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성후의 ESG 칼럼] ESG, 탄소국경세와 대한상의의 역할

문성후 소장 입력 : 2021.07.19 09:46 ㅣ 수정 : 2021.07.19 09:46

ESG 아이콘인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 EU의 탄소국경세 '대응' 주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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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투데이=문성후 ESG중심연구소 소장] ESG의 E는 Environmental(환경)이 아니라 Energy(에너지)이자 Economy(경제)라는 말이 있다. 지금의 미국과 EU의 ESG 이니셔티브(주도권)을 둘러싼 힘겨루기를 보면 에너지와 경제의 E가 맞다. EU는 그린 뉴딜, 바이든은 2조 달러 플랜으로 ESG를 대규모 투자의 명분으로 삼고 있다. 신재생에너지 기술 측면에서는 기술 원천은 EU가 앞서지만, 규모의 경제로 상용화는 미국이 앞서고 있다. 서구의 ESG 열풍에는 각국이 ESG 정책적 지원으로 팬데믹 이후 경제 회복을 가속화하고자 하는 속셈이 숨어 있다. 탄소국경세도 그 중의 하나다.

 

탄소국경세(CBAM: Carbon Border Adjustment Mechanism)는 EU가 먼저 치고 나왔다. 유럽에서 생산한 것보다 탄소를 많이 소비하여 제품을 생산한 기업은 EU에 수출할 때 세금을 내고 수출하라는 것이다. EU 역내에서 생산하는 제품의 가격 경쟁력도 보전해주고, 생산기지의 역외 이전도 방지하며, 보조금이나 상계관세와 달리 선(善)한 무역장벽이라는 측면에서 EU는 탄소국경세를 적극 추진할 것이다. 중동의 석유 거래가 모두 미국 달러로 이루어져 결국 기축통화가 된 데 대해, EU는 탄소국경세를 모두 유로화로 납부하게 만들어 유로화의 위상을 되찾으려 한다는 말까지 들린다. 탄소국경세는 분명히 무역전쟁 선포이다.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이미 기울어진 운동장에 서 있는 한국의 철강, 조선, 유화, 자동차 산업은 세금 낼 돈만 차곡차곡 쌓으면서 기다리면 될까? 한국 정부는 EU측에 한국은 ‘배출권 거래제’를 도입하는 등 탄소 저감에 앞장서 왔고, 이중과세를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탄소국경세를 면제해 달라고 요청 중이다. 미국에서 통상법을 공부했고, 10여년 간 철강회사에서 통상법무를 담당했던 필자의 경험에 따르면 각국의 경제적 이기기주의가 확연히 드러날 때가 바로 통상분쟁에서다. EU는 한국에게 탄소국경세를 면제해 주지 않을 것이다. 그럴 모티브도 없고, 그럴 의지도 없다. 오히려, 한국의 철강, 유화, 조선 산업 등의 경쟁력을 억제하고, 막대한 세수 증대를 기대하며 EU는 더욱 매의 눈으로 한국의 탄소 배출과 생산 공정 투입을 모니터링할 가능성이 크다. 

 

ESG는 정부가 할 일을 기업이 하기 시작한 것이다. 지금의 글로벌 기업은 규모와 영향력 측면에서 단순히 이익집단이 아니기 때문이다. ‘주주 제일주의’에 기반하여 폭풍 성장한 기업들이 이제는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를 채택해야 할 만큼 강대(强大)해졌다. 이렇게 강대해진 기업들은 더 이상 정부에게만 의존할 수는 없다. 모든 통상장벽이 그렇듯 벽을 쌓는 것은 국가지만, 그 벽을 넘어가면 상대는 모두 기업이다. 제소자도 피소자도 실상은 기업들이다. 결국은 민간 기업들이 각자도생하여야 하는 게 통상전쟁이다.  

 

탄소국경세 대응도 우리의 민간 기업들이 총의를 모아 대응해야 한다. 신관세(新關稅)로 인한 피해와 부담을 고스란히 안아야 하는 기업들이 나서야 한다. 필자는 특히 중소기업, 중견기업이 겪어야 할 부담이 크게 우려된다. 기업 생태계에서 보면 부담은 늘 reverse tracking을 하게 된다. 즉, 최종 생산업체가 비용부담을 갖게 되면 결국 그 부담은 다시 1차, 2차, 3차 하청업체들에게 역전가(逆轉嫁)된다. 나비효과처럼 ESG 관련한 EU나 미국의 정책들은 우리의 소규모 업체들에게 폭풍같은 부담을 지게 할 것이다.

 

‘대한상공회의소(이하 대한상의)’가 설립을 추진하는 '탄소중립 연구조합'(Net Zero Research Association)은 앞으로 대한민국의 넷제로를 위한 R&D기술 발굴등을 추진한다고 한다. 조합이 목적을 달성하는 기간은 2050년까지 일 것이다. 앞으로 30년간 넷 제로를 추진하는 동안 우리 기업체들의 경쟁력은 탄소국경세를 비롯한 ‘녹색무역장벽’으로 약화될 수 있다. 대한상의는 탄소 중립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탄소 중립을 달성할 때까지 우리 기업들의 경쟁력 유지를 위해서도 정책 대응에서 어떤 역할을 해야하지 않을까? 이런 맥락에서 대기업과 중견, 중소기업의 육성과 지원에 앞장서고 있는 대한상의가 민간차원에서 본격적으로 탄소국경세 대응에 나서는 것도 진지하게 고려해볼 일이다.

 

ESG 정책 대응은 항상 투 트랙으로 정부는 정부대로, 민간은 민간대로 총력을 기울여 뛰어야 맞다. 정부는 민간과 어떻게 역할 분담을 하여 국제 사회에 EU를 압박하고 부당한 부담을 면제시킬 것인지 기업의 입장을 중심으로 EU와 협상하여야 한다. 우리 기업들은 각자의 포지션과 대응 방안을 제시하고, 대한상의는 의견을 수렴하여 EU 상공회의소 등 연관 단체, 준정부기관등과  협력을 하는 것도 바람직하다.

 

민관협력이 절실한 이유는 그간 다른 무역장벽과 달리 ESG 정책 대응은 명분, 돈, 기술, 국익이 모두 결합된 문제이기 때문이다. EU와 미국은 2050년까지 그냥 지켜보지 않을 것이다. 탄소국경세를 비롯하여 최소한 30년간 쓸 무기를 줄줄이 갈고 닦아, 동시다발적으로 그 무기를 사용할 것이다. 지금은 전시(戰時)다. ESG가 더이상 낭만이 아니라는 것을 뼈져리게 느낄 것이다.

 

민간 부문의 역할이 꼭 대한상의가 아니어도 된다. 하지만 대한상의는 최근에 ESG에 대해 선도적인 움직임을 보이고있다. 대한상의 최태원 회장은 ESG의 독보적인 글로벌 아이콘이다. 우태희 부회장은 산업부 차관을 역임한 산업전문가이자 풍부한 국제 경험을 가진 통상무역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EU의 Fit for 55에 우리도 fit한 대응을 해야 한다. 여러 방면에서 대응 역량을 충분히 보유한 대한상의가 적극적으로 나서주길 바라는 이유이다.

 

◀문성후 소장의 프로필▶ ESG중심연구소 소장, 경영학박사, 미국변호사(뉴욕주), 산업정책연구원 연구교수. '부를 부르는 평판(한국경제신문 간)' 등 저서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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