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바닥찍었나③끝] 칩4 동맹 둘러싼 미중 압박, 정부선택 따라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운명 엇갈려
반도체산업을 국가안보 차원에서 접근하는 미 주도로 한국 대만 일본 4개국 동맹 결성하면 석유업계 OPEC 같은 막강한 힘 가질 듯, 중국정부 발작적 견제 나서면서 한국 향한 대대적 보복 예고
미국 뉴욕증시에서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가 이달 들어 오름세를 타면서 관련 ETF(상장지수상품)에 투자가 몰리고 있다. 그동안 내리기만 하던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가 상승곡선을 그리자 반도체 산업이 바닥을 찍고 턴어라운드를 했다는 성급한 기대감까지 불러일으키고 있다. 미국정부는 자국내 반도체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68조원 규모의 반도체 지원법안을 추진중이고 국내에서도 반도체 관련 세금을 내리고 관련법도 손보는 지원책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특히 정부는 각종 지원책을 통해 향후 5년간 340조원의 민간투자를 유도하는 반도체 초강대국 달성전략을 내놓고 업계의 투자를 독려하고 있다. 반도체 경기를 짚어본다. <편집자주>
[뉴스투데이=정승원기자] 5만전자에서 6만전자를 겨우 회복한 삼성전자 투자자들은 칩4 동맹을 둘러싼 정부의 선택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3월 한국과 일본, 대만에 칩4 동맹을 제안하면서 가능성 여부를 8월까지 결정해달라고 요청했다는 소식 때문이다.
칩4 동맹이란 미국 주도로 한국, 대만, 일본 등 4개국이 참여하는 반도체 공급망 협력체를 구축하는 것을 말한다.
동맹을 결성해 무엇을 어떻게 하겠다는 구체적인 내용이 아직 나오고 있지 않지만 미국이 반도체 생산과 공급 문제를 국가안보 차원에서 다루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일종의 군사동맹처럼 반도체 산업에서도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동맹으로 업계에서는 이해하고 있다.
특히 이들 4개국이 사실상 전세계 반도체 산업을 독점하다시피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칩4 동맹이 산유국들의 OPEC와 같은 막강한 힘을 발휘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방한한 빅토리아 뉼런드 미국 국무부 정무차관이 외교부 2차관과 면담에서 반도체 칩4 동맹에 관한 의견을 교환한 것도 미국이 얼마나 칩4 동맹을 중시하는지를 가늠케 한다.
중국은 칩4 동맹에 예민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관영언론을 통해 한국이 칩4 동맹에 가입할 경우 한국 반도체 산업에 보복을 가할 것임을 연일 강조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사드 사태때처럼 중국이 실제로 전방위적인 보복을 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현재 한국 전체 반도체 수출의 60%는 중국에 쏠리고 있다. 삼성과 SK하이닉스의 중국시장 의존도가 큰 만큼, 중국정부가 이를 지렛대로 이용해 반격을 가할 수 있다는 시나리오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한국제품을 배제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반론도 존재한다.
더욱이 사드 사태때 중국의 광범위한 보복을 받은 경험도 반도체 대응에 도움이 될 것이란 시각이 있다. 그때와 다르게 현재는 중국시장을 겨냥한 소비재 수출품목이 많이 줄어든 상태라서 적절한 대처가 가능하다는 지적이다.
지금으로선 칩4 동맹 가입에 따른 유불리를 쉽게 따지기 힘들기 때문에 삼성과 SK하이닉스도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이와 관련,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27일(현지시간) 워싱턴DC 한국전참전용사기념공원에서 추모의 벽 공식 제막·헌정식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정부나 다른 곳에서 잘 다루리라 생각한다”면서 “우리에게 가장 유리한 쪽으로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지 않겠는가”라고 말했다.
한편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28일(현지시간) 화상통화를 가질 예정인데, 이 자리에서 대만 문제, 미국의 대중국 고율관세 폐지 문제, 반도체 칩4 동맹 결성, 우크라이나 전쟁의 출구 모색 등이 주요 의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두 정상간의 통화는 이해관계를 둘러싸고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상황에서 큰 도움이 될 것 같지는 않다. 따라서 이후 전개될 미국의 구체적인 압박과 중국의 대응을 지켜보면서 칩4 동맹의 가입에 따른 득실을 신중하게 따진 후 선택의 시간을 가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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