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점뉴스] HMM 김경배 호(號), 국제운임 하락에도 휘파람 부는 이유 알고보니...
코로나19 특수 끝났지만 국제 물량 확보에 성공
한국 수출 기업에 임시선박 투입해 상생 일궈내
2026년까지 15조원 투자해 '글로벌 선사'로 우뚝
[뉴스투데이=남지완 기자] 국적선사 HMM(옛 현대상선)이 글로벌 해운 운임 하락이라는 악재에도 견조한 실적을 달성해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는 HMM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특수 종료에도 대규모 국제 물량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HMM은 한국 수출 기업 물류 사업을 돕기 위해 임시 선박을 투입하는 등 '기업 도우미' 역할을 톡톡히 해 눈길을 모으고 있다.
15일 국가통계포털(KOSIS) 자료에 따르면 2020년 기준 한국의 대외무역 의존도는 59.83%이며 수출입화물의 99.7%가 선박을 통해 해외로 나가고 있다.
수출입화물 거의 대부분이 선박을 통해 이송됨에 따라 HMM은 수출입 물량을 확보하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
또한 HMM은 갈수록 치열해지는 글로벌 물류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오는 2026년까지 총 15조원을 투자하겠다는 야심 찬 사업 비전을 제시했다.
■ HMM, 높은 적취율 덕분에 운임 하락에도 실적 상승 거머줘
올해 들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완화 기대감에 대다수 글로벌 선사들이 선복량(배에 실을 수 있는 화물량) 규모를 늘려 컨테이너선 운임을 대변하는 상하이 컨테이너 운임지수(SCFI)가 줄곧 하락하고 있다. 화주 보다 운항이 가능한 컨테이너선이 크게 늘어 운임가격이 그만큼 떨어진 셈이다. 쉽게 설명하면 공급량이 수요량을 초과한 셈이다.
상하이해운거래소 자료에 따르면 올해 초 SCFI는 5046 포인트를 기록했으나 지난 11월 말 1306포인트로 곤두박칠쳤다. SCFI가 하락세를 보이는 것은 선사 입장에서는 매출과 영업이익이 줄어드는 요인이 된다.
이처럼 어려운 영업환경 속에서 HMM이 최대 실적을 달성한 데에는 해운물류역량 차별화 덕분이다.
전자공시시스템(다트)에 따르면 HMM은 올해 3분기 매출 5조1062억원, 영업이익 2조6010억원을 달성했다. 이는 지난해 3분기 매출 4조164억원, 영업이익 2조2708억원과 비교해 각각 27%, 13% 상승한 것이다.
또한 HMM의 올해 초∼3분기 누적 실적을 살펴보면 매출은 15조589억원, 영업이익은 8조6867억원이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누적 매출액(9조3511억원)과 영업이익(4조6790억원)을 크게 앞지른 성적표다.
HMM이 해운 운임 하락이라는 악조건에서 이와 같은 실적 호조를 일궈낸 배경에는 적취율이 자리잡고 있다.
적취율은 컨테이너선 허용 용량에 컨테이너박스가 얼마만큼 실리는 지를 백분율로 나타낸 지표다. 예를 들어 2만4000TEU 급 컨테이너선에 2만3760개 컨테이너박스가 실리면 적취율은 99%다. TEU는 6.09m 길이 컨테이너박스 1개 단위를 뜻한다.
코로나19가 유행하던 2020~2021년 당시 글로벌 선사들은 코로나19 창궐에 따른 전세계 물동량 급감으로 선단(배의 무리) 규모를 축소했다. 이에 따라 선사들은 컨테이너선에 실을 물량을 확보하는데 어려움이 없었다.
HMM 역시 2021년 1분기 미주항로 74.1%, 유럽항로 83.6%, 아주항로 61.2%의 적취율을 달성하는 등 평균 71.5%의 적취율을 기록해 실적 호조를 이어갔다.
모든 해운 노선에서 헤드홀(아시아에서 출발해 유럽·미주 등으로 이동하는 노선) 적취율은 거의 100% 수준을 유지했지만 백홀(다른 지역에서 아시아로 이동하는 노선) 적취율은 상대적으로 낮아 적취율 평균이 71.5%를 나타냈다.
그러나 올해 들어 코로나19 맹위가 주춤해지고 해운 운임도 하락해 화주들은 HMM 외에 다양한 글로벌 선사들을 선택할 수 있는 여지가 생겼다.
HMM 관계자는 “업황이 좋지 않았지만 글로벌 환경규제 대응, 디지털 고도화, 수익성 개선 등에 힘입어 올해 3분기 누적 영업이익률이 57.7%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HMM은 글로벌 환경규제에 발맞춰 스크러버(탈황장치) 장착에도 적극적인 면을 보이고 있다.
