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아산병원, 흉곽출구증후군 ‘로봇수술’···통증·합병증 적어 환자 삶의 질 높여
[뉴스투데이=최정호 기자] 최근 컴퓨터나 스마트폰을 장시간 사용하거나 무거운 무게를 드는 무리한 근력 운동을 하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흉곽출구증후군’ 환자가 늘고 있다.
흉곽출구증후군은 쇄골과 첫 번째 갈비뼈 사이 공간인 흉곽출구의 근육이 과도하게 긴장돼 쇄골 아래의 신경이나 혈관을 눌러 통증이 발생하는 질환이다.
충분한 물리치료로도 증상이 완화되지 않으면 원인이 되는 갈비뼈 부분을 잘라내야 하는데 신경과 혈관, 근육이 모두 모인 좁은 공간에서 수술이 이뤄지는 만큼 숙련된 의료진의 노하우가 필요하다.
30일 서울아산병원에 따르면 김용희 흉부외과 교수팀이 흉곽출구증후군으로 일상생활이 어렵던 홍 씨(68세, 여)를 국내 최초로 로봇수술로 치료했다. 미세 침습 수술인 만큼 홍 씨는 흉터나 통증이 거의 없이 수술 후 이틀 만에 건강하게 퇴원했다.
흉곽출구증후군은 약물이나 주사, 물리치료로 우선 통증을 조절한다. 증상이 심해지면 신경을 누르는 갈비뼈 부분을 잘라내는 수술적 치료를 할 수 있다. 기존에는 목 위 쇄골을 따라 약 10cm가량을 길게 절개해 원인이 되는 갈비뼈 부위를 잘라냈다.
흉곽출구증후군 로봇수술은 흉곽에 1cm 미만의 작은 구멍 네다섯 개를 뚫어 로봇 내시경과 수술 기구를 이용해 정교하고 안전하게 수술하는 방식이다. 수술 결과가 좋을 뿐 아니라 절개 범위가 작기 때문에 육안으로 보이는 흉터가 거의 없고 통증이나 합병증이 적어 환자들의 삶의 질도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흉곽출구증후군은 신경이나 혈관이 눌리는 위치에 따라 팔, 어깨, 가슴 등에 통증이 발생한다. 환자마다 증상이 달라 목 디스크, 협심증 등 다른 질환으로 오인하기 쉽다. 주로는 팔과 손이 저리거나 붓고 감각이 떨어지는 증상을 보인다.
선천성이거나 외상이 원인이 되어 발생할 수 있지만 컴퓨터나 운전할 때와 같이 팔을 앞으로 낮게 뻗은 자세를 장시간 유지하거나 무거운 무게를 반복적으로 들어 올리는 근력 운동처럼 목과 어깨에 부담을 주는 자세도 흉곽출구증후군의 원인이 될 수 있다.
기존에는 쇄골 위를 길게 절개해 흉곽출구증후군을 수술했는데, 과체중이거나 근육이 지나치게 많은 환자의 경우 수술 시야 확보가 어려웠다.
또 수술이 매우 좁은 공간에서 이뤄지다보니 주변 신경이나 혈관이 손상되는 경우도 있었다. 수술 후에는 감염, 부종 등 합병증 예방을 위해 환자의 목에 배액관을 부착한 채 퇴원하기 때문에 사후 관리의 번거로움을 호소하는 환자들도 많았다.
김용희 교수팀은 지난달 말 국내 처음으로 흉곽출구증후군을 로봇수술로 치료했다. 홍 씨의 겨드랑이에 5mm 구멍 1개와 8mm 구멍 3개를 뚫어 로봇팔과 내시경을 넣었다. 내시경을 통해 보다 넓은 시야를 확보하고 로봇팔을 자유자재로 움직여 오른쪽 팔로 가는 신경을 누르던 첫 번째 갈비뼈를 잘라냈다.
홍 씨는 통증이나 합병증 없이 수술 후 이틀 만에 건강하게 퇴원했다. 기존 수술법과 달리 배액관 부착이 필요 없었으며, 홍 씨는 증상이 크게 호전돼 퇴원 후 바로 평범한 일상을 되찾았다.
김용희 서울아산병원 흉부외과 교수는 “흉곽출구증후군 로봇수술은 기존 수술법보다 병의 원인이 되는 갈비뼈를 확실하고 안전하게 절개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며 “최근 20~40대에서 흉곽출구증후군이 많이 생기고 있는데, 물리 치료로 증상이 호전되지 않던 환자들이 로봇수술로 건강을 되찾고 삶의 질을 높이는 데 도움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흉곽출구증후군은 목이나 어깨에 무리가 되는 자세를 최대한 피하고 스트레칭으로 근육을 자주 풀어주는 것으로도 예방이 가능하니 평소 생활습관을 주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