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점뉴스] 재계 환영하는 중대재해처벌법의 ‘CEO 처벌감경’, 법제화로 이어질까

전소영 기자 입력 : 2022.06.16 05:00 ㅣ 수정 : 2022.06.16 10:19

중대재해법 문제점 보완하는 '중처법 개정안' 발의
중처법, 재계·노동계 모두 반발해 시행 약 6개월만에 개정 압박
재계, 중처법의 모호성 없애고 과도한 처벌 해결하는 수순으로 여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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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첫 날인 지난 1우러 27일 오후 경기도 고양시의 한 건설 현장 [사진 = 연합뉴스]

 

[뉴스투데이=전소영 기자]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이 올해 1월 27일부터 본격 가동됐다. 중처법은 재계와 노동계 양측 모두 만족하지 않은 내용으로 통과돼 시행 초기부터 법 개정 요구가 쏟아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박대출 국민의힘 의원은 CEO(최고경영자) 처벌 감경을 골자로 하는 중처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중대재해법의 불확실한 측면을 보완해야 한다고 꾸준히 제기해온 재계로서는 환영할 만한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이를 통해 모호했던 법안의 일정 부분이 명확해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첫술에 배부를 수 없듯 여전히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 많다. 

 

중처법 시행 이후 불과 5개월여 만에 추진되는 CEO 처벌 감경이 과연 실행에 옮겨질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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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서울본부 조합원들이 지난 1월 27일 서울 중구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시행에 따른 입장 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 중처법 시행 5개월 만에 요구되는 'CEO 처벌 감경'

 

중처법은 사업주나 경영책임자가 안전확보 의무 등 조치를 소홀히 해 중대한 산업재해나 시민재해에 따른 인명 피해가 발생할 때 사업주나 경영책임자를 처벌하는 법률이다. 이 법률은 2022년 1월 8일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었으며 같은 달 27일부터 시행 중이다.

 

근로자가 안전조치 의무를 위반한 사고로 사망하면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에게 1년 이상 징역이나 10억원 이하 벌금을 부과할 수 있어 기업으로서는 상당한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이에 따라 재계에서는 사업주·경영책임자 책임 범위를 넘어선 과한 의무 규정이며 의무가 모호해 현장에서 법을 준수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개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그렇다고 해서 법규가 노동계가 만족할 만한 내용을 담은 것도 아니다. 5인 미만 사업장을 예외로 두고 있고 50인 미만 사업장 등에 유예기간을 2년간 둬 노동계도 개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결국 재계와 노동계 모두 만족시키지 못한 중처법은 시행 약 반년 만에 양측으로부터 개정 요구를 받고 있다. 

 

그런 가운데 박대출 의원은 지난 10일 CEO 처벌 감경이 중심이 된 중처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는 사업주와 경영책임자 등이 충분한 조치를 취했지만 산업재해가 발생했을 때 선량하고 억울한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처벌 형량을 감경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개정안에 따르면 처벌 형량 감경과 중대재해 예방 기준 고시 등 주요 권한은 법무부 장관에게 위임된다. 정부가 중대재해 예방 관련 기준을 고시하고 기업이 이에 근거한 인증을 받으면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의 형을 줄이거나 완전히 없앨 수 있다.

 

정부 고시 내용에는 산업안전보건법 13조를 토대로 ‘기술 또는 작업환경 표준 적용 사항’과 ‘중대재해 발생 위험 감지 정보를 송·수신하는 정보통신 시설 설치’를 포함하도록 정했다. 

 

국민의힘은 당내 주요 지도부를 중심으로 이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기 위한 의견 조율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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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월 6일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에 대한 경제계 입장 발표'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날 공동 입장 발표에는 한국경영자총협회, 대한상공회의소, 한국무역협회, 전국경제인연합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중소기업중앙회, 대한건설협회, 대한전문건설협회, 한국여성경제인협회, 소상공인연합회 등이 함께했다.

