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株, 겹호재에 날아올라…“장투 유효 수준까지 내려와”
KRX증권, 지난 11일 4.41% 급등 마감
키움·한국투자·한양·삼성 등도 4%대↑
美CPI·금융당국 정책 확대에 투심 개선
“앞선 금융위기보다 실적 더 좋을 것”
[뉴스투데이=임종우 기자] 국내 증권주들이 미국발 증시 훈풍과 금융당국의 자금시장 경색 완화 정책 등 겹호재에 힘입어 급반등했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글로벌 증시 위축과 자금시장 경색 등 최근 증권사들의 주가를 압박했던 요인들이 조금씩 해소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확대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증권 업황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단기적으로 해결되기는 어렵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투자가 유효한 수준까지 주가 레벨이 내려왔다고 내다봤다. 또 현재 글로벌 경기 우려가 존재한 상황이지만, 내년 증권 업황이 앞선 금융위기 때보다는 나쁘지 않을 것이라고도 전망했다.
1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증권주로 구성된 지수인 KRX증권은 지난 11일에 전장보다 24.66포인트(4.41%) 급등한 583.47에 마감했다.
같은 날 키움증권(039490)은 전 거래일보다 6800원(7.93%) 급등한 9만2600원에 거래를 마쳤고, 한국금융지주(5.93%)와 한양증권(4.71%), 삼성증권(4.48%), 한화투자증권(4.39%) 등의 증권사 주가도 일제히 강세를 보였다.
지난해 마지막 거래일인 12월 30일 782.37을 기록한 KRX증권은 올해 들어 나타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발 금리 인상 기조와 인플레이션 등 각종 악재에 증시가 위축된 영향으로 증권사들의 실적 우려가 확대되며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였다.
이에 해당 지수는 지난 10월 말 기준 526.49를 나타내며 지난해 말 대비 67% 수준으로 내려앉았다.
하지만 최근 발표된 미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시장 예상을 밑돈 것으로 집계되며 시장에 물가 인상 둔화가 예상보다 빠르게 나타날 수 있다는 기대감이 형성됐다.
지난 10일(현지시간) 미국 고용통계국은 10월 CPI가 전년 동기 대비 7.7% 올랐다고 발표했다. 이는 시장 전망치인 7.9% 상승보다 0.2%포인트 낮은 수준이며, 올해 1월 기록한 7.5% 이후 최저치다.
식품 및 에너지 가격을 제외한 근원 CPI도 같은 기간 6.3% 뛴 것으로 나타나 시장이 예상한 6.5%와 전월 상승치 6.6%를 하회했다.
이에 당일 뉴욕증시에서는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가 전장보다 각각 3.70%와 5.54% 상승 마감했고, 같은 날 나스닥지수는 7.35% 급등해 하루 기준 2020년 3월 이후(8.12%)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국내 금융당국이 시장 경색 완화를 위한 유동성 지원 정책을 확대한다고 발표한 것도 증권사들의 주가 반등에 힘을 보탰다.
지난 11일 금융위원회는 금융시장 현황 점검 회의를 열어 프로젝트파이낸싱(PF)-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에 대해 2조8000억원 이상을 지원하기로 했다.
건설사 보증 PF-ABCP는 산업은행과 신용보증기금의 기업어음(CP) 매입 프로그램을 통해 1조원 이상 규모로 지원된다.
증권사 보증 PF-ABCP의 경우 9개 대형증권사(미래에셋증권·메리츠증권·삼성증권·신한투자증권·키움증권·하나증권·한국투자증권·KB증권·NH투자증권)가 500억원씩 갹출한 4500억원을 포함해 PF-ABCP 매각 증권사 후순위 25%(4500억원), 증권사 중순위 25%(4500억원), 산업은행 선순위 25%(4500억원), 증권금융 선순위 25%(4500억원) 등 총 1조8000억원으로 지원 규모가 확대된다.
증시 전문가들은 최근 증권주들의 주가 하락이 부동산 익스포저(리스크에 노출된 자금) 자체에 대한 불안감과 흑자 도산에 대한 우려까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면서, 장기적인 관점에서 증권주들에 접근할 만하다는 분석을 내놨다.
정태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흑자 도산 가능성은 당국 개입으로 상당 부분 해소됐고, 부동산 관련 손실이 발생하더라도 익스포저 전체가 부실화될 가능성은 제한적인 만큼, 긴 호흡에서 접근할 만한 수준이라고 판단된다”며 “올해와 비교해 내년에는 실적 개선이 나타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정 연구원은 “내년 증권 업황은 올해보다 브로커리지와 투자은행(IB) 부문은 감소하고, 트레이딩 부문이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며 “트레이딩 부문의 관건은 올해 이익 훼손의 주요 요인인 채권에서의 회복세와 자기자본투자에서 얼마나 손실을 인식하는가에 달려있다고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증권사들의 기초 체력이 좋아진 만큼, 최근 급격히 커진 시장 변동성에도 앞선 경제위기 당시보다 더 나은 실적을 기록할 수도 있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김지영 교보증권 연구원은 “증권사들의 자본력이 예전보다 질적·양적으로 좋아졌고, 시장 유동성 감축이 어느정도 시간을 두고 진행된다면 내년 국내 증권사들의 실적은 과거 경제 위기때보다 나쁘지 않을 것으로 추정된다”며 “내년 증권사들의 실적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시작점이었던 2020년보다 견조한 수준을 시현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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