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 급감’ 가상자산 거래소, NFT 공략 속도
[뉴스투데이=최병춘 기자] ‘크립토 윈터’ 장기화로 가상자산 거래소 수익이 급감하고 있다. 높은 가상자산 거래 수수료 의존도에 시장 침체기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이에 거래소들은 수익다각화를 위해 앞다투어 대체불가능토큰(NFT) 시장 공략에 나섰다. 하지만 가상자산 시장에 불어닥친 악재가 NFT 시장에도 미치고 있어 가시적 성과로 이어질지 미지수다.
5일 가상자산업계에 따르면 빗썸은 최근 자회사 빗썸메타의 메타버스 ‘네모 월드’가 윤곽을 드러냈다.
빗썸메타는 자사 NFT 런치패드 플랫폼 ‘네모 마켓 알파’의 지원 블록체인을 ‘네모 마켓 베타’로 업그레이드했다. 기존 네모 마켓 알파는 이더리움만 지원했다면, 이번 네모 마켓 베타는 솔라나로 지원 범위를 확장하고, 향후 다양한 블록체인의 글로벌 NFT 프로젝트가 빗썸메타에서 준비하고 있는 메타버스인 네모 월드로 한 데 모일 수 있도록 상호운용성과 확장성을 연계했다.
앞서 빗썸메타는 자체 IP NFT 프로젝트 ‘네모 클럽’의 첫 플레이어블 3D 아바타 NFT ‘네모 비전즈’도 공개했다.
빗썸메타 관계자는 “이러한 시장의 니즈는 계속해서 증대될 것으로 전망하며, 이번 네모 마켓 베타를 통해 명실상부 국내 최초 멀티체인 지원 NFT 런치패드 플랫폼으로 시장 우위를 선점했다”며 “솔라나, 폴리곤, BNB 체인 등 멀티체인 기반의 글로벌 프로젝트들과의 지속적으로 협업을 모색함으로써 네모 월드가 글로벌로 진출하기 위한 교두보를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업비트도 출범 1주년을 맞이한 NFT 거래 플랫폼 ‘업비트 NFT’를 중심으로 NFT 시장 공략에 주력해왔다.
지난해 11월 23일 출시된 업비트 NFT는 거래 지원 검토 과정을 통과한 검증된 NFT만 거래하는 플랫폼이다. NFT를 경매에 부치는 ‘드롭스’와 소장 NFT를 이용자 간 거래하는 ‘마켓플레이스로 구성됐다.
두나무는 업비트 NFT 출시 이후 약 170회가 넘는 ‘드롭스’를 통해 예술, 웹툰, 스포츠 등 다양한 분야의 작품을 중개했다. 국내 아트 NFT 중 최고가 낙찰 가격을 기록한 김환기 화백의 '우주'를 비롯해 EBS의 인기 캐릭터 ‘펭수’ NFT 등이 업비트 NFT에서 거래됐다.
특히 올해는 두나무는 하이브와 NFT 사업을 위한 조인트벤처(JV) ‘레벨스’를 설립해 아티스트 IP과 NFT가 결합된 팬덤 기반의 신규 사업을 추진한다. 엄청난 트래픽을 처리하며 거래소 운영 노하우를 갖춘 두나무와 방탄소년단(BTS), 아리아나 그란데 등 글로벌 슈퍼스타 IP를 가진 하이브의 협업을 통해 국내를 넘어 글로벌 NFT 시장 공략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코빗도 지난달 30일 이더리움(ETH) 네트워크 기반 NFT 마켓플레이스 전면 개편해 오픈했다. 앞서 코빗은 글로벌 NFT 거래 플랫폼인 오픈씨(OpenSea)에 등록된 작품들을 구매할 수 있도록 했다. 이와 함께 블루베리 NFT, 세이브더칠드런 등과 손잡고 NFT 투자를 확대 중이다. 지난해 국내 드라마 제작사인 스튜디오드래곤과 협업해 드라마 빈센조, 마인, 호텔 델루나와 같은 드라마 작품의 NFT를 발행하기도 했다. 그리고 올해는 지난 9월과 10월에 각각 열렸던 음악 축제인 ‘울트라 코리아 2022’와 ‘자라섬재즈페스티벌’에서 입장권 형태의 NFT PASS를 판매하기도 했다.
