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투데이=임종우 기자] 최근 코스피지수가 2,500선까지 올라왔다. 연이은 하락장에서 2,200선까지 추락하며 거의 ‘사경’을 헤매다시피 한지 약 두 달 만이다.
하지만 지난해 거칠 것 없는 상승장 속에 올라간 투자자들의 눈높이를 만족시킬 수 있는 수치는 아니다.
‘삼천피’를 경험하던 개미투자자들은 올해 들어 패닉 상태에 빠지며 각자가 분석한 여러 가지의 원인을 내놓고 있다. 그리고 그중 가장 많이 언급된 것이 바로 ‘공매도’다.
공매도를 정말 간단히 표현하면 ‘없는 것을 파는 것’이다. 직관적으로 이해는 되지 않지만 결국 향후 주가가 내려갈 것을 기대하는 것이니만큼, 일반적으로 가진 주식의 가치가 오르길 바라는 사람들의 처지에서는 달갑지 않은 것이 당연하다.
경제 기사의 댓글이나 각종 커뮤니티에서는 ‘공매도 완전 폐지’를 주장하는 사람들의 의견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주식 시장에서 기관투자자는 개미들에게 있어 분노의 대상이다. 개인들보다 훨씬 큰 덩치로 상승장이든 하락장이든 승리를 쟁취하는 모습을 보면 아니꼬워 보일 수밖에 없다. 특히, 개미들이 비명을 지르는 하락장 사이 일부 공매도가 허용된 투자자들만 이득을 챙겨가는 공매도라는 제도는 도저히 좋게 봐줄 수가 없을 것이다.
개미들은 공매도의 완전 재개가 기관의 욕심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공매도의 완전 폐지도 개인의 욕심이 아닐까.
당연히 현행법상 금지된 ‘무차입 공매도’나 내부 비공개 정보를 이용한 ‘불법 공매도’는 엄중한 처벌과 그에 따른 합당한 조치가 필요하다.
가령 일부 주식에 공매도를 걸어놓고 고의로 악의적인 정보를 흩뿌려 주가를 낮춘다거나, 부정적인 사실을 공시하기 전 정보를 미리 취득한 뒤 공매도를 하는 것은 불공평한 것이다. 또 증권을 소유하거나 빌리지 않은 채 먼저 매도를 해버리는 무차입 공매도도 결제불이행 위험이 도사리고 있어 대부분 국가에서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기관도 공매도에 ‘베팅’을 할 때는 각자의 리스크를 껴안게 된다. 주가가 떨어질 것이라는 불확실성에 돈을 거는 것이다.
만일 공매도를 선택한 기관의 바람과 다르게 주가가 도리어 올라버린다면, 손해는 천문학적으로 커질 수도 있다.
실제로 2020년 글로벌 주식 시장에 광풍을 일으켰던 ‘게임스탑’ 사태는 공매도 판에서 기관이 잃을 수도 있다는 대표적인 사례로 남았다.
주식 그래프를 면처럼 색칠하던 개미들과 기관의 치열한 공방 끝에 당시 미 공매도 전문 헤지펀드였던 ‘시트론 리서치’는 공매도에 대한 연구를 중단하겠다 발표했고, 공매도를 시도한 또 다른 헤지펀드 멜빈 캐피탈은 끝내 파산했다.
한편으로는 공매도의 존재가 주가의 상승을 막는 것이 개미들의 자산을 거품으로부터 지켜줄 수도 있다.
모든 기관이 일시에 같은 포지션을 취하지는 않는다. 대다수 기관이 공매도를 선택하던 게임스탑 사태 당시에도 주가가 오를 것을 기대하는 ‘롱 포지션’을 선택한 투자자들도 있었다. 이는 곧 세력과 세력 간의 견제가 일어날 수 있고, 주가가 쉬이 쓰러지지 않는 ‘균형’이 맞춰질 수 있다는 것이다.
당연히 오르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마는, 한때 국내 증시를 휩쓴 공포의 ‘루보 사태’나 최근 연일 상한가를 치는 ‘무상증자 테마주’들의 사례가 공매도 부재의 부작용일 것이다.
2006년 당시 몇백원짜리 동전주에서 몇 달 만에 5만원짜리가 된 루보는 거품이라는 것이 들통난 뒤 ‘11거래일’ 연속 하한가라는 전례 없는 그래프를 그렸다.
기업가치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는 ‘무상증자’는 연일 착시효과와 같은 상한가를 일으키고 있다. 공교롭게도 무상증자로 주가가 급등한 종목들은 대부분 공매도 거래가 불가능했다.
공매도가 불가능한 종목들은 세력들의 타깃이 되기 십상이다. 균형을 잃은 비이성적인 그래프는 고점에서 만난 개미들을 절벽 아래로 밀어버릴 수 있다.
돈이 걸린 일에 분노하고 슬퍼하는 것은 당연하다. 다만, 무언가 하나가 사라진다고 해서 전체가 평화로울 것으로 생각하는 것은 결국 누군가를 탓하기 위한 ‘마녀사냥’일 수도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