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투데이=산업부] 올해 산업계는 경제침체 여파로 좋은 소식보다 암울한 소식이 많았다.
고물가 시대가 도래하며 서민 경제는 팍팍해졌고, 금리 인상으로 부동산시장엔 빙하기가 찾아왔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원자재값이 상승하면서 대부분 산업계가 타격을 받았다.
그런 와중에서도 대한민국 산업계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을 멈추지 않았다.
사우디아라비아 실권자인 빈 살만 왕세자의 방한으로 국내 재계가 사우디 정부와 협력을 약속, ‘제2의 중동 붐’을 꿈꾸게 했고,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안이 통과되면서 국내 배터리 3사에 대한 기대감이 증폭됐다. 특히 방산산업은 ‘도약’이라고 할 정도로 활성화돼 벌써 내년 성장폭을 기대케 했다.
다음은 뉴스투데이가 선정한 2022년 올해의 10대 산업 뉴스들이다.
1. 도미노 가격 인상…고물가 시대에 PB 강화하는 유통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 되면서 곡물 가격이 치솟았다. 이로 인해 밀값, 팜유 가격이 오르면서 라면부터 과자값 등이 올랐다.
여기에 물류비 증가로 커피 가격도 오르면서 스타벅스, 커피빈, 이디야 등 각 커피 프랜차이즈들은 일제히 가격을 인상하기 시작했다. 뿐만 아니라 원유 가격도 오르면서 '밀크플레이션'이 현실화됐다.
고물가 시대에 접어들자 편의점 도시락의 인기가 급확산되는 현상이 일어났고, 각 유통업계는 자체브랜드(PB)를 강화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2. 금리인상에 거래절벽…부동산 시장 빙하기
금리 인상으로 인해 부동산 시장엔 빙하기가 찾아왔다. 지난해 0.50% 수준이었던 기준금리가 올해 3.25%까지 치솟으면서 주택담보대출 금리 상단이 8%를 위협하고 있다.
고금리는 부동산 수요자들에게 당장 대출이자 부담으로 다가왔다. 주택산업연구원은 내년 수도권 아파트 실거래 가격이 올해보다 13% 더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집값이 계속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자 수요자들은 더더욱 주택 구매를 하지 않고 관망세를 유지했다.
매물을 내놓은 집주인들은 집값이 끝을 모르고 하락하자 기존 내놓았던 물건을 거두거나, 전월세로 전환하는 등 방식을 택했다. GTX 호재로 인기를 얻었던 지역도 4억여원대 가격하락이 발생했고, 서울에서도 매물 처리를 위해 전거래 대비 40%나 가격을 내린 급매물이 등장해 부동산 시장 침체기를 실감케 했다.
급급매 매물만 거래되면서 전국 주택거래량은 올해 하반기 들어 2년 전 대비 10분의1 수준인 매월 1000건 미만까지 떨어졌다.
3. 정부, 부동산시장 정상화 위한 각종 규제 완화
정부는 부동산 시장 연착륙을 위해 지난 정부에서 묶어놨던 규제를 해제하기 시작했다. 규제지역을 해제하고, 부동산 관련 세금 부담을 낮추는 데 집중했다. 대출 규제도 완화했다.
정부는 몇 차례에 걸쳐 전국 대부분 지역을 부동산 규제지역에서 해제했다. 해제된 지역에선 대출, 청약 등 부동산 관련 규제가 완화돼 거래량이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가 일었다.
공급량이 위축되는 것을 막기 위해 분양가상한제,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안전진단 등 ‘재건축 3대 대못’을 개편 및 완화해서 숨통을 트이게 했다.
최근엔 공시가격도 14년 만에 낮추기로 했다.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2020년 수준으로 조절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 부담이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대부분 업계에선 매수심리가 얼어붙은 것은 금리 문제로 보고 있다. 시장 활성화를 위해선 추가 규제 및 고금리로 인한 이자 부담을 상쇄할 수 있을 만한 적극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4. 중대재해법 급부상…법 개정 움직임도
지난 1월 광주 학동 4구역 재개발 사업지에서 HDC현대산업개발의 아이파크 외벽 붕괴사고가 발생, 사망자가 생기면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중대재해법)이 힘을 얻었다. 중대재해법은 건설현장에서 사고가 발생했을 때 강도높은 처벌을 해 건설업계에 경각심을 주고 안전에 더 신경을 쓰도록 해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자는 기능을 담고 있다.
