고 알려졌다.

 

이에 비해 갤럭시는 스펙이 나날이 진화하고 있지만 디자인이 아쉽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그 정점에는 ‘갤럭시 S5’가 있다. 2014년 출시된 ‘모던 플래시(Modern Flash)’ 콘셉트의 갤럭시 S5는 이전에 없던 색다른 소재와 다양한 색상을 갖췄다. 제품 후면은 섬세하고 균일한 타공 패턴(perforated pattern)으로 시각적 즐거움과 손끝으로 느껴지는 촉감의 묘미를 동시에 살렸다는 게 삼성전자의 취지였다. 타공(打孔)은 '막힌 부분을 뚫어 구멍을 낸다'는 뜻이다.

 

하지만 기대와는 달리 소비자 반응은 냉담했다. 갤럭시S5는 ‘모공 디자인’, ‘반창고’라는 오명을 썼다. 일부 외신에서는 ‘컨베이어 벨트에서 찍어낸 싸구려 디자인’이라는 혹평까지 내놨다. 

 

그 무렵 휴대전화 전문 리서치회사 '마케팅인사이트'에서 실시한 스마트폰 이용자 제품 만족도 조사에서 갤럭시 S5는 10개 주요 제품 가운데 6위에 머물렀다.

 

갤럭시 S5는 10가지 평가항목 가운데 대부분 평균 이상 점수를 받았지만 ‘모양·디자인’에서 평균 64점에 못미치는 61점을 기록했다. 나란히 1·2위에 올랐던 아이폰 5S와 아이폰 5는 모양·디자인 항목에서 각각 86점, 79점을 받았다.  

 

줄곧 갤럭시 S시리즈만 사용하다 아이폰 12 미니를 사용하게 됐다는 20대 직장인 A씨는 “디자인에 끌려 아이폰을 사게 됐지만 스마트폰으로 문서를 열어보거나 통화 녹음, 삼성페이, 이 밖에 여러 기능면을 보면 갤럭시가 더 유용하다고 느낀다”며 “그럼에도 다음 스마트폰도 아이폰에 마음이 기운다. 디자인 영향이 가장 큰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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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럭시 Z플립3 [사진 = 삼성전자]

 

■ 애플 충성고객까지 탈주시킨 갤럭시 Z플립3 

 

갤럭시 디자인에 큰 기대감이 없던 소비자가 마음을 바꾼 계기가 된 제품이 2021년 출시된 ‘갤럭시 Z플립3’다. Z플립3는 기존 스마트폰에서 보기 드문 세련된 디자인으로 이목을 끌었다.

 

크림(Cream), 그린(Green), 라벤더(Lavender), 팬텀 블랙(Phantom Black) 등 기본 라인업(제품군)과 온라인 전용 컬러 옵션으로 소비자 개개인의 다양한 취향을 존중하고 개성을 표현할 수 있도록 선택지를 넓혔다. 

 

또한 Z플립3은 좋아하는 그림이나 사진을 커버 스크린에 담았으며 실리콘 스트랩과 링 그립 등 다양한 케이스 옵션이 추가됐다.

 

이에 따라 갤럭시 Z플립3은 성별을 가리지 않고 MZ세대로부터 큰 호응을 얻어 시리즈 가운데 역대급 판매량을 기록했다. 

 

시장조사기업 옴디아(Omdia)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폴더블 스마트폰 판매량은 약 900만대다. 2019년 조사를 시작한 이래로 지난해까지 폴더블폰 누적 판매 추정치는 1150만대로 알려졌다. 즉 폴더블폰 판매 대부분이 Z플립3가 출시된 2021년에 이뤄진 것으로 풀이된다.

 

Z플립3 디자인은 세계에서 인정 받았다. 출시 한 달 만에 전 세계 판매량이 200만대를 넘었다. 또한 Z플립3는 국제 독일 국제 디자인 공모전 ‘iF 디자인 어워드 2022(International Forum Design Award 2022)’에서 금상까지 거머쥐었다.

 

갤럭시의 반전은 여기에서 끝나지 않았다. Z플립3는 세계 명품 브랜드 ‘톱 브라운(Thom Browne)’과 손잡고 한정판 에디션을 출시해 흥행몰이에 나섰다. 이에 따라 269만원이 넘는 고가에도 불구하고 추첨에만 46만명이 몰려 완판을 기록하는 기염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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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갤럭시 S 시리즈 [사진 = 삼성전자]

 

■ 이미 시작된 갤럭시 디자인 혁신, 쇠뿔도 단김에 빼야

 

Z플립3를 통해 ‘갤플립(갤럭시 플립) 감성’을 만드는데 성공한 삼성전자는 이제 ‘갤럭시 감성’이라는 과제가 남아있다.

 

전체 스마트폰 시장에서 폴더블폰 점유율은 아직 1% 남짓이다. 결국 가장 많은 판매 비중을 차지하는 플래그십 라인업 ‘갤럭시 S’, 프리미엄 라인업 ‘갤럭시 A’에서 디자인 혁신을 이뤄내야 한다.

 

이미 시동은 걸렸다. 삼성전자는 최근 MX(모바일경험)사업부에 이일환 부사장을 영입했다.

 

벤츠에서 가장 많이 판매되는 ‘E클래스’와 럭셔리 4도어 쿠페 ‘CLS’이 이 부사장의 손을 거친 작품이다. 이에 따라 그의 손에서 탄생될 갤럭시 시리즈 디자인에 눈길이 모아지고 있다.

 

Z플립3은 디자인을 앞세워 세상에 없던 폴더블폰을 시장에 안착시켰다.

 

이는 스마트폰 시장에서 더이상 기술 혁신만으로 살아남을 수 없다는 깨우침을 남겼다. 또한 기술력이 상향 평준화된 스마트폰 시장에서 디자인은 시장 흐름을 바꾸는 게임 체인저(Game Changer)가 될 수 있음을 증명했다. 

 

전자·가전업계 관계자는 “스마트폰을 포함한 모든 전자제품의 스펙 경쟁은 다들 끝났다고 보고 있다"며 "소비자는 이제 성능을 넘어 ‘어떤 가치를 주느냐’를 고민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외적이든 내적이든 새로운 변화를 줘 소비자에게 어필해야 하는 시점"이라며 "그런 면에서 새 디자이너 영입은 ‘디자인 요소를 강조하겠다’라는 뜻으로 봐도 된다”고 덧붙였다.

 

이는 스마트폰 뿐만 아니라 TV, 냉장고 등 가전이나 노트북, 헤드폰, 이어폰 등 IT(정보기술)기기 등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이 관계자는 “TV를 예로 들면 과거에는 잘 나오면 되고 화질만 좋으면 그만이었는데 이제는 아니다”라며 “최근 소비자들은 하드웨어는 당연히 발전해야 하는 거고 디자인 강화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최근 제조업체들이 ‘라이프스타일’을 고려한 제품을 선보이는 것도 이와 같은 이유"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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