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소영 기자 입력 : 2022.10.03 00:15 ㅣ 수정 : 2022.10.03 00:15
국내 대기업 생산직 근무자 중심으로 '4조2교대 근무' 바람 불어 에쓰오일·포스코· SK실트론 이어 LG디스플레이도 도입키로 '워라밸' 중요하게 여기는 MZ세대 요구에 근무형태 확 바뀌어
[뉴스투데이=전소영 기자] 국내 대기업 생산직 근무자들을 대상으로 최근 ‘4조2교대 근무’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4조2교대는 근무조를 4개로 나눠 2개 조는 주간과 야간 12시간씩 근무할 때 나머지 2개 조는 쉬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포스코와 에쓰오일, 현대제철에 이어 LG디스플레이도 이르면 올해안에 국내 생산직 근무자들을 대상으로 4조2교대 근무를 시행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LG디스플레이는 오는 12월부터 경기도 파주와 경북 구미에서 근무하는 국내 생산직 직원 근무 형태가 기존 ‘4조3교대’에서 3일 일하고, 3일 쉬는 ‘4조2교대’로 바뀐다.
이럴 경우 기존 4조3교대와 비교하면 하루 근무시간이 8시간에서 12시간으로 4시간 늘어나지만 연간 총 근로시간에는 변화가 없다.
오히려 연간 휴무일이 LG디스플레이 기준 기존 103일에서 190일로 크게 늘어난다.
LG디스플레이는 생산직 노조를 중심으로 제기된 4조2교대 전환 요구를 받아들여 올해 상반기 4조2교대 근무를 시범운영했다. 이후 하반기 근무 형태 전환을 안건으로 한 내부 투표와 설명회 등 절차를 밟은 후 이를 도입하기로 최종 확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4조2교대 근무는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 가운데 LG디스플레이가 처음이다. 그러나 이 근무제는 에쓰오일, 포스코, SK실트론 등 다양한 업계 생산직에는 이미 도입돼 운영되고 있다.
에쓰오일은 2019년 7월부터 2020년 12월까지 1년 6개월간 4조2교대 근무를 시범 도입했다. 그 과정에서 발견된 문제점을 개선하고 올해 1월부터 4조2교대로 교대근무 생산직원 1100명을 대상으로 ‘에쓰오일형 4조2교대 근무’를 운영 중이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SK실트론이 최초로 4조2교대를 도입했다. 대상은 반도체 원료 실리콘 웨이퍼를 생산하는 경북 구미공장 생산직으로 지난해 5월부터 몇 달간 시범운영을 거쳐 11월부터 시행됐다.
생산직 4조2교대 근무의 원조 기업은 포스코다.
포스코는 2010년 근로 여건을 개선하고 일자리를 확대하는 취지로 4조3교대에서 4조2교대제로 바꾸는 방안을 추진했다. 이에 따라 경북 포항과 전남 광양제철소 가운데 여건이 되는 곳부터 차례대로 4조2교대 근무를 시범 운영하면 휴무일이 연간 80여일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당시만 하더라도 직원들이 지금처럼 4조2교대 근무를 반기는 분위기는 아니었다. 기존 하루 8시간 근무도 힘든 상황에서 12시간으로 확대하면 직원 피로도는 더욱 커질 것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포스코는 포항·광양제철소에 4조2교대 전면 도입해 결국 성공했다. 2015년 4조2교대 근무 운영 중단이 도마 위에 오르기도 했지만 4조2교대에 만족감이 컸던 직원들이 교대제 변경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냈던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4조3교대 근무 대비 하루 근무시간은 증가하지만 연간 총 근로시간은 같고 휴일은 늘어나는 4조2교대는 직장을 결정할 때 ‘워라밸(Work-life balance·일과 삶의 균형)’ 가치를 중요하게 여기는 MZ세대(20~40대 연령층) 직원들이 늘면서 확대되고 있다.
철강업계 생산직으로 근무하는 A씨는 “어차피 해야 될 일이라면 몰아서 하고 오히려 쉬는 날이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게 나를 포함한 젊은 직원들 뜻”이라며 “같은 임금 기준으로 하루 좀 더 고생해 휴무가 더 생긴다면 그렇게 하고 싶다”고 말했다.
전자업계 생산직으로 근무하는 B씨는 “8시간 근무가 12시간으로 늘면 체력적으로 힘들긴 하겠지만 야근하는 걸 고려하면 그렇게 무리가 아니라는 생각도 든다”며 ”어차피 퇴근 후에는 시간적 여유가 많지 않아 차라리 휴무가 더 많이 생긴다면 오히려 개인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시간이 더 많을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물론 당일 출근이 가능한 사람이 줄어 비상 상황에 대비하기 어려운 점과 업무 피로도에 따른 안전사고 등을 우려해 4조2교대 근무를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앞서 언급한 포스코는 4조2교대 근무 중단 논의 역시 업무 연속성이 떨어지고 제철소 고유의 근무기강과 안전의식이 점차 약화된다는 우려에서 출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지만 정유석화, 철강, 전자, 디스플레이에 이르기까지 생산업계 전반에 ‘일할 땐 제대로 일하고 쉴 때도 제대로 쉬어야 한다’는 게 MZ세대 직원의 요구를 기업들이 적극 수용하는 분위기다.
업계 관계자는 “워라밸을 중요하게 여기는 젊은 근무자 가운데 4조2교대를 희망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며 "기업들도 이 같은 의견을 수용하는 분위기이기 때문에 앞으로 더 많은 기업에서 4조2교대 근무가 충분히 논의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나이가 많고 기존 4조3교대 체제에 익숙한 직원들의 부담이 클 수 있어 이들의 의견 반영과 조율이 충분히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