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손보험료 인상률 보험업계-금융당국 줄다리기…"업계 요구 수준 어려울 것"
실손보험 손해율 3년째 130%대…올해도 비슷한 수준 전망
'손보업계 1위' 삼성화재, "3세대 10%대 인상 필요" 주장
금융당국, 고금리‧고물가 서민경제 부담에 "과도한 인상 자제"
보험업계 "인상 불가피…실손 구조 개선해 보험금 누수 막아야"
[뉴스투데이=김태규 기자] 실손보험료 인상률을 두고 보험업계와 금융당국이 줄다리기를 하는 모양새다.
보험업계는 실손보험 적자가 심화하는 만큼 두 자릿수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지만, 당국은 고물가로 서민경제가 어려운 만큼 지나친 인상을 자제하라고 주문하고 있다.
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업계와 당국은 최근 실손보험료 인상률 논의를 시작했다. 인상률은 이달 중순 이전 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보험업계는 비급여 항목 등 과잉진료로 실손보험 손해율이 치솟아 손실을 보고 있다고 주장한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보험사들이 도수치료와 하지정맥류, 비밸브 재건술, 하이푸 시술 등 4대 비급여 의료비 항목에 대해 지급한 보험금은 1조4035억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2018년 7535억원과 비교해 두 배 가량 증가한 수치다. 이 가운데 도수치료에 지급된 보험금은 1조1319억원으로 가장 높게 집계됐다. 하지정맥류는 1062억원, 하이푸(고강도초음파집속술) 시술은 1009억원, 비밸브 재건술은 646억원이다.
1~4세대 실손보험 손해율은 2019년 135.9%를 기록한 이래 2020년 132%, 2021년 132.5%로 나타났다. 업계는 올해 실손보험 손해율이 130%대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실손보험료는 2018년 동결 이후 2019년과 2020년 각각 6~7% 인상됐으며 2021년 10~12%, 올해는 14.2% 올랐다. 같은 기간 실손보험 손해율은 2018년 122.4%, 2019년 135.9%, 2020년 132.0%, 2021년 132.5%로 나타났다.
실손보험 손해율이 132.5%라는 것은 보험사가 보험료로 1만원을 받아 보험금으로 1만3250원을 지급했다는 의미로, 실손보험 상품을 판매하면서 손해를 보고 있다는 것을 나타낸다.
보험연구원은 2017년부터 2020년까지 4년간 연평균 실손보험료 인상률이 13.4%, 지급 보험금 증가율이 16%였다며 이 같은 상황이 유지된다면 올해부터 2031년까지 누적 적자가 112조3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보험업계는 일부 안과 의원에서 백내장 수술 관련 과잉 진료로 보험금 지급이 최대 100배 이상 급증하자 법적 대응에 나서면서 과도한 실손보험금 지급을 제한한 바 있다. 다만 백내장 과잉진료가 잡혔음에도 여전히 실손보험 손해율은 높은 상황이어서 업계는 최소 10% 이상의 실손보험료 인상을 주장하고 있다.
손보업계 1위인 삼성화재는 3분기 실적발표에서 "3세대 실손 손해율은 118%에 달한다"면서 "내년 보험료를 10% 안팎으로 인상할 수밖에 없다"고 의견을 낸 바 있다.
이처럼 보험업계에서는 두 자릿수 인상을 요구하고 있으나 금융당국은 최근 고금리, 고물가로 인해 서민경제가 어려워진 만큼 과도한 인상을 자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지난해에도 보험업계는 20% 인상을 요구했으나 금융당국과 협의를 거쳐 10%대 인상에 그친 바 있다. 때문에 이번에도 보험업계가 원하는 수준의 실손보험료 인상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보험업계의 한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최근 3년간 손해율이 130%를 넘고, 올해도 마찬가지일 것으로 보여 실손보험료 인상은 불가피하다"면서도 "당국이 서민경제 부담을 내세워 과도한 인상을 자제하도록 요청하는 만큼 업계의 요구가 받아들여지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적자가 갈수록 심해지면 보험사가 상품 판매를 중지할 수도 있을 것이고, 보험사는 물론 소비자에게도 피해가 갈 것"이라며 "실손보험 구조를 대대적으로 개편해 보험금 누수를 막을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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