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관 부회장, 태양광·항공우주 등 미래사업 날개 펼친다(하)
최근 국내 재계에는 최첨단 기술력을 갖춘 이른바 'K-방산'이 화두로 떠올랐다. 특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촉발된 이른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8개월 넘게 이어지면서 유럽 국가들의 자주국방 목소리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는 국내 방산업체에는 절호의 기회다. 김승연 회장이 이끄는 한화그룹의 K9 자주포는 이미 세계 최고 수준 역량을 갖춘 방산무기로 평가받고 있다. 게다가 한화그룹이 최근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추진하면서 대우조선해양이 뽐내는 해운 방산 역량도 확보할 수 있는 길이 활짝 열렸다. 이는 한화그룹의 군수사업 포트폴리오 다변화는 물론 향후 성장잠재력을 높이는 호재다. 한화그룹은 방산 뿐만 아니라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38·사진)이 진두지휘하는 태양광, 수소, 우주, 첨단소재 등 미래 산업 육성 전략도 눈여겨볼 만한 대목이다. 이에 따라 뉴스투데이는 국내 최대 방산기업이자 친환경 미래 산업 선두주자 한화그룹의 현황과 비전을 다룬 기획물 연재를 시작한다.<편집자 주>
[뉴스투데이=남지완 기자] 한화그룹은 태양광, 항공우주 등 미래 사업에 그룹 역량을 상당 부문 집중하고 있다. 특히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장남인 김동관(38·사진) 한화그룹 부회장이 태양광과 항공우주 등 그룹 주력 사업에 야심찬 행보를 보이고 있어 눈길을 모으고 있다.
1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화그룹은 과거 한화케미칼과 한화큐셀앤드첨단소재로 나눠져 있던 기업을 한화솔루션으로 재편해 글로벌 태양광 시장에서 절대 강자로 부상하고 있다. 또한 한화그룹은 전사적인 차원에서 그동안 방산부문에서 갈고 닦은 역량을 우주 사업에 접목하고 있다.
한화그룹이 주력하는 태양광과 항공우주 산업은 짧게는 10년 길게는 30년 이상 전 세계 시장을 장악할 수 있는 핵심기술이다. 이에 따라 재계는 김동관 부회장을 주축으로 펼치는 한화그룹의 '미래 사업 밑그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모습이다.
■ 한화솔루션, 선진국에서 글로벌 태양광 기업으로 '우뚝'... 미국 IRA에도 신속하게 대응
김동관 부회장은 미국 명문 하버드대학교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2010년 한화그룹 회장실 차장으로 입사한 후 2015년 태양광 모듈 생산업체 한화솔루션의 모기업 한화큐셀에서 상무·전무, 2019년 한화큐셀 부사장, 2020년 한화솔루션 사장에 오르면서 그룹의 '미래 먹거리 사업' 육성에 발 빠른 행보를 보여왔다.
특히 한화솔루션은 한화 가(家) 3세인 김 부회장이 첫 발을 내딘 기업인 동시에 태양광이라는 미래 사업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이에 따라 한화솔루션 내부에서도 김 부회장의 향후 행보에 기대를 거는 모습이다.
김 부회장이 태양광 사업에 남다른 관심을 보이고 있는 데에는 한화솔루션은 명실상부한 세계 초일류 태양광 기업으로 자리매김했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한화솔루션은 미국 주거용 태양광 모듈(셀의 집합체) 시장에서 시장점유율이 지난해 24%를 차지해 업계 1위로 우뚝섰다. 상업용 태양광 시장에서도 한화솔루션 시장점유율이 20.8%를 기록해 1위를 지키고 있다. 특히 상업용 태양광 시장 2위 업체 중국 제이에이솔라(10.1%)와 시장점유율이 두 배 이상 격차를 벌리고 있는 상황이다.
게다가 한화솔루션은 지난해 유럽에서 8년 연속, 호주에서 6년 연속 ‘태양광 톱 브랜드 (Top Brand PV)’로 뽑혀 세계 최고 태양광업체라는 점을 대내외에 과시했다.
업계 관계자는 "한화솔루션이 미국, 유럽, 호주 등 선진 태양광 시장에서 맹위를 떨치고 있다는 것은 선진국들이 한화솔루션의 태양광 기술력을 인정하고 있다는 얘기"라고 설명했다.
게다가 한화솔루션은 지난 8월 미국에서 통과된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도 신속하게 대응하고 있다. IRA는 미국이 보호무역주의 성격을 보여주는 '장벽'이다. IRA의 전기차·배터리 관련 내용은 상당 부문 공개됐다. 그러나 IRA의 태양광 부문 내용은 아직까지 알려진 내용이 거의 없다.
