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투분석] '도전보단 안정' 추구해온 이재용 부회장 “목숨걸고 투자” 외친 이유는

전소영 기자 입력 : 2022.06.22 05:00 ㅣ 수정 : 2022.06.22 11:16

삼성전자, 1분기 실적 호조에도 러-우크라 전쟁·노사 갈등 등 악재 수두룩
창사 이래 최대 위기 맞은 삼성전자 수장 이 부회장 비장한 각오 내비쳐
이 부회장, 실용주의와 '선택과 집중'에서 탈피해 공격경영에 적극 나서
뉴삼성 선언 이후 삼성 신규 특허등록 건수 폭증세...지난해 사상 최대치
그룹 차원에서 향후 5년간 반도체 등 미래 신사업에 450조원 투자
글로벌 무대에서 반도체 위상 위협받는 데 따른 야심찬 행보
이 부회장 적극 행보로 삼성전자 위기론 개선에 큰 도움 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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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연합뉴스]

 

[뉴스투데이=전소영 기자] 국내 최대 기업 삼성전자를 둘러싸고 때아닌 위기론이 불거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에 예상치를 뛰어넘는 실적 호조의 성적표를 거머쥐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실적에도 삼성전자는 반도체 부분 성장세 둔화로 글로벌 시장에서 입지가 점차 좁아질 수 있다는 우려감이 팽배해지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GOS(게임 최적화 서비스) 논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지정학적 위기, 해킹 사태, 노사갈등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이에 따라 연일 신저가를 경신해온 삼성전자는 끝내 1년 7개월 만에 주가가 5만원대로 하락하며 ‘5만전자’라는 오명까지 떠안아야 했다.

 

창사 이래 최대 위기라고 불릴 만큼 난항에 처한 삼성전자의 위기는 이재용 부회장까지 변화시키고 있다. 아버지 고(故) 이건희 회장 경영스타일이 도전적이고 과감했다면 이 부회장은 그동안 신중함을 기반으로 안정 속 변화를 꾀했다. 

 

그런 이 부회장이 최근 과감하고 결단력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목숨 걸고 한다”는 비장한 각오까지 밝힌 이 부회장을 두고 ‘달라졌다’, ‘이건희 회장이 떠오른다’는 말들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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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고 이건희 회장 [연합뉴스]

 

■ 과감보단 신중, 도전보단 안정...이 부회장의 실용주의 경영전략

 

이재용 부회장 부친 고 이건희 회장은 “마누라, 자식 빼고 다 바꾸라”는 유명한 어록처럼 주어진 현실에 결코 안주하지 말고 끊임없이 혁신하고 도전을 멈추지 않은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이건희 회장이 취임한 1987년 이후 삼성전자 매출은 40배, 시가총액은 300배 가량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이와 같은 여세를 몰아 이 회장은 삼성전자를 꾸준히 성장궤도에 올려 세계 최고 반도체 기업으로 육성했다

 

재계에서도 알아주는 도전가(挑戰家)였던 이 회장과는 달리 이재용 부회장 경영방식은 실용주의를 기반으로 했다. 

 

이 회장이 2014년 입원한 후 실질적인 총수 자리에 오른 이 부회장은 삼성전자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면서 그 안에서 새로운 돌파구와 변화를 찾아내고자 했다.

 

그의 그러한 기조는 정기 사장단 인사에서도 엿볼 수 있다. 아버지를 대신해 그룹 경영 전면에 나선 이후 첫 실질적 인사로 알려진 ‘2016년 정기 사장단 인사’에서 이재용 부회장은 대대적인 변화를 주지 않았다. 그동안 삼성전자를 이끌어왔던 주역들을 그대로 안고 가면서도 주력 사업부문에 대해서는 차세대 리더를 발굴하는 변화를 줬다.

 

투자 계획에서도 이 부회장은 아버지와 사뭇 다른 모습을 보여줬다. 2010년 5월 이 회장은 ‘비전 2020’을 발표하고 그룹 차원의 성장동력 발굴을 추진했다.

 

당시 △발광다이오드(LED) △태양전지 △자동차용 전지 △의료기기 △바이오·제약 등 5대 신수종 사업에 2020년까지 10년 동안 23조5000억원을 투자한다는 장기 계획이 발표됐다. 결과적으로 좋은 성적을 거두진 못했지만 평소 이 회장 가치관대로 추진한 새로운 도전적 사업이라는 긍정적인 평가가 쏟아진다.

 

이와 달리 이 부회장은 기존 경험을 토대로 삼성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사업을 선택하고 집중하는 데 주력했다.

 

삼성은 2018년 그룹 차원에서 180조원대 투자계획을 담은 중장기 경영전략을 발표했다. 당시 삼성 핵심 사업인 반도체 분야와 그동안 공들여온 인공지능(AI)과 바이오산업을 중심으로 전장(電裝)부품과 5G 등 4대 미래 성장사업에 투자를 단행하기로 했다. 