HMM은 올해 기준으로 운영하는 선단의 83%에 스크러버를 탑재했다.
2020년부터 시행된 국제해사기구(IMO) 환경규제에 따라 선사들은 친환경 연료 확보에 나서야 한다.
이를 위해 선사들이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스크러버 사용, 저유황유 사용, 액화천연가스(LNG) 연료 사용 등 3가지다.
HMM은 이 가운데 스크러버 설치 방안을 선택했다. 글로벌 선사의 평균 스크러버 설치율이 30%인 점을 감안하면 HMM은 야심 찬 친환경 정책을 펼치고 있는 셈이다.
이와 함께 HMM은 지난해 말 사물인터넷(IoT) 장비 1000여개를 냉장·냉동 컨테이너박스에 부착하는 등 장기적으로 IoT 도입을 더욱 늘려나갈 방침이다.
IoT 장비가 도입되면 실시간 화물 위치 파악은 물론 컨테이너박스 내 온도, 습도, 진동 변화 여부 등을 꼼꼼하게 파악할 수 있다. 또한 모니터링 관제시스템을 갖춰 화주 서비스 향상, 비용 절감, 운영개선 등을 이끌어내기 위한 빅데이터(Big data)도 갖춰야 할 항목이다.
업계 관계자는 "HMM은 각종 첨단 시스템을 갖춰 해운물류 역량이 갈수록 강화되고 있다"며 "많은 화주들도 HMM의 시스템 첨단화를 높이 평가한다"고 설명했다.
■ 수익성 확보와 국적선사 역할에 최선 다해
코로나19가 확산되던 2020년 하반기 당시 한국 수출 기업들은 수출 선박을 확보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굴렀다.
컨테이너선 부족 현상이 두드러지면서 글로벌 선사들은 높은 운임을 거머쥘 수 있는 중국발(發) 위주 물량 확보에만 힘썼다. 이에 따라 물량이 상대적으로 적은 한국 기업들은 외면 받을 수밖에 없었다.
HMM은 이 같은 수출 기업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2020년 8월 미주노선에 임시 컨테이너선을 투입하기 시작했다. 이를 통해 HMM은 올해 초까지 60여척이 넘는 임시 선박을 지원해 국적선사 역할을 다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HMM이 임시 선박으로 세계 최대 해운물류국 중국에서 영업을 하면 더 좋은 운임으로 많은 화물을 싣고 미주로 향할 수 있었다"며 "그러나 HMM은 한국 기업 고충을 해결하기 위해 중국이 아닌 부산에서 배를 띄우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HMM 협력에 힘입어 국내 중견·중소기업 수출이 원활하게 이뤄졌다. 이러한 노력에 중소벤처기업부(중기부)는 지난해 말 HMM 관계자를 초청해 ‘HMM의 상생협력에 대한 공로를 기념하는 감사패’를 전달했다.
당시 강성천 중기부 차관은 “HMM의 적극적인 협력으로 중소기업 수출 활동에 큰 도움이 됐다”고 감사의 말을 전했다.
■ 15조원 투자해 역량 강화 지속.... 120만TEU까지 선단 규모 늘린다
2020년이 'HMM 부활의 해', 2021년과 2022년이 'HMM 실적 향상의 해'였다면 다가올 2023년과 2024년은 재도약을 위한 '기초체력 강화의 해'가 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HMM은 선단 규모 확대 등 펀더멘탈 강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HMM 관계자는 “현재 회사의 선단 규모는 81만TEU 수준이지만 2026년까지 총 120만TEU 규모로 늘릴 계획"이라며 "신규 선박 인수, 용선 계약(선박을 빌리는 계약) 체결 등 모든 가능성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HMM은 지난해 6월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에 1만3000TEU 급 컨테이너선을 각각 6척 발주했으며 2024년 상반기까지 전량을 인도받을 계획이다.
또한 HMM은 오는 2026년까지 15조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지난 7월 밝혔다.
15조원 투자 계획 가운데 10조원은 선박 확보, 터미널 확보에, 5조원은 종합물류 등 사업다각화에 사용될 예정이다.
특히 HMM은 새로 수주하는 컨테이너선에 스크러버를 설치해 IMO 환경규제에 대응하고 중기적으로는 액화천연가스(LNG) 추진선, 메탄올 추진선 등 친환경 선박을 확보할 방침이다.
댓글 (0)
- 띄어 쓰기를 포함하여 250자 이내로 써주세요.
- 건전한 토론문화를 위해,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는 욕설/비방/허위/명예훼손/도배 등의 댓글은 표시가 제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