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보험료 인하한 손보업계, 공임비 인상 요구에 손해율 악화 우려
[뉴스투데이=김태규 기자] 손보업계가 자동차보험료를 인하 했지만 정비 공임비(정비요금)가 인상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다시 손해율이 악화할 것으로 보인다. 당국의 압박에 보험료를 인하한 업계는 난감한 상황이 됐다.
2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KB손해보험은 이달 21일 개인용 자동차보험료를 2.0% 수준으로 인하할 예정이다. 인하된 보험료는 2023년 2월 25일 책임개시 계약부터 적용된다. 현대해상과 DB손해보험 역시 2023년 2월 26일 책임개시 계약부터 개인용 자동차보험료를 2.0% 인하할 계획이다.
메리츠화재는 2023년 2월 27일 책임개시 계약부터 개인용 자동차보험료를 2.5% 인하하고, 롯데손해보험은 내년 1월 1일부터 개인용 자동차보험과 업무용 자동차보험의 보험료를 모두 평균 2.9% 인하한다.
금융당국은 그간 계속해서 손보업계에 자동차보험료 인하를 주문해왔다. 금리와 물가가 상승하면서 커진 서민의 경제적 부담을 완화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이미 올해 4월 자동차보험료를 인하한 손보업계는 당국의 압박에 다시 자동차보험료를 인하했다.
손보업계의 올해 상반기까지 손보업계의 자동차보험 영업이익률은 6% 가량이다. 원수보험료는 10조3731억원이고, 6264억원의 흑자를 기록했다. 전년 동기와 비교해 51.4% 이익이 증가한 것이다.
이 같은 이익 증가는 주요 손보사들의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70% 중반을 기록한 데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하반기에 들어서면서 손해율이 급격히 악화했다. 지난달 기준 국내 11개 손보사의 평균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94.8%로 전년 동기 대비 2.9%포인트(p) 상승했다.
하반기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와 집중호우‧태풍 등 자연재해로 손해율이 다시 오르기 시작한 것이다.
손보업계의 평균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2018년 86% △2019년 92.9% △2020년 85.7%였다. 사업운영비 등으로 고려하면 자동차보험 적정 손해율은 80% 내외로 여겨진다. 코로나19 이전 손해율이 80%대 중반을 기록하면서 손실액도 △2018년 7237억원 △2019년 1조6445억원 △2020년 3799억원을 나타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정비업계가 공임비 인상을 요구하고 있어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보험정비협의회(이하 협의회)'는 이달 16일 정비요금 인상 논의를 시작했다. 협의회는 자동차 손해배상 보장법에 따라 위원장 1명과 보험업계 대표 위원 5명, 정비업계 대표 위원 5명, 공익대표 위원 5명으로 구성된다.
협의회에서 정비업계는 손보업계에 정비요금을 9.9% 인상을 요구했다. 정비업계는 올해 정비요금을 4.5% 인상한 바 있다. 정비요금은 2005년과 2010년, 2018년, 2021년 등 17년간 4번만 인상돼 물가와 인건비 상승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손보업계는 정비요금 동결을 주장하고 있다. 정비요금이 오르면 발생손해액이 증가할 수밖에 없다. 자동차보험료 인하를 결정한 상황에서 정비요금이 오르면 손해율 악화는 뻔한 일이다.
손보업계 한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그간 누적된 자동차보험 적자와 겨울철 계절적 요인에 따른 손해율 상승 등으로 자동차보험 시장 환경이 어두운 상황"이라며 "자동자 정비수가가 인상되면 손해율 상승은 심화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손보업계 다른 관계자는 "하반기에 접어들면서 거리두기 해제, 자연재해 등으로 손해율이 다시 악화하고 있고, 겨울철에는 통상 눈, 빙판길 등 사고가 증가해 손해율이 상승한다"면서 "코로나19 기간 자동차보험 손해율 개선으로 실적이 좋았지만 내년에는 실적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