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리포트] ‘M&A 귀재’ 진양곤 HLB 회장, 신약개발로 ‘블루칩’ 만든다 (上)
다양한 M&A로 신약개발 사업 확장 지원, 항암제 ‘라보세라닙’ 성공 기대감
신약개발 기업에서 전통 제약 매출 늘려 캐시카우 확보하고 재무건전성 강화
[뉴스투데이=최정호 기자] 성공가도를 달려온 진양곤 HLB 회장의 경영 능력이 시험대 위에 놓여 있다. 글로벌 경제 상황이 격변하는 가운데, 다양한 파이프라인을 통한 신약개발을 성공시킴으로 '블루칩'을 만들겠다는 경영 목표를 달성해야 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특수로 지난해와 올해 매출이 급성장했으나 엔데믹(풍토병화)에 따른 감소로 대비가 필요한 상황이다. 무엇보다 그간 신약 개발에 투자된 결과도 얻어야 하며 업황이 좋지 않은 비(非)제약바이오 사업도 성과를 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진양곤 회장은 금융맨 출신으로 알려졌다. IMF 외환위기 사태 때 은행을 나와 기업 컨설팅 회사인 ‘제이앤리파트너스’를 설립해 운영하기 시작한 게 CEO로서의 첫 무대다. 결과는 좋았다. 소규모의 기계부품 제조사를 컨설팅한 것이 잘돼 입소문이 나면서 사세를 확장하기 시작한다.
이후 진 회장은 국제정공을 인수해 사명을 HLB로 바꾸고 제약바이오 사업에 뛰어들었다. 그가 선택한 첫 사업은 외국 제약사의 신약 개발 라이선스를 사들여 글로벌 임상 시험을 진행하는 것이다.
기업을 신약 개발 위주의 업태로 끌고 가는 것은 매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일반 제조업은 제품의 판매로 기업의 긍정적 변화가 바로 나타나지만, 신약 개발 위주의 제약바이오 기업은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다. 임상 3상까지 가는 것도 힘들며 성공했다 하더라도 판로 개척이 안되면 사장되기 쉽다.
이 같은 특성을 고려해 진양곤 회장은 다양한 제약바이오 기업을 인수 후 전문화 작업을 거쳐 현재까지는 순탄한 것으로 보여진다. 지난 2020년 인수한 HLB제약의 경우 매출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2020년 405억 매출을 기록하다 올해에는 상반기만 422억의 판매고를 올렸다.
영업 내용도 고무적이다. HLB제약은 전문의약품 매출 위주의 기업이지만 일반의약품의 판매량도 우상향 하고 있다. 지난 2020년 일반의약품 매출 86억원(21.30%)이었으나 2021년에는 157억원(25.11%), 올해 상반기 116억원(27.63%)을 기록했다. 현 추세라면 올해 일반의약품 매출은 2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측된다.
■ 인수합병(M&A) 통해 다양한 신약 파이프라인 확보
인수합병(M&A)의 귀재 답게 진양곤 회장은 주로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M&A를 단행한다. 지주사 격인 HLB만 보더라도 알 수 있다. HLB의 전신인 ‘국제스텐레스밸브공업’이 2007년에 ‘라이프코드인터내셔날’로 바뀐 뒤 후 표적항암제 라이선스를 취득한다. 이후 갑자기 2013년 ‘현대라이프보트’를 합병시킨다. 그러고는 신약개발 파이프라인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 ‘Immunomic Therapeuitc’를 합병한다. 또 ‘에프에이’ 합병도 단행한다.
진양곤 회장이 HLB라는 테두리 안에서 다양한 인수합병을 진행하는 데는 기업의 확장과 사업의 고도화 전략이 숨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진 회장은 HLB 대표 이사로 취임하자 전(前) 경영진이 2018년 6월에 설립한 의료기기사업부를 2020년 12월 과감하게 정리했다. 대신 지난 1월 헬스케어 사업부를 신설한 후 체외진단의료기기 제조 판매 사업을 시작했다. 결과는 대성공이다. 조선사업부의 상반기 매출이 88억규모지만 헬스케어 사업부는 약 1024억원이다.
무엇보다도 HLB 사업의 핵심은 신약 개발이다. ‘리보세라닙’은 HLB가 2007년 라이선스를 취득해 지금까지 유지해온 핵심 신약 파이프라인이다. 지난 2019년 말 글로벌 임상 3상을 진행 중에 있으며 지난해 미식품의약국(FDA)에 ‘선양낭성암종’과 ‘간암’에 대해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됐다.
또 2021년 3월에는 바이오 혁신 의약품 개발을 위해 미국 CAR-T(키메라 항원 수용체 T세포) 치료제 개발사 ‘Verismo Therapeutics’의 지분을 취득했다. 이 기업은 미(美) 펜실베이니아 의과대학교 안에 설립된 생명공학회사다. CAR-T 분야 권위자인 마이크 밀론 박사와 초고가 신약으로 불리는 ‘킴리아’(CAR-T 최초 치료제)를 개발한 칼 준 박사가 있는 곳이다.
이 두 가지만 보더라도 진양곤 회장의 신약 개발에 대한 강한 의지를 확인할 수 있다. 이뿐만 아니라 계열사인 HLB제약, HLB생명과학도 신약개발 파이프라인을 보유하고 있다.
또 진 회장은 코로나19 백신 개발에도 역점을 두고 있다. 지난해 8월 베트남 제약사 ‘나노젠’의 코로나19 백신 후보물질 권리를 인수해 현재는 임상3상을 진행 중인 상황이다. 이외에도 코로나19 백신 개발 기업인 ‘이뮤노믹테라퓨틱스’를 인수했다.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있어 이른바 ‘양 날개 작전’을 쓰고 있는 셈이다.
■ 진단기기 사업, 전문 의약품 및 일반 의약품 매출 키워 신약 개발 위한 '캐시 카우' 확보
국내 제약산업은 태동 초기 신약 개발에 대한 의지가 강했다. 하지만 신약개발이 뜻처럼 잘되지 않자 ‘제네릭 생산’과 ‘라이선스 아웃’으로 시선을 돌려 지금의 제약 산업이 형성된 것이다. 여기에 참여한 현 제약사들의 특징은 전문의약품 및 병원 납품 물자 등을 유지해 흑자 구조를 갖고 있다. 이를 통해 신약 개발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는 것이다.
HLB의 경우 지난 2020년 3월 스웨덴 바이오기업 ‘비베스토’로부터 세포 독성 항암제인 ‘파클리탁셀’ 성분의 3세대 개량 신약인 ‘아필리아’에 대한 러시아와 북유럽, 동유럽 일부 국가를 제외한 글로벌 권리를 넘겨 받았다. 또 앞서 거론했듯 체외진단기기 사업을 통해 새로운 캐시카우를 확보했다. 또 HLB제약의 경우 전문의약품 매출을 꾸준히 늘리고 있다.
HLB테라퓨틱스는 백신 사업으로 2020년에 3억8109만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듬해 3억9956만원으로 소폭 상승하다 올해 상반기만 4억1551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앞으로 코로나19 백신사업을 추가하게 될 경우 매출은 급상승할 것으로 보여진다.
다만 HLB생명과학의 경우 의약품 유통사업을 하고 있지만 매출액 변화 폭이 크다. 지난 2020년 750억 규모의 매출을 올렸으나 지난해 377억원으로 급감했다. 올해 상반기 254억으로 선전했지만 지난 2020년에 비하면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종합병원 원내 의약품 시장 신규 진입과 입찰 병원 시장 확대를 세부 목표로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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