하지만, 노동계와 정치권 일각에서 중대재해법을 강화하자고 주장하는 것과는 달리, 건설업계와 관련 산업계에선 중대재해법이 비정상적인 과도한 규제를 담고 있어 건설산업을 위축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다.
노동계 역시 이런 문제점에 대해 잘 알고 있다. 민주노총이 중대재해법 강화를 주장하면서 발주처 공기 단축 강요 때 처벌할 것과 재해 발생 때 인과관계를 추정하는 과정을 도입해야 한다는 요구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현장의 안전은 무엇보다 최우선돼야 하지만, 부실공사나 안전불감증으로 발생한 사고가 아닌, 실수로 발생한 사고로 건설회사 총수에 처벌의 칼을 들이댄다면 건설사는 위축될 수밖에 없기에, 그룹 총수 처벌이 아닌, 현장 안전을 가로막는 잘못된 관행, 실질적인 사고 책임 담당자를 처벌하는 것이 중대재해법의 목적이 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5. 10년 만의 회장 승격…본격 개막한 ‘이재용의 뉴삼성’
올해 8월15일 광복절을 앞두고 이재용 삼성전자 당시 부회장은 특별사면(특사)으로 복권되면서 경영 일선으로 복귀했다. 그리고 지난 10월 10년간 유지해 온 부회장 타이틀을 떼고 회장으로 승격했다.
물론 그간 이 회장이 경영 전반을 진두지휘하면서 사실상 그룹 총수 역할을 유지해왔다. 그러나 최근 대내외 불확실성으로 경영 여건이 녹록지 않아지며 책임 경영 강화, 경영 안정성 개선, 신속하고 과감한 의사결정이 절실하다는 판단에서 이사회는 이 회장의 승진을 최종 승인했다.
그의 경영능력이 본격 시험대에 오른 가운데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사법리스크, 대내외 변수로 인한 경영위기를 돌파한 ‘이재용의 뉴삼성’은 어떤 모습일지 귀추가 주목된다.
6. 한국 재계를 흔든 사우디 왕세자 방한…‘제2 중동붐’ 기대감 상승
지난 11월17일 사우디아라비아 실권자로 알려진 빈 살만 왕세자 한·사우디 수교 60주년을 기념해 한국을 방문했다.
빈 살만 왕세자의 한국 방문 일정에 맞춰 한국 기업과 사우디 정부 간 대규모 사업 협력을 추진하기로 예고된 만큼 경제계에서는 그의 방문에 큰 관심을 보였다.
국내 주요 그룹사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이날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더불어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정기선 HD현대 사장,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이재현 CJ그룹 회장, 김동관 한화솔루션 부회장, 이해욱 DL그룹 회장과 만남을 가졌다.
총수들과 왕세자는 총사업비만 5000억 달러(한화 약 670조원)에 달하는 사우디아라비아 친환경 미래도시 프로젝트 ‘네옴시티’와 관련한 협력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제계에서는 빈살만 왕세자의 이번 방한을 계기로 과거 한국 경제 도약을 이끈 ‘중동 붐’이 다시 한번 재현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7. 배터리3사, 美 IRA 통과에 힘입어 날아 올라
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가 올해 8월 통과된 ‘미 인플레이션 감축법안(IRA)’에 힘입어 더욱 비상하고 있다.
미 완성차 기업들이 IRA에 따른 세제 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미국을 비롯한 미국과 FTA를 체결한 국가로부터 배터리 및 소재를 공급받아야 한다.
이뿐 아니라 실질적으로 중국 배터리 업계를 견제하고 미국을 중심으로 한 전기차·배터리 밸류체인(공급망)을 구축하고자 하는 게 IRA의 취지다.
미 정부의 이 같은 정책에 발맞출 수 있는 기업은 오직 한국 기업뿐이다. 이에 따라 배터리 3사는 2025년까지 총 40조원의 투자를 단행한다는 계획이다.
