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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현-최태원 부자의 42년 희망가②

최태원 SK회장, 요동치는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세계 최정상 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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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소영 기자
입력 : 2022.09.01 05:00 ㅣ 수정 : 2022.09.01 05:00

SK가 품은 하이닉스, 10년간 세계 초우량 반도체 기업으로 초고속 성장
‘세계 최고층’ 4D 낸드 개발 성공으로 업계 ‘후발주자’서 선두로 '우뚝'
미국 반도체 생산 거점 이원화 통해 반도체 생태계 강화에 속도 높여
구성원 성장·미래 인재 확보 전략으로 반도체 인력난 해소 잰 걸음

최태원 SK그룹 회장(62·사진)이 2022년 9월 1일부로 그룹 회장 취임 24년을 맞는다.  최 회장이 경영 전면에 나선 후 SK그룹은 현대차그룹을 제치고 재계 2위까지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뉴스투데이는 최 회장의 글로벌 리더십과 반도체 등 차세대 먹거리 공략을 위한 야심찬 사업 전략을 다룬 기획물 연재를 시작한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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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8년 10월 4일 최태원 SK회장이 충북 청주시 흥덕구 SK하이닉스에서 열린 'M15' 공장 준공식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뉴스투데이=전소영 기자] 한때는 누구의 선택도 받지 못해 떠돌이 신세로 기업 인수합병(M&A) 시장을 전전했던 반도체 업체 하이닉스가 SK 날개를 단 지도 어언 10년이다.  상전벽해(桑田碧海)라는 말처럼 2012년 SK 품에 안긴 하이닉스는 10년이라는 시간 동안 '재계 천덕꾸러기'에서 세계 초우량 반도체 기업이라는 '백조'로 탈바꿈했다.

 

SK하이닉스의 성공신화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SK하이닉스는 최근 ‘세계 최고층’ 4D 낸드 개발에 성공하며 업계를 떠들썩하게 했다. 미국과 중국이 놀랄 만큼 탄탄한 기술력을 입증한 SK하이닉스는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영향력을 강화하고 있는 모습이다.

 

기술력이 향상하려면 그만큼 투자도 뒤따라야 한다. 이를 위해 SK하이닉스는 R&D(연구개발)과 우수인력 확보에도 '통 큰' 지원을 이어가고 있다. 

 

이를 보여주듯 최태원 회장은 올해 초 150억달러(약 20조원)를 투자해 미국 캘리포니아주(州)에 실리콘밸리 연구개발(R&D) 센터와 메모리 반도체 첨단 패키징 제조시설을 설립한다고 밝혀 ‘K반도체’ 경쟁력 확보에 속도를 높였다.

 

최 회장은 또한 대학과 손을 잡고 차세대 반도체 인재 육성에 직접 나서고 있으며 우수 인재의 지속 성장과 커리어 패스(Career Path· 경력개발) 설계를 돕기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있다. 

 

‘비전·기술력·투자’ 등 3박자를 모두 갖춘 SK하이닉스의 성장 잠재력은 어디까지 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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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달 SK하이닉스 부사장(NAND개발담당)이 SK하이닉스가 개발한 238단 4D 낸드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 = SK하이닉스]

 

■ SK하이닉스, 글로벌 낸드 시장 ‘후발주자’에서 선두로 우뚝  

 

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최근 적층(積層, 반도체 셀(Cell)을 수직으로 쌓는 기술)의 원조인 삼성전자를 제치고 세계 최고층 4D 낸드플래시(이하 낸드) 개발에 성공해 낸드 시장 판도를 뒤흔드는 ‘게임체인저(Game Changer)’로 떠올랐다. 

 

 4D는 4차원 구조로 반도체 칩을 만들었다는 뜻이다. 낸드플래시는 스마트폰·PC 등 전자기기에 들어가는 데이터 저장용 반도체이며 데이터 저장공간을 고층으로 쌓는 것이 첨단 기술력의 척도다.

 

세계 낸드 시장 2위인 SK하이닉스는 지난 8월 3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州) 산타클라라에서 막을 올린 ‘플래시 메모리 서밋(Flash Memory Summit, FMS) 2022’에서 238단 4D 낸드를 처음 선보였다.  

 

4D 낸드는 셀을 수직으로 쌓는 기술이 탑재된다. 셀을 많이 쌓아 올리면 올릴수록 저장할 수 있는 데이터양도 늘어난다. 다만 그만큼 셀 내부 전류 감소와 층간 뒤틀림, 상하 적층 정렬 불량 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위험부담도 크다. 

