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노사 산별교섭 줄다리기···‘임금 인상률·임금피크제’ 쟁점
[뉴스투데이=유한일 기자] 금융권 노사가 올해 본격적인 산별교섭에 돌입한 가운데 임금 인상률과 임금피크제 폐지가 최대 쟁점으로 떠올랐다.
임금의 경우 노사 제시안 격차가 크게 벌어지면서 접점 찾기에 난항이 예상되고, 임금피크제를 둘러싼 입장차도 갈리고 있다.
금융권 노사의 줄다리기가 길어질 경우 노조의 하투(夏鬪·노동계의 여름철 투쟁)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과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사용자협의회)는 오는 7월 5일 제4차 산별중앙교섭을 진행한다.
산별교섭은 산업 단위 노사가 협상을 진행해 임금 및 근로 조건을 결정하면, 동종 산업 전체에 적용하는 방식이다. 금융권 노사는 2010년부터 산별교섭 방식을 도입해 진행하고 있다.
금융노조와 사용자협의회는 지난 4월 19일 대표단 상견례를 가지고 본격적인 교섭에 돌입했다. 임금 인상률과 임금피크제 폐지, 주 4일제, 정년 연장 등 협상 항목이 산적해있다.
먼저 사용자협의회는 올해 임금 인상률로 0.9%를 제시했다. 전(全) 산업 대비 금융권 임금 수준이 높고, 기본 인상률 외에도 호봉 상승과 보로금·성과급 등의 실질 임금 인상분을 감안해야 한다는 것이다.
금융노조는 반발하고 있다.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사태 속 물가 상승률에도 미치지 못한 임금 인상률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날을 세우고 있다. 금융노조는 기본 임금 인상률 6.1%에 저임금 직군에 대해선 12.1%를 반영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금융노조 관계자는 “물가 상승을 무시하고 금리 인상 등을 이유로 0.9%의 임금 인상률을 제시한 것은 사실상 임금을 삭감하자는 것”이라며 “금융 노동자들의 희생만 강요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산별교섭에서 금융권 노사는 임금 인상률을 2.4%로 정하는데 합의한 바 있다. 당시 노조 측은 4.3%, 사용자 측은 1.2%를 각각 제시한 뒤 조율한 결과다. 다만 올해는 제시안 격차가 지난해보다 더 벌어진 만큼 교섭 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사용자협의회 측 한 관계자는 “다음 교섭에서 대표단이 임금 인상률을 기존(0.9%)보다 높여 제시할지 아직 정해진 건 없다”며 “기한 내 조정이 이뤄질지 예상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임금피크제 폐지도 올해 산별교섭의 쟁점으로 떠올랐다. 최근 대법원에서 합리적 이유 없이 나이만으로 임금을 깎는 임금피크제가 무효라는 판결이 나온 만큼 임금 체계 개편 논의는 불가피하다.
금융노조는 대법원 판결에 대해 노동자 권리를 보장하는 전향적 해석이라며 환영하고 있다. 이 판결을 계기로 임금피크제 폐지까지 끌어낸다는 계획이다. 다만 당장은 금융권에서 진행되고 있는 소송 등을 고려해 추후 대응하겠단 방침이다.
주 4일제 도입도 금융노조가 중점적으로 요구하는 의제 중 하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서도 높은 편에 속하는 노동 시간 감축을 위해 금융권에 주 4일제를 도입하자는 것이다.
반면 사용자협의회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아직 유럽 등에서 실험만 진행되고 있고, 사회적 공감대도 형성되지 않았다는 이유다.
주 4일제 역시 노사 간 입장차만 확인하며 교섭이 진행될 가능성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근무 일수 감소에 따른 임금 산정 문제와 생산성 저하 우려 등을 해소해야 하는 만큼 당장 가시적인 결과가 도출되긴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다.
올해 금융권 산별교섭은 예년보다 치열하게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속 일상 회복이 본격화된 데다 빠른 물가 상승세, 대법원 임금피크제 무효 판결, 은행 점포 폐쇄 가속화 등 산별교섭 테이블에 오를 요인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금융권 노사가 접점을 찾지 못하고 산별교섭이 공회전할 경우 금융노조의 하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난해 10월에도 사용자협의회와 산별교섭에 난항을 겪던 금융노조는 총파업 목전까지 갔다가 극적 합의에 성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