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슈퍼 IP의 힘 입증한 포켓몬고 ‘사파리 존: 고양’
일산 호수공원에 장사진…다양한 연령·국적 눈길
운 좋으면 등장하는 ‘이로치’ 포켓몬에 희비교차
이용자 간 자유로운 네트워크…티켓 수수료 ‘옥의 티’
[뉴스투데이=이화연 기자] 포켓몬고(Pokémon GO) 트레이너들이 이색 포켓몬을 잡기 위해 경기도 고양시 일산 호수공원에 모였다.
포켓몬고 개발업체 나이언틱(Niantic.inc)은 지난 23일부터 25일까지 증강현실(AR) 게임 포켓몬고 대형 라이브 이벤트 ‘사파리 존: 고양’을 펼쳤다.
기자는 행사 세 번째 날이자 일요일 25일 일산 호수공원을 찾았다. 평소에 쉽게 볼 수 없던 포켓몬 ‘안농’을 원없이 잡고 다양한 연령대 이용자들과 소통하며 게임에 대한 애착심이 높아지는 기분이었다.
나이언틱은 게임을 통한 이용자의 탐험을 장려하는 차원에서 라이브 이벤트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실제로 이번 행사는 많이 걸을수록 리워드(보상)가 쌓이고 오프라인 포켓몬 교환·대전 등 경험을 통해 게임을 통한 ‘성취감’이라는 순기능을 재발견하는 계기가 됐다.
■ 체육관에서 잡던 ‘안농’ 빈번히 등장…’이로치’ 행운까지
이번 행사는 한국에서 처음 진행하는 사파리존 행사로 개최 소식이 전해진 즉시 이용자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기자는 포켓몬고가 국내에 첫 출시된 2017년 2월부터 현재까지 꾸준히 게임을 즐기고 있다. 레벨은 36이다. 레벨 최정상급은 50이다. 주변에서는 “아직도 포켓몬고를 하는 사람이 있냐”는 얘기를 하는 이들도 있지만 이번 사파리존 행사에 몰린 인파를 보여주고 싶을 정도였다.
기자가 도착한 정오쯤에는 일산 호수공원 모든 산책로와 벤치, 잔디에 이용자들이 장사진을 이뤘다. 특히 주말을 노려 어린 자녀와 나들이를 나온 단란한 가족 모습이 눈에 띄었다.
이번 행사에 참여한 이용자들은 ‘이로치’(색이 다른 포켓몬)를 얼마나 많이 잡느냐에 가장 큰 관심을 보였다. 사파리존 행사에서는 이로치가 나올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기자도 같은 마음으로 임했지만 결론부터 말하면 이로치는 5개밖에 잡지 못했다.
이로치는 능력치가 낮은 편이지만 등장 여부가 전적으로 ‘운’에 달려있기 때문에 이용자들에게 벅찬 감동을 선사한다. 실제로 이날 행사에는 하루 종일 가장 많이 들은 말이 “이로치 떴다” “아 슈쁘 이로치 언제나와” 등 이로치와 관련된 이야기였다.
사파리존에서 이로치 외에 중요한 요소는 사파리존 행사에서만 만날 수 있는 포켓몬 라인업(제품군)이다. 이것이 포켓몬고 이용자들이 1만원 후반~2만원 중반대 가격을 지불하며 사파리존 티켓을 구매하는 이유다.
사파리존 고양 이벤트에는 고양시 상징인 ‘꽃’에서 모티브를 딴 파란 꽃 모양의 ‘플라베베’와 풀 포켓몬 ‘무스틈니’가 주요 포켓몬으로 등장했다.
또한 체육관 배틀을 통해서만 얻을 수 있던 ‘안농’이 발에 차이도록 자주 나타났다. 안농은 알파벳 이니셜 모양의 포켓몬인데 기자는 국내에서 F와 U만 발견했다. 그런데 이번 행사에서는 A, N, G, O, Y 모양이 스페셜 포켓몬으로 등장했다. 이를 합치면 고양(GOYANG)이 완성된다. 다행히 스페셜 안농 5개는 모두 잡을 수 있었다.
■ 연령·국적 넘어 이용자 간 화합의 장…비싼 티켓값 아쉬움
이날 행사에는 어린 자녀와 함께 포켓몬고를 즐기러 온 3~4인 가족 단위 방문객이 가장 많았다. 뜨거운 햇빛을 피해 그늘에는 돗자리가 줄을 이었고 마치 소풍을 온 듯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쉼터가 부족할 것을 대비해 나이언틱 측은 발로(빨강), 미스틱(파랑), 인스팅트(노랑) 등 포켓몬고 체육관 컬러를 모티브로 한 천막을 마련했다. 기자는 이곳에서 간헐적으로 쉬며 꽉 찬 포켓몬 박스를 정리하고 오늘의 수확을 친구와 공유했다.
이 과정에서 주변에 앉은 다른 이용자들과 자연스러운 소통도 이뤄졌다. 기자가 “생각보다 이로치가 안나오네”라고 푸념하자 앞에 앉은 다른 이용자가 “사파리존 스페셜 리서치를 완성하면 이로치 슈쁘가 확정으로 나온다”는 꿀팁을 전수해줬다.
사파리존 스페셜 리서치는 ‘포켓몬 3회 진화’ ‘파트너 포켓몬에게 간식주기’ 등으로 기자가 즐겨하지 않는 기능이었다. 이 모습을 본 다른 이용자는 “’구구’가 진화하는 데 사탕이 제일 적게 든다” 등 각종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포켓몬고로 하나 되는 모습은 곳곳에서 살펴볼 수 있었다. 대표적인 장소가 포켓몬 교환소다. 이곳에서는 각자 필요한 포켓몬 리스트를 적어 즉석에서 교환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장 외에서도 외국에서 온 이용자들과 국내 이용자들이 각 국에서만 잡을 수 있는 포켓몬을 맞교환 하는 광경을 종종 목격했다.
나이언틱 측은 티켓 소지 유무와 상관없이 종이로 만든 피카츄 모자를 나눠 줘 축제 분위기를 더했다. 잠시 밥을 먹으러 호수공원 인근 웨스턴 돔 식당가에 갔을 때도 이 모자를 쓴 시민들이 많아 경제효과를 짐작하게 했다.
옥의 티를 꼽자면 티켓 값이다.
나이언틱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입장 가능한 티켓을 2만4000원에, 정오부터 오후 6시까지 입장 가능한 티켓을 1만6000원에 판매했다.
문제는 여기에 수수료 3000원이 추가로 붙는다는 것을 안내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결국 실제 지불 가격은 2만7000원과 1만9000원으로 느껴지는 부담감이 다르다.
또한 이 가격에 비해 플라베베와 무스틈니의 희소성이 높지 않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로치 등장 확률도 절대 높지 않다. 포켓몬고가 정기적으로 진행하는 ‘커뮤니티 데이’ 때는 2~3시간 동안 이로치가 더 빈번하게 등장하기 때문이다.
제2회 행사가 열린다면 통신 장애도 극복해야 할 숙제다. 나이언틱 측은 중앙광장에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기지국 차량을 준비했으나 행사 첫날에는 예상치 못하게 트래픽이 몰려 장애가 빚어져 원성이 새어나왔다. 나이언틱은 결국 오후 6시로 예정됐던 첫날 행사 마감시간을 1시간 연장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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