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독스 배터리, 낮은 폭발 위험성 등 장점으로 차세대 배터리로 부각
21세기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산업의 쌀’인 반도체와 더불어 배터리는 가장 중요한 품목이다. 단순히 스마트 폰의 전력원을 넘어서 탄소중립을 위한 ESS(에너지저장장치)의 핵심일 뿐만 아니라 향후 UAM(Urban Air Mobility) 등 미래 모빌리티 방향을 이끌 중핵으로 부상하고 있다. 현재 글로벌 배터리 대전에서 선두는 중국의 CATL이다. 한편 기술적으로 앞서 있는 우리나라의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및 SK온 등의 추격을 받고 있어 글로벌 경쟁구도는 중국의 CATL, BYD 등과 우리나라 3사로 압축된다. 그러나 차세대 전고체 배터리 기술에서 앞서 있는 글로벌 3위 파나소닉 등 일본 기업도 배제할 수 없다. CATL을 필두로 국내 3사를 포함하여 세계 주요 기업들이 벌이고 있는 글로벌 배터리 대전의 양상을 살펴보고 우리 기업들의 대응 방향을 모색해 본다. <편집자 주>
[뉴스투데이=곽대종 산업연구원 연구위원] 현재 스마트폰이나 전기차에 쓰이는 배터리로서 리튬이온 계열이 뛰어난 효율 때문에 많이 쓰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화재로 인한 폭발 위험성은 국내에서도 전기차 화재나 ESS(Energy Storage System)용 배터리 화재 사고에서도 보듯이 한계로 지적된다.
따라서 차세대 배터리는 화재 발생 가능성을 최소화하고 최대한 중량을 줄이는 방향으로 개발되고 있는데 이 가운데 '레독스 배터리(레독스 플로우 배터리; Redox Flow Battery)'가 주목받고 있다.
레독스 배터리는 환원(Reduction), 산화(Oxidation) 및 흐름(Flow)을 합친 개념으로 기존 배터리와는 달리 화학적 반응이 일어나는 부분과 전기를 저장하는 부분을 구분함으로써 화재 위험성을 대폭 낮추고 출력과 용량의 독립적 설계가 가능하며 전지의 대용량화도 가능하다.
따라서 레독스 배터리는 안정적이고 수명이 길며 대용량 ESS에 적합하여 재생에너지, 도시전력망, 원격제어 전력공급 및 무정전 전원공급(UPS) 등 여러 영역에 다양하게 적용될 수 있다.
• 레독스 배터리, 2026년까지 연평균 약 20%가 넘는 성장세 예상
글로벌 리서치 기관 리서치앤마켓의 분석에 따르면 2020년 약 2억9050만달러였던 글로벌 레독스 배터리 시장은 향후 2026년까지 연평균 22.7% 급성장하여 약 9억6190만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2021년 기준으로 국별로는 점유율이 20.6%로 추정되는 미국이 6340만달러로 가장 크지만, 중국이 향후 2026년까지 연평균 27.5% 성장하여 1억6250만달러의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예측된다.
그 뒤를 이어 일본과 독일이 동 기간 중 각각 19.6%와 21.3%의 연평균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전망되며 독일을 제외한 기타 유럽 시장은 향후 2026년까지 약 2억1380만달러의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 레독스 배터리에 주목한 중국, 최근 대규모 ESS용 레독스 배터리 설비 준공
이러한 특성과 시장 트렌드에 주목하여 중국도 최근 레독스 배터리에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무역협회의 7월 자료에 의하면 레독스 배터리와 관련하여 선도기업인 판강판타이는 관련 제품 연간 생산량이 4만톤으로 중국 및 세계 1위이며, 2021년 기준 생산량이 중국 내에서 32%를, 세계에서는 21%의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특히 중국 국가에너지국이 6월 공표한 「전력생산 사고 예방 25가지 중점 요구(2022년판)」에서는 대형 전기화학 발전소의 삼원 리튬 배터리, 나트륨-유황 배터리 등의 사용을 금지함에 따라 레독스 배터리가 더욱 주목받고 있다.
한 연구기관은 향후 2025년 배터리 신규 용량 11.4GW 가운데 레독스 배터리 비중을 30%로 예상하고 있다.
• KAIST 연구팀, 레독스 배터리 열화 메커니즘 규명과 수명연장 기술개발에 성공
최근 국내 연구진도 레독스 배터리의 수명연장 기술개발에 성공하였다.
10월 초 KAIST 차세대 배터리센터 김희탁 교수 연구팀이 레독스 배터리의 아연 전극 열화 메커니즘을 규명하고 이를 해결하는 기술개발에 성공함으로써 레독스 배터리 가운데 가장 수명이 긴 수계(물)‧브롬 레독스 배터리 전지 개발에 성공한 것이다.
배터리 발화 현상을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수계 전해질을 채택한 레독스 배터리 가운데 특히 가격이 저렴한 브롬화 아연을 활물질로 활용하는 아연‧브롬 레독스 배터리는 높은 전압과 에너지 밀도뿐만 아니라 저렴한 가격으로 과거부터 ESS용으로 주목되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연 음극의 짧은 수명과 충방전 과정 중에 보이는 불균일한 돌기 형성(덴트라이트)으로 인한 수명 단축은 해결이 필요한 난제였다.
그런데 김 교수팀은 덴트라이트 형성 메커니즘을 규명하고 대안을 제시함으로써 현재의 리튬이온 배터리 대비 30배에 달하는 높은 충방전 전류밀도에서 5천사이클 이상의 수명 특성을 구현하는데 성공한 것이다.
• 산자부의 최근 배터리 전략에도 포함
정부도 이러한 차세대 배터리 관련 기술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 11월 발표한 산자부의 민‧관 합동 「이차전지 산업 혁신전략」 중에서도 그동안 우리 기업들이 주력하지 않던 비리튬계 배터리 등 다양한 배터리 분야의 기술개발에 투자하여 기술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특히 레독스 배터리 분야에서도 2021~2023년 기간에 걸쳐 약 265억원을 투입하여 고신뢰 장주기 대용량 레독스 배터리를 개발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국내 연구진과 산업계의 노력이 결실을 맺어 차세대 배터리 분야에서도 우리나라가 선두를 굳건히 지킬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정리=최봉 산업경제 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