 

■ 재계 “환영하지만 실행 여부는 ‘불투명’”

 

중처법이 기업 입장에서 다소 과하다고 주장해온 재계는 국민의힘 개정안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 관계자는 “재계에서 그간 강조해 왔던 게 처벌이 과도한 부분이 있고 처벌을 위해 무엇을 준수해야 하는지 명확해야 한다는 부분이었는데 이 개정안은 정부 인증 기준이라는 걸 만들어 명확성 부분을 개선한 점이 있다”며 “인증을 받았을 때 처벌 감경이 이뤄진다는 건 기업으로서는 많은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그는 다만 “면책 규정 부분이 좀 더 명확하게 드러나야 한다"며 "예컨대 안전보건 법령이라는 두루뭉술한 법령이 아니라 정확히 어떤 법령에 있는 어떤 의무를 이행해야 하는지를 밝혀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 "다양한 원인에 의해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이러한 의무를 CEO나 경영 책임자가 확인했다면 면책 당위성을 부여했을 때 불확실성이 해소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밖에도 “법에는 안전 책임자 총괄자라는 명칭이 있는데 그 역시 의미를 정확하게 정의하고 그 자리에 선임되면 대표이사 관계성을 나눠주는 부분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국경영자총협회(이하 경총) 관계자는 “지난해 3월 국회에 보완 입법 건의서를 제출할 때 안전 관리 노력을 다한 경영책임자에 대해 처벌을 감경할 수 있는 면책 규정을 마련해달라고 주문했다”며 “국민의힘에서 이러한 부분을 고려해 연장선상에서 이러한 개정안을 발의한 거 같다”고 입을 열었다.

 

그는 또  “현재 국회에 계류돼 있는 중처법 개정안이 모두 8개이며 이 가운데 7개는 전부 적용 대상을 넓히거나 처벌을 강화하자는 취지를 담고 있다"며 "그동안 재계 요구를 반영해 과도한 처벌을 완화해 달라는 취지가 담긴 개정안이 이번이 처음이어서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개정안의 핵심은 인증을 받으면 위반했더라도 처벌을 감경 받거나 면할 수 있다는 내용인데 법률상 위반이 있는데도 인증만으로 과연 감경이나 면책 사유가 될까 싶은 부분이 있다”며 “현재 경영책임자 의무가 4가지 정도 있는데 불명확하고 모호하다는 얘기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영책임자가 고의적으로 안전 관리를 소홀히 한 기업만 중처법에 의해 처벌 받으면 된다. 적어도 안전에 수백억을 투자한다던가, 안전 인력을 크게 확대한 기업은 경영 책임자는 중대재해 예방을 위해 노력한 것”이라며 “오히려 경영책임자가 안전 보건 확보 의무를 이행한 것으로 볼 수 있는 대체 조항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현재는 중대재해가 발생했을 때 고용노동부에서 무조건 수사를 진행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중대재해 예방을 위해 노력한 기업이더라도 고의성을 입증할 수 없다. 대체 조항 의무 조항들도 마련돼야 설령 예기치 않은 사고가 예기치 발생하더라도 중대재해 예방을 위해 노력한 기업들이 조사받고 처벌되는 상황을 막을 수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 관계자는 “중처법이 워낙 과도한 처벌을 기반하다 보니 형평성에 어긋나는 지점이 있었다"며 "조금이나마 감경할 수 있는 여지를 뒀다는 점에서는 나쁘지 않다고 본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처음 제정될 당시부터 워낙 모호하게 출발했다 보니 개정법도 완벽하진 않다"며 "예를 들어 ‘경영책임자 등’이라는 표현이 있는데 어디까지가 경영책임자인지 알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는 모호한 부분이 모두 해결되려면 다시 시간이 필요하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이처럼 재계에서는 국민의힘에서 발의한 중처법 개정안에 대해 여전히 미흡한 부분이 있지만 우선적으로는 환영하는 분위기다. 다만 실제로 구체적인 논의나 실행으로 옮겨질 가능성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공론화됐다는 자체에 의미가 있다고 보는 것으로 풀이된다.

 

경총 관계자는 “법안 자체는 긍정적으로 보고 있긴 하지만 정부나 국회에서 개정을 논의하기에는 시기적으로 이른 감이 있다”며 “재계가 요구해온 성과들이 당장 나오긴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현재 기업이 걱정하는 처벌에 대한 공포나 두려움은 당분간 지속될 수밖에 없다”며 “올해 연초부터 발생한 중대재해 사건 1호와 2호에 대한 법원 판결에서 중처법이 어떻게 적용되는지 지켜봐야 봐야 한다. 그 결과에 따라 경감을 요구할 것인지 여부 등을 결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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