 

결국 더 많은 셀을 부작용 없이 쌓아올리느냐가 반도체 기술 수준을 결정하는 기준인 셈이다. SK하이닉스가 성공한 238단은 중국 반도체 기업 YMTC가 올해 목표치로 설정한 200단 낸드는 물론 미국 반도체 업체 마이크론이 지난달 양산한 232단 낸드보다 높은 수치다.

 

238단의 데이터 전송 속도는 초당 2.4Gb(기가비트)로 이전 세대보다 50% 향상됐으며 생산성은 34% 개선됐다. 칩이 데이터를 읽을 때 사용되는 에너지 사용량이 21% 줄어 전력소모 절감 효과도 냈다. 

 

갈수록 천문학적인 양의 데이터를 처리해야 하는 빅데이터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서려면 반도체 기업에 적층 기술은 필수다. 

 

이에 따라 SK하이닉스가 이번에 개발한 238단 4D 낸드는 낸드 시장 1위 삼성전자 입지를 흔들 만큼 우수한 기술력을 가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미 128단에도 SK하이닉스가 삼성전자보다 먼저 도달한 전력도 있다. 이는  SK하이닉스가 글로벌 낸드 시장에서 더이상 삼성전자 뒤를 쫓던 ‘후발주자’가 아니라는 평가를 받을 만 하다.

 

SK하이닉스 역시 기술 선두를 차지하기 위한 의지가 확고하다.

 

최정달 SK하이닉스 부사장(낸드 개발담당)은 “4D 낸드 기술력을 토대로 개발한 238단을 통해 원가, 성능, 품질 면에서 글로벌 톱 클래스 경쟁력을 확보했다”며 “앞으로도 기술 한계를 돌파하기 위해 혁신을 거듭해 나가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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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왼쪽 스크린) 미국 대통령이 지난 7월 26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DC에 있는 백악관을 방문한 최태원(오른쪽) SK그룹 회장과 화상 면담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SK하이닉스, 새로운 생산 거점지 미국에서 반도체 생태계 대폭 강화

 

첨단 제품이 기술력을 향상하려면 그만큼 투자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이에 따라 기업들 역시 대내외 불확실성이 장기화되는 가운데 연구개발(R&D)에 대한 투자를 멈추지 않고 있다.

 

SK하이닉스도 예외는 아니다. SK하이닉스 R&D비는 2019년 3조1885억원에서 2020년 3조4820억원, 2021년 4조448억원으로 해마다 크게 늘어나는 추세다.  SK하이닉스는 올해 1분기에만 R&D에 1조2043억원 이상 투자했는데 이는 지난해 전체 투자금의 30% 수준에 육박한다.

 

특히 올해는 미국으로 반도체 생산 거점이 이원화되는 대목이 주목할 만하다. 

 

SK는 최근 미국에 220억 달러(약 29조원)를 새롭게 투자한다고 밝혔으며 이 가운데  150억 달러는 미국 대학과 반도체 R&D 협력, 메모리 반도체 첨단 패키징 제조 시설 등 반도체 생태계 강화에 투입하기로 했다.

 

이는 최태원 회장이 지난 7월 26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화상 면담에서 신규 투자 계획과 함께 메모리 반도체 첨단 패키징 제조 시설 건립 구상을 공개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패키징 제조 시설 설립과 관련한 구체적인 계획은 아직 공식적으로 밝혀지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글로벌 통신사 로이터는 SK하이닉스가 내년 1분기 미국 반도체 패키징 공장 착공을 목표로 부지 선정에 나설 방침이라고 지난 8월 12일(현지시간)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로이터는 패키징 공장 부지가 엔지니어링에 재능이 있는 인재를 뽑기 위해 대학 인근에 자리잡을 수도 있다고 점쳤다. 공장이 완성되면 2025∼2026년경 본격적인 양산에 돌입할 예정이다. 이 공장에는 직원 약 1000명이 근무할 것으로 보인다.

