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일 기자 입력 : 2022.12.09 07:19 ㅣ 수정 : 2022.12.09 08:00
신한금융 차기 회장에 만장일치 진옥동 신한은행장 조용병 회장 예상 깨고 용퇴 결정··“세대교체 위해” 진 행장 제시한 지속가능 전략 높은 평가 받은 듯 일본 영향력으로 재일교포 주주 소통 강화 해석도
[뉴스투데이=유한일 기자] 내년부터 신한금융그룹을 이끌 차기 회장에 진옥동 신한은행장이 확정되자 금융권에선 예상치 못 한 결과라는 반응이 나온다. 양호한 실적 등을 기반으로 연임에 성공할 것으로 점쳐졌던 조용병 회장이 스스로 물러나는 걸 택했기 때문이다.
진 행장이 이변을 일으킨 건 ‘신한의 미래’ 비전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신한은행장으로서 보여준 경영 성과와 지속가능 전략이 높은 평가를 받았단 분석이다. 신한금융으로서 중요한 일본 영향력 역시 힘을 더한 것으로 보인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금융은 지난 8일 서울 중구 본사에서 이사회 전원이 참석하는 확대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를 열고 차기 회장 최종 후보에 진 행장을 추천했다.
신한금융 회추위는 지난달 30일 차기 회장 숏리스트로 조 회장과 진 행장, 임영진 신한카드 사장 등 3명을 선정했다. 당초 금융권에선 조 회장이 연임에 성공하고, 진 행장은 신설될 그룹 부회장직에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회추위 직전까지도 이 같은 관측이 유효했으나, 조 회장의 ‘용퇴’ 결정은 이변이었다. 신한금융 회추위에 따르면 조 회장은 용퇴 이유에 대해 세대 교체와 신한의 미래를 제시했다. 이후 진행된 이사회 투표 결과 진 행장이 차기 회장 최종 후보에 만장일치로 선정됐다.
금융권에서도 예상 밖 결과라는 의견이 다수다. 올해 신한금융이 3년 만에 리딩금융(순이익 기준 1등 금융지주) 탈환을 앞두고 있는 점, 경영 기간 내 비(非)금융 강화 성과가 나오고 있는 점 등을 봤을 때 조 회장의 추가 연임이 당연시되는 분위기였기 때문이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조 회장은 누구도 부정하지 못 할 경영 실적을 쌓아놨고, 재임 나이 제한도 아직 남았기 때문에 한 번 더 임기를 보낼 것으로 생각했다”며 “이런 상황에도 스스로 용퇴한다고 한 건 대단한 결정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진 행장이 신한금융 차기 회장에 선정된 건 지속가능 전략이 이사회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는 조 회장의 용퇴 이유인 ‘신한의 미래’와도 맞물린다. 향후 신한금융 성장 방향에 대한 진 행장의 비전이 설득력을 얻었을 것이란 설명이다.
실제 진 행장은 전일 회추위의 숏리스트 대상 면접에 들어가기 전 “신한금융이 100년 기업으로 가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지속가능 경영에 대해 중점적으로 말할 것”이라며 “은행장을 하면서 추진해 왔던 고객 중심에 대한 부분을 말할 생각”이라고 말한 바 있다.
회추위는 진 행장에 대해 대표이사 회장으로서 요구되는 통찰력과 조직 관리 역량, 도덕성 등을 고루 갖췄다고 평가했다. 또 신한은행장으로 재임하며 지속적인 성과 창출 기반을 마련한 점도 차기 회장 선정에 힘을 실었다.
회추위 관계자는 “진 행장은 다가 올 불확실한 미래에 대해 유연하게 대응하며 내외부의 역량을 축적하고 결집할 수 있는 리더십을 보유했다”며 “그룹의 위상을 공고히 하고 글로벌 확장과 성과 창출을 보여줄 적임자”라고 후보 추천 배경을 설명했다.
금융권에선 진 행장의 ‘일본통’ 타이틀도 차기 회장 선정에 긍정적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고 본다. 그는 1986년 IBK기업은행에서 신한은행으로 이직한 뒤 1997년부터 2002년까지, 2008년부터 2016년 말까지 거의 14년을 일본에서 근무했다.
신한금융은 신한은행에서 출발한 금융지주사다. 신한금융은 1982년에 설립됐는데, 국내 은행 중 최초로 재일교포들의 출자가 주축이 됐다. 올 상반기 기준 신한금융 단일 최대주주는 국민연금공단(8.37%)이지만, 재일교포 주주들의 지분이 이를 웃도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신한금융에 재일교포 주주들의 영향력이 강력할 수밖에 없다. 또 신한금융 사장단은 매년 재일교포 주주 원로 모임인 ‘간친회’와 회동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신한금융의 이러한 지배구조 덕분에 다른 금융지주 대비 외풍(外風)으로부터 자유롭다는 분석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올 연말 금융지주 회장 인사철 와중에서 신한에 대해서만 외풍이나 관치(官治) 전망이 안 나온 건 굳건한 일본 영향력 때문”이라며 “지분율이 적어도 10%는 넘는다고 하는데, 이는 의사결정이나 결속 측면에서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일본 경험이 많은 진 행장이 신한금융 회장직에 오를 경우 재일교포 주주들과의 소통도 더 원활해질 것이란 기대가 나오는 이유다. 회추위도 신한금융 부사장, 신한은행장을 비롯해 진 행장의 SBJ은행(신한은행 일본법인) 법인장 경력을 언급했다. 반면 조 회장은 신한은행 뉴욕지점장을 지냈지만 일본 경력은 없다.
앞으로 진 행장은 신한금융 이사회에서 적정성 심의·의결을 거쳐 차기 회장 최종 후보로 확정될 예정이다. 내년 3월 개최될 신한금융 정기 주주총회 및 이사회 승인 이후 회장으로 취임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