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과 한국노총 이례적인 '한 목소리', "내년 최저임금 대폭 인상하라"
[뉴스투데이=박희중 기자]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과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이 28일 이례적으로 한 목소리로 내년 최저임금 대폭 인상을 요구했다. 노동 이슈에 대해 미묘한 입장 차이를 보여온 이들 양대 노총이 최저임금 인상에 대해서 대오를 나란히 한 것은 최근 물가급등 사태 등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을 낳고 있다.
양대 노총은 최저임금 법정 심의 기한을 하루 앞둔 이날 오후 정부세종청사 앞에서 '최저임금 인상과 제도 개악 저지를 위한 양대 노총 결의대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최저임금은 저임금 노동자들의 생계를 보장하고 임금 격차를 해소해 소득 분배를 개선하기 위한 것"이라며 "그렇기 때문에 최저임금 대폭 인상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양 위원장은 "기름값을 비롯한 물가는 폭등하고 금리도 가파르게 올라 노동자·민중의 삶은 더는 견디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고 있다"며 "월급 빼고 다 올랐다는 말은 푸념이 아니라 현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직접 발표한 생계비에도 미치지 못하는 최저임금에 경제 위기의 책임을 뒤집어씌우고, 소상공인·자영업자의 어려움도 최저임금 탓으로 돌리는 정부와 재벌 대기업의 행태에 분노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은 "올해 최저임금 투쟁에서 밀리면 노동 시간은 무한대로 늘어나고 임금은 속절없이 삭감될 것"이라며 "올해는 업종별 차등 적용을 간신히 막았지만, 정부와 최저임금위원회는 끊임없이 제도를 흔들고 노동의 차별을 심화시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저임금위는 이날과 29일 연이어 정부세종청사에서 전원회의를 열고 내년 최저임금 수준을 결정할 예정이다.
노동계는 올해 최저임금(9천160원)보다 1730원(18.9%)을 올린 시간당 1만890원, 경영계는 올해와 같은 시간당 9160원을 최초 요구안으로 제시한 상태다.
내년에는 업종별로 최저임금을 차등(구분) 적용하지 않기로 했지만, 최저임금위 공익위원들은 이와 관련한 기초자료 연구를 노동부에 권고했다.
김 위원장은 노동부가 지난 23일 발표한 '노동시장 개혁 추진 방향'과 관련해서는 "노골적으로 노동 시간을 늘리고 임금을 깎겠다는 시대착오적인 선전 포고이며, 헌법이 보장한 노동 기본권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코로나19 시기에 가장 큰 희생을 강요당한 것은 우리 노동자들이었고, 지금의 경제위기 극복의 희생을 다시 강요받는 것도 우리 노동자들"이라며 "오늘의 최저임금 투쟁을 시작으로 굽힘없이 당당하게 투쟁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