 

새 사업에 과감한 도전보다는 기존에 잘 해오던 사업을 더욱 강화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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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오른쪽 두 번째)이 지난 14일(현지시간) 네덜란드 에인트호번에 위치한 ASML 본사에서 피터 베닝크 ASML CEO, 마틴 반 덴 브링크 ASML CTO 등과 반도체 장비를 점검하고 있다 [삼성전자]

 

■ ‘삼성전자 위기론’ 해소, 이 부회장 손에 달려?

 

이처럼 안정적인 경영을 추구해온 이 부회장의 경영 행보에 변화가 찾아들고 있다. 

 

그는 2019년 “저는 지금 한 차원 더 높게 비약하는 새로운 삼성을 꿈꾸고 있다. 끊임없는 혁신과 기술력으로 가장 잘할 수 있는 분야에 집중하면서도 신사업에 과감하게 도전하겠다”며 '뉴(New)삼성'을 선언했다.

 

그의 이러한 의지는 2021년 정기인사에서 확연하게 드러났다. 당시 인사에서 40대 부사장과 30대 상무가 대거 배출됐으며 소프트웨어 분야 인재도 대거 발탁됐다. 과감한 세대교체와 미래사업 강화에 대한 뜻이 두드러지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 측은 “성과주의 원칙을 토대로 미래 지속 성장을 위한 리더십 보강을 위해 큰 폭의 승진 인사를 단행했다”고 밝혔다.  

 

뉴삼성 선언 이후 삼성전자의 신규 특허등록 건수도 큰 폭으로 증가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2019년 이전 3년여간은 신규 특허등록 건수가 8000~9000건 정도에 그쳤다. 그러나 뉴삼성 선언 이후 2019년 1만3804건, 2020년 1건5168건으로 증가 양상을 보이다 지난해 1만7002건으로 사상 최대치를 달성했다. 

 

게다가 위기론이 계속 언급되는 가운데서도 과감한 투자도 마다하지 않고 있다. 삼성은 그룹 차원에서 향후 5년간 △반도체 △바이오 △신성장 IT 등 미래 신사업을 중심으로 450조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는 지난 5년간 삼성이 투자한 30조원 보다 무려 420조원 증가한 금액이다. 세계 경제 불확실성이 사라지지 않은 가운데 미래 신산업 혁신을 이끌겠다는 이 부회장의 결연한 의지가 아닐 수 없다.

 

무엇보다 언론 등을 통해 드러나는 이 부회장 이미지도 확연히 달라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부회장은 그간 언론을 통해 강한 인상을 주는 메시지를 남기는 총수는 아니었다. 그런데 최근 11박 12일에 걸친 유럽 출장에서 돌아오는 입국장에서 이 부회장은 취재진에게 “첫 번째도 기술, 두 번째도 기술, 세 번째도 기술 같다. 열심히 하겠다”는 짧지만 인상적인 메시지를 전했다.

 

뿐만 아니라 출장과 관련해 “제일 중요한 것은 ASML과 반도체연구소에서 차세대·차차세대 반도체 기술이 어떻게 될지 느낄 수 있었다”며 “시장의 여러 가지 혼돈과 변화·불확실성이 많은데 우리가 할 일은 좋은 사람을 모셔오고 조직이 예상할 수 있는 변화에 적응하도록 유연한 문화를 만드는 것”이라는 구체적인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이보다 앞서 지난 5월 25일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열린 중소기업인 대회에서 그는 450조원 투자 계획과 관련해 “앞만 보고 가겠다. 숫자는 모르겠고, 그냥 목숨 걸고 하는 것”이라고 말해 주목을 받기도 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그간 삼성이 장악하다시피 했던 반도체 시장에서 입지를 조금씩 위협받기 시작하자 이 회장이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기 위한 행보라는 시각이 있다.

 

김대종 세종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삼성전자는 그동안 ‘반도체 왕국’이라고 불려왔는데 최근 대대적인 투자를 단행하는 대만 등에 의해 위기감이 높아졌다”며 “이 부회장 재판이 진행 중인 상황인 가운데 마주한 위기가 주는 부정적 이미지를 벗기 위한 시도이며 이제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지 않으면 삼성전자 위기는 커질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김 교수는 기업 이미지에 총수, 최고경영자(CEO) 영향이 크게 작용하기 때문에 이 부회장의 변화는 삼성전자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는 “우리나라에서는 총수, CEO 등이 기업 이미지를 70~80%가량 좌지우지하는 등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며 “이재용 부회장의 이러한 적극적인 변화가 현재 삼성전자가 마주한 위기론을 개선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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