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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네르바의 눈

연이은 무역수지 적자, 우리만의 일은 아니지만 경계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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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봉 산업경제 전문기자
입력 : 2022.09.15 00:30 ㅣ 수정 : 2022.09.15 01:26

[기사요약]
95억달러에 육박한 우리나라 8월 무역 적자, 5개월째 연속 적자 기록
근본 원인은 원자재 가격 상승, 비슷한 처지의 다른 나라도 무역수지 적자 기록 중
우리만의 문제 아니라는 위안보다 모두가 문제라는 판단, 경제와 증시에 모두 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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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worldtradeimpex]

 

[뉴스투데이=최석원 SK증권 지식서비스부문장] 8월 우리 무역수지 적자가 역사상 가장 큰 규모로 발표되며, 정부, 기업, 그리고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올해 들어 4월 이후 벌써 5개월째 적자 상태인데, 특히 8월의 월 95억달러(원화로 약 13조원)에 달하는 무역 적자는 우리 경제 규모로 볼 때 작지 않은 규모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지난 몇 달처럼 기본적으로 수입 규모가 크게 늘어서 나타난 현상이긴 하지만 최근 두 달은 수출증가율도 떨어지고 있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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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globalvillagespace]

 

무역수지 적자가 지속된다는 것은 기본적으로 우리가 만들어 수출하고 벌어들인 돈이 수입하는 데 쓴 돈보다 작다는 것이기 때문에 다소 부정적으로 느껴지지만 한 나라의 살림 측면에서 보면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수입에 필요한 돈을 확보하는 방법은 재화의 수출 이외에 다른 경로도 많고, 수입이 투자로 연결되어 향후 성장에 도움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아직 경상수지가 흑자를 기록하고 있기 때문에 큰 위험이 도래한 상황으로 보긴 어렵다.

 

또한 자본거래 측면에서 보더라도 아직까지는 우리 경제의 미래를 밝게 보는 투자자금을 끌어 들일 수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위험을 과대평가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GDP 대비 교역 비중이 높고 통화가 국제화되지 않은 우리나라에서, 무역수지 적자 폭 증가에 따른 경상수지 흑자의 감소와 향후 적자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은 분명 주목해야 할 징후다.

 

<무역수지(원화표시)와 증시 변화 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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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화표시 무역수지 적자시기에 증시도 전반적으로 부진한 양상을 보인다. [자료=산업통상자원부, 한국은행, KRX]

 


• 적자의 원인은 원자재 가격 상승, 원자재 수입의존도 높은 국가 대부분 무역수지 적자 상태

 

장기간 흑자를 유지해 오던 우리나라의 무역수지가 적자로 돌아선 가장 큰 이유는 결국 국제 원자재 가격의 상승이다.

 

이미 상당 기간 가격 상승이 이어져 왔기 때문에 상승의 정도가 잘 감이 잡히지 않겠지만, 지난해 1년 평균 유가는 WTI 가격 기준으로 67달러였고, 지금 현재 유가는 90달러를 조금 밑도는 수준에서 움직이고 있다. 이것만으로도 30% 정도의 상승률인 것이다.

 

게다가 1월부터 8월말까지만 끊어서 보면 상황은 더 극적이다. 2021년 1월~8월 평균 유가는 64달러였던 반면, 올해 같은 기간 평균 유가는 100달러를 넘어선다. 56%의 상승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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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chemicalengineeringworld]

 

실제로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8월 수출입 현황 통계를 보면, 1월부터 8월까지 3대 화석연료(석탄, 원유, 가스) 수입액은 1251억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 약 660억달러의 거의 배에 가까운 수준으로 늘었다. 에너지 가격만 안정됐다면 무역수지가 흑자였을 것이란 얘기다.

 

게다가 가스와 석탄의 경우 원유보다 절대 금액은 낮지만 수입액 증가율이 훨씬 높은데, 이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나타난 글로벌 에너지 시장에서의 수급 불균형이 석유 이외의 화석 연료 가격을 모두 급격하게 끌어 올렸음을 시사한다.

 

이렇게 보면 사실 우리가 무역수지 적자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많지 않아 보인다. 실제로 일본과 프랑스 등 에너지 수입의존도가 높은 나라들에서도 모두 우리와 유사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일본의 경우 1월부터 7월까지만 해도 약 750억달러의 무역수지 적자가 발생했는데, GDP 대비 비율로 보면 우리나라보다 더 큰 상황이다.

 

또한 프랑스와 이탈리아에서도 대규모 무역 적자가 발생하고 있는데, 주된 원인은 역시 화석 연료 수입액의 급증에 따른 것이다.

 

이 때문에 정부는 계속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한국, 일본, 프랑스의 무역수지 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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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수입이 많은 국가들에서 나타나는 무역수지 적자 [자료=각국 정부, Refinitiv, SK증권]

 


• 우리만의 문제는 아니지만, 경계감이 필요한 상황

 

하지만, 다른 나라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은 상황 인식의 한 방법일 뿐이다.

 

현재의 상황을 더 정확하게 표현하면, 서로 같은 처지에 있으니 문제가 아닌 게 아니라, 비슷한 상황에 처한 나라들, 즉 우리나라, 일본, 프랑스 등 에너지 수입의존도가 높은 나라들이 모두 어려움에 빠진 것으로 봐야 한다.

 

에너지 수입의존도가 단기에 낮아지기 어려운 상황에서 현재의 가격 수준이 유지되면, 수입액 역시 현재 수준이 유지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는 무역수지를 개선하기 위해 수출을 늘릴 수밖에 없는데, 현재 글로벌 경제는 수축 국면에 들어갈 가능성이 더 높다.

 

물론 수출 측면에서 아직 우리나라는 양호한 상황에 놓여 있다. 우리나라의 8월 수출증가율은 달러 표시로 6%대지만, 프랑스는 7월 수출증가율이 2.5%에 불과하고, 일본의 경우 급격한 엔화 약세에 따라 지난 4월 이후 달러 표시 수출증가율이 넉 달 연속 마이너스였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최근 들어 반도체 수출이 악화되고, 코로나-19에 따른 중국 주요 도시의 봉쇄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석유제품, 자동차, 이차전지 등의 주요 수출 산업이 호조세를 유지하고, 인도를 포함한 아시아 지역과 미국에 대한 수출증가율이 높아 비슷한 환경의 다른 나라보다 상대적으로 나은 실적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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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egaz]

 

하지만, 글로벌 경제의 수축과 함께 무역수지 적자가 장기화할 경우 실물 경제만큼이나 통화의 안정성이 문제가 될 수 있고, 이 측면에서는 우리나라가 유리하다고 볼 수 없다.

 

아직 상대적으로 높긴 하지만 우리의 달러 표시 수출증가율도 하락세로 돌아섰고, 유로화와 엔화에 비해 원화의 위상은 여전히 낮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은 장기화할 가능성이 있는 무역수지 적자가 비슷한 처지에 놓인 각국의 경제뿐 아니라 자산시장에 잠재적 위험이라는 점을 시사한다. 우리만의 일이 아니라는 인식으로 관심을 덜 가질 일이 아니다.

 

[정리=최봉 산업경제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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