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투데이=유한일 기자]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최근 인플레이션(물가 상승)과 환율이 ‘비교적 안정되는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이달 예정된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에서 기준금리 인상폭 축소를 시사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이 총재는 11일 서울 중구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한국경제학회(KEA)가 공동으로 연 국제콘퍼런스 개회사에서 “최근 들어서는 인플레이션과 환율이 비교적 안정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금리 인상 속도도 연준 의장이 기자회견에서 밝힌 바와 같이 다소 누그러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한국은행의 우선 과제가 물가 안정 기조를 공고히 하는 점이라면서도 그동안 기준금리 인상 속도가 그 어느 때보다 빨랐기 때문에 경제적 압박의 강도 역시 증가하고 있다“고 했다.
이는 최근 급격한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경기 둔화 우려를 거론한 것으로, 오는 24일 예정된 금통위 회의에서 기준금리 속도 조절에 나설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해석된다.
이 총재는 “이에 따라 금융 안정 유지, 특히 비은행 부문에서의 금융 안정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며 “실제로 은행 예금금리가 빠르게 상승함에 따라 비은행 부문에서 은행 부문으로 자금 이동 현상이 관측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고인플레이션과 통화 정책의 긴축 하에서 금융 시장 안정을 위해 이러한 자금 흐름을 비은행 부문으로 어떻게 환류시킬 것인가는 한국은행이 당면한 또 하나의 정책적 이슈”라고 말햇다.
이어 “이제 한국 경제가 당면한 장기적 과제로 돌아가 보면 경제적·지정학적 분절화의 위험이 가장 큰 관심사라 할 수 있다”며 “이 문제는 사실 한국 경제가 직면한 단기적인 도전과제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중간 긴장 심화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양상의 추가적 악화는 국제 금융 및 무역의 분절화를 초래하고, 결과적으로 글로벌 경제 성장과 무역의 위축을 가져올 수 있다”며 “이는 수출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한국경제의 장기 성장을 억제하는 구조적 역풍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 총재는 “돌이켜 생각해 보면 지난 20년간 중국과의 무역 확대로 인한 혜택으로 한국 경제는 고통스러운 구조개혁을 지연시킬 수 있었지만, 이제 더 이상의 그런 여유는 없다”며 “한국 경제는 공급망을 다변화하고 일부 산업에 치중된 산업 구조를 개선하는 등 보다 균형있고 공정한 경제를 구축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