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투데이=김소희 기자] “대형마트 치킨은 프랜차이즈 치킨의 품질, 맛과는 비교가 안됩니다. 또한 대형마트가 이렇게 싼 가격에 언제까지 판매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결국 미끼상품 아니겠습니까.”
홈플러스, 이마트, 롯데마트에서 내놓은 초저가 치킨에 열광하는 소비자의 모습을 지켜 본 치킨업계 관계자가 한 말이다.
최근 대형마트에는 초저가 치킨을 사기 위해 소비자들이 장사진을 이루는 모습이 속출하고 있다.
이들 마트는 매일 한정된 수량을 판매하기 때문에 마트에서 치킨을 구매한 소비자 가운데 일부는 치킨을 중고거래 플랫폼에 웃돈을 얹어 되파는 웃지못할 광경도 펼쳐지고 있다.
롯데마트가 12년 전 초저가 치킨 ‘통큰치킨’을 내놓았을 때 소비자들은 치킨 프랜차이즈 업계 편에 서서 “골목상권 침해”라고 맹비난했다. 그 결과 롯데마트는 출시 일 주일 만에 통큰치킨 판매를 중단했다.
그후 12년이 흘러 불과 두 달 전 홈플러스가 ‘당당치킨’ 판매를 시작하면서 역사 속으로 사라진 초저가 치킨이 화려하게 부활했다.
12년 전과 달리 소비자들은 대형마트에서 내놓은 초저가 치킨에 두 팔을 들어 열광하고 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국내 치킨업계 1위 교촌은 지난해 11월 각종 제반 비용 상승을 이유로 치킨 가격을 평균 8.1% 올렸다. 이에 질세라 bhc도 같은 해 12월 인건비와 원부자재 가격 상승 명분으로 일부 치킨 메뉴를 최대 2000원 인상했다. “뼈를 깎는 고통으로 가격 인상을 하지 않겠다”고 외쳐온 BBQ 마저도 지난 5월 은근슬쩍 대표메뉴 가격을 2000원씩 올렸다.
프랜차이즈 업계는 물가 상승 등 여러 이유로 제품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틀린 말은 아니다. '월급 빼고 다 오르는 고물가' 시대를 맞아 치킨 가격이 오르는 것은 사실 놀라운 얘기는 아니다.
그러나 경영환경이 어렵다고 주장한 이들 프랜차이즈 업체가 공개한 실적은 소비자들을 황당하게 만든다. '치킨 빅3' 모두 지난해 사상 최고 실적을 거머쥐었기 때문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배달비까지 오른 상황에서 치킨 가격 인상은 소비자에게 큰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 주말 저녁 온 가족이 오손도손 모여 앉아 치킨을 먹는 일반 가정은 윤홍근 BBQ 회장이 언급한 ‘치킨 3만원 시대’가 코앞으로 다가왔다는 것을 실감한다.
이 같은 고물가 시대에 대형마트가 내놓은 5000원대 초저가 치킨은 마땅히 환영받을 만하다. 더욱이 “가성비가 있다”는 호평마저 쏟아지고 있다.
12년과 비교해 180도 달라진 소비자 태도에 치킨 프랜차이즈 본사는 아직 '강 건너 불구경'하는 모습이다.
치킨 프랜차이즈 점주들이 “본사가 나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본사는 “미끼 상품일 뿐”, “프랜차이즈 치킨과 비교 불가” 를 외치며 별다른 대응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그러나 대형마트 초저가 치킨이 단순한 ‘해프닝’일까. 기자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치킨으로 시작한 대형마트 초저가 전략이 이미 피자와 초밥으로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소비자들도 이미 치킨 프랜차이즈로 향하던 발걸음을 대형마트로 돌렸다.
치킨 프랜차이즈 본사는 초저가 열풍에 탑승한 대형마트에 열광하는 소비자들을 팔짱만 끼고 바라볼 때가 아니다. 등 돌린 소비자들을 보고 해결책을 내놔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