이로써 배터리 3사의 미국 내 배터리 생산능력은 2021년 39GWh에서 2025년 442GWh까지 확장될 예정이며, 미국 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3%에서 2025년 44%까지 확대될 예정이다.
8. K-방산 도약의해…2023년에도 신화는 지속된다
올해 러시아-우크라 전쟁이 발발하면서 대부분의 산업은 휘청거렸으나 K-방산만은 기조를 달리했다.
LIG넥스원이 올해 초 아랍에미리트(UAE)로부터 2조 6000억원 규모의 중거리지대공미사일(M-SAM) 공급 계약을 체결한 데 이어 현대로템, 한국항공우주(KAI), 한화디펜스가 각각 폴란드로부터 9조원~10조원 규모의 K2 전차 1000대, 3조9000억원 규모 FA-50 경전투기 48대, 4조~5조원 규모 K9 자주포 672문을 수주하는 쾌거를 달성했다.
2023년에도 K-방산 쾌진격은 계속된다.
한화디펜스는 호주가 181억 달러(약 23조원) 규모로 추진하고 있는 ‘육군 차세대 보병전투장갑차 사업(랜드 400 3단계)’에 레드백 장갑차를 제시하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이뿐 아니라 LIG넥스원은 중동 방산 시장을 공략키 위해 올해 3월 사우디 투자부(MISA)와 방산분야 협력 확대를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하는 등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9. SKT ‘에이닷’-KT ‘우영우’-LGU+ ‘아이들나라’…플랫폼 기업 도약
무선 통신 서비스 시장 포화에도 불구하고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국내 이동통신 3사가 3개분기 연속 합산 영업이익 1조원을 돌파했다. 단가가 높은 5G(5세대 이동통신) 가입자 비중을 확대하면서 비(非)통신 사업을 본격화한 것이 주효했다.
통신 3사는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한 플랫폼 사업에 열중하고 있다. SK텔레콤(SKT)은 ‘AI 서비스 컴퍼니’라는 슬로건을 강조하며 차세대 AI 서비스 ‘에이닷’을 출시했다.
KT는 ‘디지코’(DIGICO·디지털 플랫폼 기업)를 넘어 ‘글로벌 테크 컴퍼니’로 도약을 꿈꾸고 있다. KT의 경우 올해는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제작해 히트시키며 미디어·콘텐츠 신흥 강자로 도약했다.
LG유플러스도 플랫폼 기업으로의 전환을 뜻하는 ‘U+ 3.0’ 시대를 선언했다. LG유플러스는 키즈 OTT ‘아이들나라’ 등 성장 사업을 앞세워 2025년 비통신 매출 비중을 30%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10. "홀대 못참아"…게임사에 목소리 내는 이용자들
이용자들이 게임사의 운영 미숙을 바로잡기 위해 항의 문구가 적힌 트럭을 본사에 보내는 ‘트럭 시위’가 한 단계 발전했다.
지난 8월 판교 일대에는 ‘우마무스메: 프리티더비’(이하 우마무스메) 이용자들이 카카오게임즈에 보낸 마차가 활보해 눈길을 끌었다. 우마무스메는 경주마를 미소녀로 의인화 한 캐릭터를 육성해 경주를 벌이는 서브컬처 게임이다.
우마무스메 이용자들은 일본 서버에 비해 초기에 제공하는 게임 재화 수가 적고 유료 픽업(뽑기) 이벤트 기간도 차별했다며 의문을 제기했다.
이와 관련해 카카오게임즈 측이 적절한 해결방안을 제시하지 않자 이용자들은 게임 스토리를 반영해 카카오게임즈 판교 사옥에 실제 말과 마차를 보내 항의했다.
카카오게임즈는 우마무스메 이용자 자율협의체와 테이블을 열었고 지속적인 소통을 통해 최근 가파른 매출 상승세를 이뤘다.
게임업계 트럭시위 스타트를 끊은 넷마블 ‘페이트 그랜드 오더’ 이용자들은 지속적인 개선에 보답하는 의미로 넷마블 본사에 ‘커피 트럭’을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