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예금이 온다···은행권 금리 경쟁에 고객은 ‘행복한 고민’
[뉴스투데이=유한일 기자] 기준금리 인상 등에 따른 시장금리 상승에 은행권 수신금리가 빠르게 오르고 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쥐꼬리 이자’에 외면받던 은행 예금에 대한 고객 관심도 커지고 있다. 올 연말쯤엔 연 5%대 정기예금 상품이 모습을 드러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11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시중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는 연 4%대 초중반을 형성하고 있다. 모두 각 은행이 주력으로 팔고 있는 상품들이다.
가장 높은 건 우리은행의 ‘WON플러스예금’으로 금리가 연 4.55%를 기록했다. 이 상품은 고객이 가입 기간만 채우면 별도의 조건 없이 해당 금리를 적용한다.
신한은행의 ‘쏠편한 정기예금’ 상품의 금리도 연 4.50%를 형성하고 있다. 1만원 이상부터 가입 한도에 제한은 없다. 은행 창구나 모바일뱅킹 구분 없이 연 4.50%의 금리를 받을 수 있다.
KB국민은행의 ‘KB Star 정기예금’과 하나은행의 ‘하나의 정기예금’ 금리도 각각 연 4.23%, 연 4.15%로 나타났다. 두 상품은 최소 100만원 이상부터 가입이 가능하며 특별히 채워야 할 우대금리 조건은 없다.
3000만원을 연 4.15% 금리에 1년 간 예치했다고 가정하면 만기 시 받을 수 있는 예상 금액은 105만3270원(세후)이다. 연 4.55%를 적용하면 115만4790원(세후)으로 약 10만원 더 많이 수령할 수 있다.
시중은행들의 금리 경쟁에 인터넷전문은행도 가세했다. 케이뱅크는 지난 7일 ‘코트K 정기예금(1년)’ 상품 금리는 연 4.60%로 높였다. 기존(연 3.50%)보다 무려 1.10%포인트(p) 인상한 것이다.
카카오뱅크의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는 연 3.30%로 나타났다. 토스뱅크는 하루만 맡겨도 이자가 붙는 수시입출금식통장(파킹통장)과 적금 상품만 판매하고 있다. 토스뱅크 파킹통장의 금리는 연 2.30%다.
지난해 저금리 기조 속 바닥을 친 은행권 예금금리는 올해 본격적인 금리 인상기에 발맞춰 급상승하고 있다. 각 은행들은 고객 확보 및 수신고 확대 차원에서 경쟁적으로 금리를 올리고 있다.
고객들 입장에선 이런 은행들의 경쟁이 반가울 수밖에 없다. 한편에선 “자고 일어나면 금리가 오른다”는 말까지 나온다. 최근 증시 부진으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자금이 은행에 몰리는 ‘역(逆)머니무브’ 현상도 두드러진다.
시장에선 적어도 올 연말까지 예금금리가 더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은행이 10월과 11월 기준금리를 잇따라 올릴 것으로 보이는 만큼 은행권 수신금리도 동반 상승할 수 있다.
여기에 최근 시작한 은행권 예대금리차(예금금리-대출금리 차이) 공시 제도도 영향을 끼칠 것이란 분석도 있다. 시장금리 상승은 수신금리 뿐 아니라 대출금리도 밀어 올리기 때문에 예대금리차 관리를 위해선 예·적금 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을 것이란 설명이다.
예대금리차가 벌어지면 그만큼 ‘이자 장사’를 많이 했다는 오명을 입기 쉽다. 공시 제도 도입 초기인 만큼 각 은행들은 감당 가능한 범위에서 수신금리를 올려 예대금리차 관리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흐름대로라면 올 연말께 은행권에서 연 5%대 예금 상품도 흔하게 찾아볼 수 있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은행들도 적극적인 금리 인상으로 고객 수요를 끌어들이겠단 구상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이번 달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상 결정 전후로 은행들의 수신금리 인상 발표가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며 “요즘 금리가 워낙 많이 바뀌다보니 0.1%p라도 더 주는 은행에 고객이 몰리고 있다. 금리 경쟁에서 밀리면 안 된다는 분위가 강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