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네르바의 눈] 미 연준의 '속도조절' 관행, 증시의 '불편한 반등' 부추겨
[기사요약]
증시 반등, 연준의 긴축 속도 조정 가능성에 대한 기대 반영 중
실질적인 긴축 완화를 점치기에는 여전히 불안한 물가 상황
단, 과거 연준의 행태는 적어도 여름까지 단기 반등이 나타날 수 있음을 시사
[뉴스투데이=최석원 SK증권 지식서비스부문장] 글로벌 증시를 짓누르던 한 축에서 조금이나마 훈풍이 불어오고 있다. 미국 연준의 긴축 의지가 아주 조금이지만 약화되기 시작한 것이다.
미국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는 6월에 이어 7월에도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올리면서 2.5%로 만들었지만, 회의 이후 파월 연준 의장의 발언은 투자자들의 불안을 크게 완화시켰고, 대부분 국가의 증시는 이후 며칠간 상승을 이어갔다.
게다가 7월 전체적으로 보더라도 나스닥 지수와 S&P500 지수는 각각 12%, 9% 이상 올라 2020년 이후 가장 높은 월간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보다는 못하지만 코스피도 7월에 5% 넘게 올랐다.
투자자들이 환호한 파월 의장의 발언은 한 가지였다.
다음번 9월 FOMC에서도 이례적으로 큰 폭의 금리 인상이 단행될 수 있지만, 지금까지의 금리 인상으로 일단 중립적인 금리까지는 도달했고 시간에 걸쳐 긴축의 속도는 줄어들 것이라는 얘기였다.
어찌 보면 교과서적인 언급이지만 그 동안 물가를 잡기 위해 경기 둔화를 감수할 수 있다는 입장과는 어딘가 결이 달라진 것이다.
• 시장이 기대하는 실질적 긴축 완화, 아직은 시기상조
아직 모든 상황이 낙관적으로 흘러가고 있는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물가가 여전히 높고, 경기 둔화가 이제 시작에 불과한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기 때문이다.
만약 지금 나타나는 신호보다 경기 둔화가 더 심해지면 통화 긴축의 속도가 완화되던가 오히려 통화 팽창 정책으로 되돌아갈 가능성이 높아지는데, 이 경우 물가를 잡는데 실패할 수 있다. 일종의 딜레마인데, 연준이 이러한 딜레마에 빠지는 것은 투자자뿐 아니라 모든 경제 주체에 안 좋은 일이다.
물가와 관련해서는 역시 에너지 가격이 가장 큰 문제다.
최근 원유 가격은 긴축과 경기 둔화 우려 등에 따라 고점 대비 15% 이상 떨어진 가운데 움직이고 있지만, 유럽의 천연가스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이어지는 가운데 러시아와 유럽 각국의 긴장 관계가 가스 공급 축소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비록 유럽 각국은 러시아를 대체할 가스 수입 경로 확보에 집중하는 한편, 자체적인 수요 절감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가스 사용량이 늘어날 올해 겨울의 수급 안정 여부를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렇게 되면 대체 수요에 의해 다른 에너지 가격 역시 동반해서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
에너지 가격에 의한 물가 변동은 어차피 중앙은행의 긴축으로 통제하지 못하는 부분이기 때문에 긴축을 지속할 이유가 되지 않는다는 주장도 있다.
긴축에 의해 내수 수요가 줄고 부동산 가격이 떨어지면 오히려 긴축 속도를 줄이는 것이 국민 경제에 도움이 된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하지만, 과거 70년대에 통제가 어려운 에너지, 식료품 가격을 제외한 핵심 인플레이션을 통화정책의 중심에 놓아야 한다는 당국의 주장은, 이후 높은 기대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진 바 있다.
특히 물가 상승의 이유가 무분별한 통화, 재정정책의 결과일 뿐 아니라 원자재 보유국의 자원 무기화, 글로벌 패권 다툼이 초래하는 공급망 재편의 결과라는 점에서 70년대 중동 지역 지정학적 위험처럼 계속 물가가 자극될 가능성도 높다.
연준 역시 이 같은 점을 인식하고 있을 것이다.
• 그럼에도 단기 반등 가능성은 높아진 상황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사, 즉 과거 연준의 행태는 그들이 눈앞의 경기 침체 위험과 멀리 있는 기대 인플레이션 상승 위험 중 어떤 것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은지 역시 알려준다.
물가가 낮았던 2000년대 이후의 그린스펀 풋(put), 버냉키 풋(put)은 그렇다고 쳐도, 물가가 높았던 70년대에도 1972년 물가 상승과 함께 시작된 긴축은 경기가 둔화되기 시작하자 물가 고점 전에 완화 정책으로 바뀌었다. 또한 1979년에도 경기 둔화를 우려한 긴축 속도의 완화가 나타났었다.
이번에는 어떨까? 과거의 행동이 기대 인플레이션 상승으로 이어졌음을 감안해 물가가 잡힐 때까지 강한 긴축을 이어갈까? 확신은 어렵지만, 아마 그렇지 않을 것이다.
과거의 교훈 때문에 시장이 기대하는 만큼 완화적으로 전환하지 않겠지만, 바로 앞의 적을 물리치지 못하면 뒤에 있는 적을 물리칠 기회조차 없을 것이라는 논리를 내세우며 줄타기를 지속할 가능성이 높다.
이미 이러한 시각은 증시뿐 아니라 채권시장에서도 발견된다. 6월 중순 이후 시장금리가 큰 폭으로 내린 것이다.
한 때 3.8%에 근접했던 우리나라 10년만기 국고채 금리는 이제 3%를 조금 넘는 수준이고, 3.4%를 넘나들던 10년만기 미국채 금리도 2.6%대로 내려온 상태다. 특히 기준금리 전망에 민감한 2년~3년만기 국채금리도 크게 내려왔다.
연준이나 한국은행이 내년에는 기준금리를 내리기 시작할 것이라는 예상이 반영되고 있는 상황이다. 연준의 긴축 의지나 한국은행 총재의 긴축 의지는 이미 시장에서 무시되고 있는 셈이다.
경제 펀더멘털을 중시하는 투자자들은 지금의 상황이 당황스러울 수 있다. 긴축 속도를 완화해야 할 만큼 경제가 나쁘다는 사실이 오히려 증시 상승의 이유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주식의 가치는 유동성뿐 아니라 기업 이익 즉 경기 상황을 반영해야 하는데 경제지표가 나쁘게 발표될 때 오히려 주가가 오르니 불편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과거에도 그랬듯 긴축 의지가 약해질 것이라는 기대가 힘을 얻은 이상 이러한 불편한 상승이 이어질 수 있다.
[정리=최봉 산업경제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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