 

SK하이닉스는 또한 오는 2026년 완공을 목표로 실리콘밸리 R&D센터를 구축해 인공지능(AI), 낸드 솔루션 등 신(新)성장 분야 혁신을 위한 빅테크 기업과의 협업을 모색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이 지역이 SK하이닉스의 기술 경쟁력을 강화할 요충지로 거듭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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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섭 SK하이닉스 대외협력총괄 사장(왼쪽)과 정진택 고려대 총장이 지난 2020년 4월 10일 화상 회의를 통한 ‘반도체공학과 협약식’ 기념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 = SK하이닉스]

 

■ 반도체 인력난, 구성원 성장·미래 인재 확보 등 ‘두 마리 토끼 잡기' 전략으로 극복

 

제 아무리 유수하다는 평가를 받는 기업이라도 발전과 성장으로 주도해 나갈 전문 인력이 없으면 어느 누구도 미래를 장담할 수 없다. 이에 따라 R&D 투자만큼 중요한 것이 인재 확보다.

 

특히 반도체 업계는 해마다 3000명, 향후 10년간 인재 3만명이 부족하다고 할만큼 인력난이 심각한 시장이다. 이에 따라 선제적인 우수 인력확보와 기존 인재 유출 예방, 더 나아가 인재 육성이 매우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SK하이닉스 역시 구성원을 성장시키고 미래 반도체 인재까지 확보하는 두 가지 전략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글로벌 최고 수준 인재들이 자부심을 가지는 성장 중심 회사’라는 목표를 세우고 구성원들의 지속 성장과 직무경험 설계를 돕기 위한 프로그램을 늘려 나가고 있다.

 

예를 들어 SK하이닉스는 반도체 인재를 육성하기 위해 만들어진 대학 학제(학교 또는 교육에 관한 제도) 체계의 사내 직무 교육 플랫폼 ‘SKHU’를 운영한다. 이를 통해 구성원들은 전직 임원과 우수한 현업 구성원으로 꾸려진 전문교수·강사진의 반도체 기술 지식과 현업의 수요를 반영한 교육을 입사 시점부터 8년간 의무적으로 이수해 전문성을 기르게 된다.

 

또한 구성원이 업무를 잠시 멈추고 국내외 유수 대학으로 파견해 석·박사 학위 획득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돕는 ‘대학 학위 과정’ 지원 프로그램도 갖추고 있다. 특히 올해부터 미래 기술 역량을 체계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학위 과정 선발 규모를 연간 75명에서 200명 수준으로 크게 늘렸으며 지원 가능한 대학 수도 넓혔다. 해외 대학 온라인 석사 과정도 새롭게 구축했다.

 

이 밖에 외부 전문기관과 함께 문제 해결 및 미래 기술을 개발하는 ‘i-TAP’ 프로그램도 있다. 업무 수행 중 내부 역량만으로 해결이 곤란하면 외부 전문가들과 연결해 주는 지원책이다. 2016년부터 시행된 이 프로그램을 통해 지금까지 총 281건의 과제가 완료됐다. 

 

SK하이닉스는 대학과 손 잡고 ‘반도체계약학과’를 만들어 인재를 직접 육성하는 일도 놓치지 않고 있다. 

 

우수한 교육 인프라를 갖춘 국내 유수 대학들과 반도체 전문지식을 갖춘 인재 양성을 목표로 계약학과를 개설해 운영하고 있다. 반도체 기본 지식을 습득하는 수준이 아닌 기업에 입사했을 때 즉시 실무 투입이 가능할 만큼 전문 역량을 갖춘 실전형 인재로 키우기 위한 커리큘럼 구성에 심혈을 기울였다는 게 SK하이닉스 측 설명이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반도체 산업이 지속적으로 발전하기 위해 SK하이닉스 내·외부 간 협업과 시너지가 매우 중요하다”며 “SK하이닉스가 추구하는 인재 양성은 내부 구성원과 미래 반도체 인재, 협력사, 고객사 등 이해관계자와 함께 성장하는 것이다. 이러한 전략을 통해 지속 가능한 반도체 생태계를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SK는 과거 반도체 산업 전문성이 없어 선대 회장 시절 선경반도체가 실패로 끝난 뼈아픈 경험이 있다. 또한 에너지·석유화학과 ICT(정보통신) 등 기존 주력 사업에 맞춰진 수익구조 틀에서 반도체가 어떻게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을 지 누구도 장담하지 못했다.

 

불확실성만이 난무하는 가운데 오로지 최태원 회장의 뚝심에서 시작한 반도체 사업은 이제 그룹의 핵심 먹거리로 SK 미래를 짊어지고 있다. 

 

모두가 안 된다고 했지만 SK하이닉스는 불과 10년 만에 글로벌 낸드 2위로 올라섰다. 최근 경기 침체로 반도체 시장이 흔들리는 가운데 SK하이닉스가 반도체 산업에서 기회를 일궈낼 반전 드라마를 어떻게 만들 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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