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시장 침체에 손 놓은 '탄소배출권'...정부 방안에 '속도전'

황수분 기자 입력 : 2022.11.26 06:04 ㅣ 수정 : 2022.11.26 21:43

증권사, 배출권 20곳 장내 참여...2030년 500억달러 성장 전망
자발적 탄소배출권 5곳...세미나 개최, ESG 편람 발간 등 ‘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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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탄소배출권 거래 정착을 위해 구체적인 활성화 방안을 내놓자, 참여 증권사들이 관련 사업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사진=연합뉴스]

 

 

[뉴스투데이=황수분 기자] 정부가 탄소배출권 거래 정착을 위해 구체적인 활성화 방안을 내놓자, 참여 증권사들이 관련 사업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그간 증권사들이 자발적 탄소배출권 시장의 성장성을 내다보고 관련 사업 준비에 나섰으나, 새로운 수익원으로 삼기에는 한계가 있어 대체로 관망했다. 증시 침체로 체력이 빠진 것도 한몫했다. 

 

26일 정부에 따르면 지난 24일 서울 종로구 한국무역보험공사에서 열린 ‘제16차 배출권 할당위원회’에서 배출권 거래제 개선안을 공개했다. 2050 탄소중립 목표를 유지하고 있지만 그 방식은 '실현가능한 탄소중립'으로의 거래 시장 활성화 추진이 핵심이다. 

 

먼저 증권사들이 탄소배출권을 기업으로부터 위탁받아 거래하도록 했다. 그동안은 탄소배출권은 직거래만 가능하다 보니, 거래량이 적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배출권 가격변동 위험을 완화하도록 선물거래 도입도 추진한다. 환경부 관계자는 "현물거래가 활발해야 선물거래도 가능하다"며 "배출권 거래가 활발해질 때를 대비해 선물상품을 개발하겠다“고 말했다. 

 

배출권 거래량은 지난해 5472만t으로 2015년(566만t)보다는 10배 정도 늘었으나, 시장 기대보다는 미미한 수준이다.

 

올해 말 종료 예정이었던 배출권 부가가치세 면제 기한도 3년 연기한다. 다만 이는 법 개정이 필요한 사안으로, 2016년 시행된 배출권 부가가치세 면세는 현재까지 두 차례 기한이 연기됐다.

 

김준섭 KB증권 연구원은 ”이번 정부의 배출권 거래제 개선 방안으로 탄소배출권 시장 활성화 및 재생에너지 등 친환경 투자 유도하는 정책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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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 AUM 및 수익률은 2022년 11월 14일 기준 / 자료 : Quantiwise, IBK 투자증권

 

■ 증권사들, 배출권 20곳 장내 참여...2030년 500억달러 성장 전망

 

최근 해외를 중심으로 급성장 중인 탄소배출권 시장이 주목된다. 자발적 탄소 시장 규모는 2020년 기준 3억6000만달러에 불과했지만, 2030년까지 500억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해서다. 

 

탄소배출권 시장은 장내시장과 장외시장(자발적 시장)으로 나뉜다. 장내시장은 탄소 감축 의무가 있는 기업이 배출권을 사고파는 시장이고, 장외시장은 규제 대상이 아닌 기업이나 기관 등이 자율적으로 거래하는 시장을 말한다. 

 

그동안 배출권은 정부로부터 할당받은 650개 기업과 시장조성자로 지정된 한국산업은행, 기업은행, 한국투자증권, SK증권, 하나증권 등 5곳만 거래가 가능했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배출권 시장 확대를 위해 20개 증권사가 시장에 참여할 수 있도록 허용하면서 장내시장뿐 아니라 자발적 탄소배출권 거래 시장에 진출할 수 있게 됐다. 

 

참여 증권사 20곳은 교보증권과 대신증권, 메리츠증권, 미래에셋증권, 부국증권, 삼성증권, 신영증권, 유진투자증권, 이베스트투자증권, NH투자증권, 하나증권, 하이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한화투자증권, 현대차증권, IBK투자증권, KB증권, SK증권, 신한투자증권, DB금융투자 등이다. 

 

이에 따라 증권사들은 ‘ESG(환경·사회적·지배구조)’ 경영의 중요성을 인식해 ‘자발적 탄소배출권’ 사업이 미래 먹거리로 메리트가 있다고 봤다. 

 

규제적 시장뿐만 아니라, 자발적 탄소배출권 시장에 진출하는 증권사도 속속 생겨났다. 실제로 관련 사업을 위해 한국투자증권과 하나증권, SK증권, KB증권, NH투자증권 5곳이 ‘자발적 탄소배출권에 대한 자기매매 및 장외거래 중개 업무’를 신청했다. 

 

리테일 시장이 대폭 축소되는 상황에서, 장내 배출권 시장에만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장외에서 스스로 배출권을 발굴하고 이를 필요로 하는 곳에 거래해 수익을 내려는 취지다.

 

비교적 규제가 덜하고 시장 확장성이 커 성장 잠재력은 있지만, 투자 주체가 검증되지 않아 새로운 먹거리 부상은 미지수란 지적도 나왔다. 

 

현재 증권사들이 정부 주도의 탄소배출권 시장에 참여하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과 투자은행(IB) 등 수익 다각화로 자리 잡기에는 시장 상황이 좋지 않다는 게 문제다. 

 

자발적 탄소배출권 시장은 감축 의무 대상이 아닌 기업, 정부가 스스로 참여하는 시장이다. 민간 기업이 탄소 감축을 인증해 주고, 이를 자발적 탄소배출권 형태로 거래할 수 있다.

 

홍기훈 홍익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글로벌시장은 커진 상황이지만 우리나라 시장 규모는 적은 편에 속해서 탄소배출권 시장이 자리잡기까지는 정부와 시장조성인인 증권사가 협력해 나가야 하는 부분이 있다"고 조언했다. 

