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올리고 한도 풀고···인뱅들 ‘파킹통장 경쟁’ 불 붙었다
[뉴스투데이=유한일 기자] 케이뱅크·카카오뱅크·토스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 3사가 파킹통장 금리를 공격적으로 올리고 있다. 은행권 경쟁이 격화되는 상황에 금리 인상을 통한 시중 자금 확보 전략으로 풀이된다.
파킹통장은 말 그대로 자동차를 주차장에 넣고 빼듯이 자유롭게 돈을 넣고 빼면서 이자를 받을 수 있는 수시입출금식 통장이다.
27일 은행권에 따르면 토스뱅크는 최근 파킹통장 ‘토스뱅크통장’의 연 2.3% 금리 적용 한도 제한을 없앴다. 원래는 1억원 이하까지만 해당 금리가 적용되고, 초과 금액에 대해선 0.1%가 적용됐다.
그간 토스뱅크는 은행권 파킹통장의 절대강자로 꼽혀왔다. 지난해 10월 출범과 동시에 내놓은 연 2% 토스뱅크통장으로 고객을 빨아들였다. 당시 저금리 기조 속 연 2%대 파킹통장은 파격적이었다.
다만 한도가 1억원으로 묶인 건 아쉬웠던 점이다. 토스뱅크는 출범 1년을 맞아 금리 인상과 한도 해제 카드를 꺼냈다. 이는 출범 당시 추구했던 정체성을 다시 회복하는 걸 의미한다고 토스뱅크는 설명했다.
토스뱅크 뿐 아니라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도 파킹통장 경쟁에 참전했다. 인뱅들의 공격적인 움직임에 파킹통장 금리 순위도 엎치락뒤치락하고 있다. 기준금리 인상 발표 전후로 수신금리를 올릴 때 파킹통장 금리도 함께 인상됐다.
케이뱅크는 최근 파킹통장 ‘플러스박스’ 금리를 연 2.5%로 인상했고, 카카오뱅크도 파킹통장 ‘세이프박스’ 적용 금리를 연 2.6%까지 올렸다. 케이뱅크의 금리 인상 발표 2주 뒤 카카오뱅크도 금리를 올렸다.
각 인뱅들은 금리 뿐 아니라 한도와 이자 지급 방식 등으로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일례로 현재 가장 금리가 높은 카카오뱅크는 한도가 1억원으로 정해져있다. 케이뱅크는 3억원, 토스뱅크는 무제한으로 승부수를 띄웠다.
또 토스뱅크는 파킹통장에 ‘매일 이자 받기’ 서비스를 적용 중이다. 고객은 예치한 금액에 대한 이자를 날마다 받을 수 있다. 받은 이자를 통장에 넣어두면 총금액에 대한 이자가 또 붙기 때문에 일복리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인뱅들은 파킹통장 금리 경쟁에 대해 단기성 자금 확보 차원이라고 설명한다. 최근 은행 예·적금 금리 변동성이 커지면서 파킹통장을 찾는 고객도 늘고 있다. 언제든 돈을 뺄 수 있기 때문에 수신금리가 정점을 찍을 때까지 기다리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한 인뱅 관계자는 “아무리 1년 이하라도 돈을 오래 묶어놓는 걸 꺼리는 고객들이 생각보다 많이 있고, 파킹통장이 이 수요를 확보하고 있다”며 “경쟁력 있는 금리로 자금을 확보하고, 자금은 곧 고객이기 때문에 외형 성장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파킹통장은 대표적 저원가성 예금이다. 언제든 넣고 뺄 수 있는 특성상 정기 예·적금 상품보다는 낮은 금리를 적용한다. 은행 입장에서는 비용 부담이 낮은 자금 조달 수단이라는 설명이다.
다만 인뱅들의 파킹통장 금리 경쟁이 출혈 경쟁으로 번질 경우 이 같은 이점도 퇴색될 가능성도 있다. 높은 금리의 수신 상품은 결국 부담으로 돌아오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은행에 손해를 강요하는 구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저원가성 예금은 은행의 핵심 예금이기 때문에 자금 이탈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적정한 금리가 제공돼야 한다”면서도 “수신금리를 높이면 결국 비용이 커지는 것이다. 가져가는 이익을 줄일 게 아니라면 대출 성장세에 대한 계산도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