오세진 코빗 대표는 “양질의 크리에이터 발굴을 지속함과 더불어 단순히 NFT 판매에 그치지 않고 고객들에게 NFT 소유로 누릴 수 있는 혜택을 다양하게 제공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원화마켓 뿐 아니라 코인마켓 움직임도 활발하다.
코어닥스는 지난 2일 NFT 마켓플레이스 파스텔과 가상자산 서비스 활성화를 위한 포괄적 업무 협약(MOU)을 체결했다. 이번 업무 협약을 통해 양사는 ▲NFT 마켓플레이스 공유 ▲공동 커뮤니티 운영 ▲라이브 커머스 진행 등 다양한 방식으로 협력해 나갈 방침이다.
코어닥스는 지난달 대한민국 전통 공예 명장의 작품을 NFT로 발행·판매하는 실물연계 NFT 스토어인 K-ART NFT 스토어 ‘밸류앤’을 공식 오픈한 데 이어 서비스 품질 개선 및 디자인 고도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가상자산 거래소 사업자들은 NFT 시장에 꾸준히 문을 두드려왔다. 가상자산 수수료에 기댄 수익 구조의 한계가 지적될 때마다 돌파구로 NFT 사업이 거론돼왔다.
실제로 가상자산 시장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가상자산 거래소들의 수익도 급감했다. 두나무는 올해 3분기까지 자회사를 포함한 연결 기준 누적 영업수익(매출)이 1조569억원으로 전년 동기(2조 8358억원) 대비 62.7% 감소했다. 누적 당기순이익은 3327억원으로 83.8%나 감소했다. 빗썸도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매출은 52.4%, 영업이익은 72.8%, 당기순익도 73% 씩 감소했다.
위험자산 투자심리 위축에 따른 ‘크립토 윈터’가 장기화 국면에 접어든 가운데 루나-테라 가격 폭락 사태에 이어 FTX 파산 후폭풍까지 몰아치면서 거래소들도 NFT를 중심으로 한 수익 다각화에 속도를 높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시장 신뢰가 타격을 입으면서 신규 고객 유입도 어려운 상황에 NFT를 통한 수익 모델 구축은 물론 이를 통한 신규 수요 확보도 기대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NFT 시장 상황도 여의치 않다는 점은 변수다. 가상자산 정보제공 사이트 논펀지블닷컴 등에 따르면 지난 11월 말 기준 일일 NFT 거래금액은 약 940만 달러로, 연초 1억4300만 달러를 기록하던 때보다 93%가량 급감했다.
같은 기간 거래된 NFT 개수도 4만623개에서 1만2574개로 1/4토막이 났다. 주요 프로젝트 가격도 곤두박질 쳤다. ‘지루한 원숭이들의 요트클럽(BAYC)’은 한때 2조원에 달했던 시가총액이 절반 수준으로 쪼그라들었고 국내 대표적인 NFT ‘메타콩즈’도 20분의 1 수준으로 급락했다.
FTX 파산, 위믹스 상장폐지 등 악재로 NFT 시장도 타격을 입은 것으로 풀이된다. 전체 가상자산 시장이 1년 사이 50~60% 감소한 것을 감안하면 NFT 시장의 침체가 더 심각한 수준이다.
엑셀러레이팅 기반의 크립토 벤처캐피탈 마마벤처스는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서 “NFT 시장의 거래량은 지난 1년전 대비 90% 이상 감소한 상태”라며 “상대적으로 유동성 공급에 유리한 가상자산과 달리 NFT는 예술품과 같이 가격의 표준 편차가 높고 유동성과 환급성이 떨어지는 자산”이라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수익 다각화 과제를 안고 있는 거래소들이 NFT시장 진출 속도를 늦추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가상자산업계의 한 관계자는 “NFT는 여전히 잠재력이 있는 시장”이라며 “단기적으로 가시적 성과를 내지 못하더라도 장기적 관점에서 새로운 수익모델 구축을 위해 거래소들이 NFT 시장을 외면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