 

■ 자발적 탄소배출권 5곳...세미나 개최, ESG 편람 발간 등 ‘시동’

 

증권사들은 증시 침체와 레고랜드발 유동성 위기, 증권가 구조조정 등으로 분위기가 어두운 가운데 탄소배출권을 주제로 세미나를 여는 등 내년 시장 선점을 위해 물밑 작업에 들어갔다. 

 

KB증권은 탄소배출권 분야 비즈니스를 전략적으로 육성하기 위해 FICC(채권·외환·상품)운용본부 내 탄소·에너지금융팀을 신설했다. 또 기후리스크에 능동적으로 참여하고 ESG 생태계에서 리더십을 확보해 탄소중립 선순환 구조가 자리를 잡는데 중추적 역할을 수행한다.

 

KB증권은 지난달 배출권시장 관련 정부와 공공기관, 탄소배출권 할당 대상 업체, 금융사 등 시장 참여자를 대상으로 ‘제1회 탄소중립 전략포럼’을 개최했다.

 

KB증권은 선물거래나 위탁 서비스가 허용될 것을 예상해 할당 업체 대상 위탁·중개 서비스, 배출권을 기초로 한 디지털 자산, 구조화 상품 등 차별화된 금융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SK증권(001510)과 ESG 평가 기관인 ‘지속가능발전소’는 국내 최초로 상장사 ESG 분석집 ‘주요 상장사 ESG 편람’을 공동 발간한다.

 

개인투자자들도 ESG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해 정보 불균형 문제를 해소하는 차원에서, 기업의 ESG 리스크를 정확히 식별하고 시장의 자본 효율성을 개선할 수 있다는 취지의 발간이다. 

 

앞서 SK증권은 국내 증권사 최초로 유엔기후변화협약에서 발급하는 탄소배출권 획득을 시작으로 지난해 탄소배출권 거래 시장의 시장조성자, 자기매매 증권사로 지정 및 ESG 부문으로 조직을 확대 개편했다. 

 

하나증권은 지난 3월 업계 최초로 자발적 탄소배출권 시장에 뛰어든 만큼 ESG 채권발행 및 탄소배출권 관련 비즈니스, 신재생 에너지, 폐기물 분야 등 친환경에너지 산업 관련 투자를 확대할 예정이다. 

 

NH투자증권(005940)은 지난 5월 운용사업부 내 탄소금융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본격적으로 탄소배출권 사업을 모색해 왔다가, 신고를 마치고 시장 진출에 나선다.

 

NH투자증권의 TF팀은 ‘2050 글로벌 탄소중립’을 위해 성장이 필연적인 자발적 탄소 시장에 뛰어들고자, 농협금융지주 내 계열사들의 네트워크를 활용해 거래 컨설팅과 수탁업무 등으로 범위를 확장할 방침이다.

 

한국투자증권은 탄소중립 관련 제도 및 정책에 대한 이해도와 국내외 배출권 시장에 대한 분석 역량을 바탕으로 시장조성자로 참여하면서, 배출권 금융상품 및 탄소중립(ESG)솔루션 개발에 집중할 계획이다. 

 

한국투자증권은 기업들이 온실가스 저감·제거 사업에 손쉽게 투자할 수 있도록 자발적 탄소배출권 사업을 직접 개발하고 투자 및 중개 거래를 추진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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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들은 ‘ESG(환경·사회적·지배구조)’ 경영의 중요성을 인식해 ‘자발적 탄소배출권’ 사업이 미래 먹거리로 메리트가 있다고 봤다. [이미지=freepik]

 

■ 탄소 ETF 출시, 친환경·신재생 에너지·친환경 선박 투자

 

최근 ESG 조건에 부합하는 기업으로만 구성한 차별화된 상품으로 친환경·신재생 에너지에 투자하는 상품이 출시된다. NH-아문디자산운용은 오는 30일 'HANARO 글로벌신재생에너지MSCI 증권상장지수투자신탁(ETF)'을 상장한다.

 

NH-아문디자산운용은 2050년 넷제로(Net Zero 탄소를 배출한 만큼 다시 흡수해 온실가스 배출량을 ‘Zero’로 만드는 것) 달성이 글로벌 화두로 떠오르는 가운데, 신재생에너지에 투자할 수 있는 상품이다.

 

이는 대체에너지와 에너지효율, 배터리 및 스마트그리드 관련 업체로 구성돼 있으며 ESG 점수가 낮은 종목은 제외다.

 

대표 편입 종목은 미국의 인페이즈 에너지(4.26%)와 솔라엣지(3.53%), 플러그 파워(3.11%) 등이며 국내 기업에서는 삼성SDI(006400, 2.12%)와 LG에너지솔루션(373220, 1.77%) 등 총 21개국에 투자한다. 

 

한화자산운용은 ‘ARIRANG 글로벌수소&차세대연료전지MV’ ETF는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화석연료를 대체할 것으로 기대되는 ‘수소 에너지’와 ‘연료전지’의 생산뿐만 아니라 저장·운송·충전 등 수소 밸류체인 기업에 투자하는 상품을 출시했다. 

 

삼성자산운용은 ‘삼성 KODEX K-친환경선박 액티브 ETF’를 상장했다. 이 상품은 친환경선박 기업군에 집중 투자하는 ETF다. 

 

전 세계 CO2 배출량의 2% 이상이 선박에서 발생하고, 황이나 질소 등 유해 물질도 배출되면서 국제해사기구(IMO)는 선박에 대한 환경 규제를 강화 추세다. 이에 따른 선박교체로 선박 제조사 외에 친환경 대체 연료 및 엔진 등 관련 부품기업들까지 수혜를 입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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