한화솔루션 관계자는 "미국이 인플레이션을 막고 미국내 제조업을 적극 육성하기 위한 법안이 IRA"라며 "한화솔루션이 태양광 공장을 미국에 대규모로 건설하면 IRA에 따른 피해를 극소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NH투자증권 보고서에 따르면 한화솔루션은 미국 내 투자 덕택에 약 2184억원에 달하는 세제 혜택을 받을 것으로 예측됐다. 이에 따라 한화솔루션은 현재 미국 조지아주(州)에 연간 1.7GW 규모 태양광 모듈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이와 함께 한화솔루션은 내년 조지아주에 2000억원을 투자해 1.4GW 규모 태양광 모듈 공장을 증설한다는 계획이다.
이처럼 '야심찬 미국내 투자'를 통해 한화솔루션은 IRA를 준수하고 미국 태양광 시장을 더욱 공략할 수 있는 '일석이조' 효과를 거둘 수 있게 됐다.
한화솔루션은 신기술 연구개발(R&D)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화솔루션은 이달 중순 차세대 태양광 셀 '페로브스카이트' 기반의 탠덤 셀을 2026년 6월 양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페로브스카이트는 햇빛을 효율적으로 흡수해 태양광 발전 효율을 높여주는 소재다. 한화솔루션은 이 소재를 활용해 탠덤 셀을 제작한다.
탠덤 셀은 상부 셀과 하부 셀을 연결해 상부 셀에는 페로브스카이트가 자외선이나 가시광선 등 단파장 빛을 흡수하고, 하부셀에는 실리콘이 적외선 등 장파장의 빛을 흡수한다. 위아래 층에서 서로 다른 영역대 빛을 상호 보완적으로 흡수해 태양광 효율 등 성능을 극대화하는 방식이다.
탠덤 셀의 에너지 효율은 이론상으로 44% 수준이다. 기존 태양광 셀의 에너지 효율이 20% 미만인 점을 감안하면 두 배 이상 높은 것이다. 이를 기반으로 한화솔루션은 글로벌 일류 태양광 기업으로 입지를 강화할 방침이다.
■ 한국 우주산업, 한화그룹이 앞장선다...누리호부터 달 탐사 까지 한화 기술 스며있어
2020년대 들어 전 세계는 '뉴 스페이스(민간주도 우주개발)' 열풍이 휘몰아치고 있다. 한화그룹 역시 이 같은 시대적 추세에 발맞춰 우주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를 위해 한화그룹 계열사 (주)한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시스템, 쎄트렉아이 등이 추진중인 우주 사업을 진두지휘할 협의체 ‘스페이스 허브’를 지난해 초 출범시켰다.
김동관 부회장은 스페이스 허브 출범 터 최근까지 팀장을 맡으며 한화그룹 우주사업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Morgan Stanley)는 향후 우주 산업 시장 규모가 민간기업 주도하에 2040년 약 1조1000억 달러(약 1220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따라 우주 산업은 전세계 기업이 군침을 흘리고 있는 사업 영역이다.
김 부회장은 한화그룹이 항공우주 분야에서 세계적인 기업과 경쟁하려면 전문성과 그룹의 전폭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그는 현장 엔지니어들과 꾸준히 머리를 맞대며 우주로 향하는 길을 끊임없이 모색하고 있다.
김 부회장의 높은 관심과 전폭적인 지원 그리고 수년 간 이어진 기술력 축적에 힘입어 한화그룹 우주 사업은 눈부시게 성장하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75t 급 엔진을 개발하고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에 장착해 누리호 발사를 성공으로 이끌어냈다. ㈜한화 역시 누리호를 구성하는 핵심 부품 '파이로시동기', '1단/2단 역추진 모터', '2단 가속모터', '위성분리장치' 및 '단분리장치' 등을 개발해 공급했다.
항공우주 분야는 일반 기업이 쉽게 접근할 수 없는 고도의 산업이며 과학계에서도 최고의 정점으로 꼽는다. 게다가 최첨단 기술을 필요로하는 만큼 국가 간 기술 이전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이처럼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한화그룹은 그룹 역량을 총 집결해 누리호 프로젝트를 성공시켰다. 또한 이를 통해 한국이 ‘실용위성을 발사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한 세계 7번째 국가’로 발돋움하는 데 지원했다.
(주)한화는 국내 기업으로는 유일하게 단일추진제 추력기(추진시스템의 일종)를 25년동안 생산하며 기술력을 고도화했다. 이 같은 업력 덕분에 누리호 핵심 부품을 담당하게 된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태양광 사업과 우주 사업은 아직까지 괄목할만한 매출과 영업이익을 창출하지 못하는 점이 특징"이라며 "그러나 두 사업영역은 미래에 가장 주목받는 사업으로 한화그룹은 한국 미래를 밝히기 위해 업계를 이끌고 있다"고 평가했다.
한화그룹이 앞으로 방산과 함께 태양광, 항공우주 등 '3개 핵심 분야'에서 어떤 성과를 낼 지 업계는 주목하고 있다. <시리즈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