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금보험공사 유재훈 사장, 임명 12일 만에 취임식…노조 "상생경영 의지 드러내"
[뉴스투데이=김태규 기자] 예금보험공사 유재훈 사장이 임명 12일 만에 취임식을 가졌다. 유 사장은 예탁결제원 사장 시절 '인사 전횡' 논란 등으로 노조와 갈등을 빚으면서 그간 정식 출근을 하지 못하고 임시 집무실에서 업무를 봤다.
22일 예보에 따르면 유 사장은 전일 오후 3시 서울 중구 예금보험공사 본사 대강당에서 취임식을 진행했다.
유 사장은 앞서 지난 10일 김주현 금융위원장의 제청으로 대통령 임명을 받았다.
금융위는 "주가조작 근절, 공시제도 개선, 분식회계 제재 강화 등 금융시장 공정성을 높이는 제도 개선을 추진했다"면서 "시장불안정 상황에서 국고 자금을 효율적이고 체계적으로 관리해 국가 재정의 안정성을 제고했다"고 임명 제청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나 예보 노조는 유 사장 임명 이후 유 사장이 과거 예탁원 사장 시절 '인사 전횡'으로 논란을 일으킨 점과 과도한 해외 출장, 개인 서적 발간에 회사 내부 전문인력과 예산을 활용한 의혹 등을 이유로 자질이 의심된다며 그의 출근길을 저지하는 등 취임을 막아왔다.
유 사장은 2013~2016년 예결원 사장 재직 당시 유 사장에 비판적인 본부장‧부장‧팀장급 직원 37명을 보임 해제하거나 강등 조치했다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이후 강등 처분을 당한 직원들이 소송을 제기했고, 대법원은 2017년 예결원이 근로기준법과 취업규칙을 위반했다고 판결했으나 유 사장에게 구상권을 청구하지는 않았다.
이 같은 논란에 전국사무금융노조 예결원 노조는 유 사장이 예보 사장 하마평에 오를 때부터 임명에 반대해왔다.
예보 노조는 이달 11일 서울 중구 예보 본사 1층 로비에서 유 사장의 첫 출근을 저지하기도 했다. 노조는 "예보는 수천만 예끔자를 보호하는 국가 금융안전망의 핵심축"이라며 "높은 전문성과 경험, 도덕성과 윤리경영 의지는 필수이면서도 당연한 자격요건"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대통령 선거캠프에 몸담았다는 이유로 무능하고 부적격하며 파렴치한 인물을 낙하산으로 영전시켜서는 안 된다"고 꼬집었다.
정치권에서도 유 사장 임명에 대한 반대 의견이 나왔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유 사장의 잘못으로 예결원 직원 37명이 강등됐고, 사법부에서도 잘못을 인정해 예결원이 5억원의 손해를 배상했다"면서 "2019년 박용진 의원이 구상금 청구를 촉구했으나 이 역시 이뤄지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유 사장이 노조와 대화에 나서면서 노조의 입장이 달라졌다. 그는 18일 '노사 상생경영을 위한 사장 청문회'에 참석해 노조원들과 만나 인사전횡 논란에 대해 해명했다.
이 자리에서 노조는 유 사장의 예결원 사장 시절 인사 전횡에 대한 해명과 함께 업무 계획 등 미래 전략에 대한 생각을 물은 것으로 전해졌다.
유 사장은 "과거 조직원들의 어려움에 대해 포괄적인 경영 책임을 피할 생각이 없다"면서 "그런 일들이 불법적이거나 부당했다면 아마 굉장히 많은 소송을 당했을 것이고, 대한민국 정부의 공직자 후보에 대한 인사 검증에서 당연히 탈락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럼에도 직원들의 강등이 있었다는 점은 깊은 유감"이라고 했다.
유 사장은 향후 업무 계획과 관련해 금융안정계정 제도 도입 추진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금융안정계정이란 금융사가 일시적인 자금난을 겪는 경우 예금보험기금을 통해 선제적으로 유동성을 공급하거나 자본을 확충해두는 제도다. 금융안정계정 혜택 대상 금융사는 예보에 보험료를 납부하는 금융사(부보금융회사)로 한정되며, 부보금융회사를 자회사로 두는 금융지주사도 포함된다.
노조는 청문회 이후 출근 저지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노조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청문회 이전부터 유 사장이 노조와 수차례 대화를 나눴다"면서 "청문회는 유 사장이 과거 논란 해결 의지와 경영 계획 등을 노조에 설명하기 위해 마련한 자리"라고 설명했다.
이어 "대화 과정에서 유 사장이 노조 상생 등 노조의 입장을 존중하고 수용했다"며 "인사 전횡에 대해서는 유 사장도 예결원과 잘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고 말했다.
예보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유 사장이 노조와의 대화에서 예보의 미래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진정성을 보인 만큼 노조 측에서도 회사의 미래를 위해 용단을 내린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편 유 사장은 전일 취임식에서 금융안정계정 도입과 함께 △예금보험제도의 실효성‧지속가능성 제고를 위한 기금체계개선 △금융의 복합화 및 디지털화 위험으로부터 금융소비자 보호 등을 3가지 핵심과제로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업무의 집중력과 적기달성을 중시하는 스마트한 업무방식을 도입하고, 각종 제도와 자원의 관리는 부서 칸막이를 넘어서는 통합적 운영방식을 적용하겠다"면서 "개인과 조직의 이익은 하나의 함수라는 조직문화를 추구하고 경영진부터 솔선수범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