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I·LG에너지솔루션·SK온 등의 인력 부족률은 13.3%...배터리 3사에 미래 일자리 있다
4차산업혁명으로 반도체, 배터리, 바이오, 인공지능(AI) 등 미래 신산업에 인력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그러나 대학은 밥그릇 지키기에 몰두하고 정부는 수도권 대학 정원 규제에 매달리고 있다. 그 결과로 인력공급 부족 사태가 깊어지고 있다. 정부와 대학이 손잡고 일자리 메가 트랜드를 거부하면서 청년들을 실업자로 만들고 있는 기현상이다. 뉴스투데이가 그 전반적인 실태를 파악하고 해결책을 모색해본다. <편집자주>
[뉴스투데이=서예림 기자] 삼성SDI, LG에너지솔루션, SK온 등 국내 배터리 업계 내에서 인력 부족은 이미 고질적인 문제로 자리매김했다. 국내 배터리 업계에서 국내 우수 대학과 협약을 통해 관련 학과를 개설하는 등 인재확보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지만 인력유출 문제가 심각하다.
기존 직원들의 평균 근무 기간도 줄어드는 추세다. 배터리 시장 확대 속도 대비 전문 인력 수급이 부족하다 보니 경력직 이동이 잦은 탓이다. 중국과 일본은 물론 빠르게 성장하는 미국과 유럽의 배터리 기업들까지 인력난을 겪으면서 높음 임금을 제시하며 전문가 영입에 나서고 있다.
이처럼 한국 배터리 업계 내 인력 부족을 심화시키는 변수들이 동시다발적으로 부각되고 있다. 학계와 전문가들은 정부가 획기적인 대학의 배터리학과 정원계획을 수립해야 한다는 게 학계와 산업계의 공통된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와의 통화에서 "배터리 인력 공급 부족은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되지 않고 있다"면서 "이는 기업 혼자 힘으로 해결될 사안이 아니라 범정부차원의 행동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배터리업계가 필요 인력에 대한 수요 조사를 실시하고 이를 토대로 삼아 정부가 거시적인 인재 공급 관점에서 대학정원에 대한 계획을 재수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선 산업부뿐 아니라 교육부, 과학기술부 등 범부처 차원의 노력이 있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윤석열 정부가 첨단기술 인재 양성을 위한 수도권 대학정원 규제에 대한 대수술에 나서고 있다. 그럴 경우 이차전지 산업은 미래세대들의 핵심 일자리로 부상할 전망이다.
■ 전경련 관계자, "배터리 산업은 인력 부족에 해외 인력 유출이라는 이중고에 시달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관계자는 14일 뉴스투데이와의 통화에서 “배터리 분야도 반도체와 비슷하게 인력 부족 문제가 심각한 상황”이라며 “기술 분야는 전체적으로 정원이 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배터리 인력 부족 원인과 관련해 “대학에서 배터리 관련 학과의 정원이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 인력 부족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 수요에 비해서 문과 비중이 높아서 이과는 부족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배터리 산업의 경우 해외 인력 유출의 문제도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전경련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20년에서 2025년간 국내 배터리 3사의 총 인력 유출 추정치는 6만7000명에서 7만 5000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됐다.
인력유출의 심각성은 배터리 기업 직원의 평균 근속연수 단축에서 확인할 수 있다. 예컨대 LG에너지솔루션은 평균 근속연수가 지난해 말 7년 3개월에서 올해 3월 말 7년1개월로 줄었다.
같은 기간 삼성SDI도 12년 8개월을 넘기다가 12년 6개월로 감소했다. 삼성SDI는 지난해 스웨덴 신생 배터리 제조사 노스볼트로 이직한 퇴사 직원 3명에 대해 전직 금지 가처분 소송에서 승소했다. 지난 3월 31일에는 전기차 배터리로 사용되는 2차전지 기술을 유출한 혐의로 SK이노베이션 법인과 이 회사 임직원 35명이 검찰로 송치된 바 있다.
배터리 인력 유출은 초기에 배터리 3사간의 각축전 양상을 보였으나 최근에는 중국 등 해외기업으로의 유출현상이 심각해지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 배터리 인재대란은 글로벌 현상...글로벌 배터리시장 규모는 2030년까지 8배 이상 증가, 국내 부족 인력만 2만 5400명 달해
한국전지산업협회 회장인 전영현 삼성SDI 사장은 ‘인터배터리 2021’에 참석해 정부 차원의 전지배터리 인력 지원을 촉구한 바 있다. 당시 전 사장은 “이차전지 산업이 성장하고 있지만 인력은 부족한 상황”이라며 “이차전지 사업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데 우리 기업들도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지원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정부의 전향적인 배터리인재 양성정책은 아직 윤곽을 드러내고 있지 않다. 배터리 산업의 인력 부족 문제는 삼성SDI의 문제만이 아니다. 전 세계 배터리 업계는 만성적인 인력 부족으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 조사 결과, 전 세계 배터리 시장 규모는 2020년 약 54조 원에서 2030년 약 411조 원으로 10년간 8배 이상으로 급성장할 전망이다.
그러나 인력은 턱없이 부족하다. 빠른 성장 속도 때문에 커지는 시장 규모를 감당하지 못하고 인력 부족 현상만 심화되는 것이다. 한국전지산업협회에 따르면 2020년 기준 배터리 업계 연구·설계 부문(석·박사급) 인력은 1013명, 공정 부문(학사급) 인력은 1810명으로 부족한 것으로 조사됐다. 배터리업계 인력 부족률은 13.3%로 집계됐다.
또한 배터리 산업의 인력 부족률은 반도체보다도 심각한 상황으로 진단된다. 배터리 산업 전체 인력 부족률은 13.3%로 차세대반도체, 신금속, 차세대세라믹, 첨단화학, 하이테크섬유 등에 비해 2.5%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이대로 가면 2030년까지 배터리 분야에서 2만 5400명의 인력이 부족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 국내 배터리 3사, 어렵게 키운 인재마저 해외 배터리 업계에게 빼앗겨
이에 국내 배터리 3사 역시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공을 들이고 있는 모습이다. LG에너지솔루션의 경우 올해 1만 명 고용을 눈앞에 뒀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말 임직원 수는 9564명으로 전년 대비 2040명 증가했다. 올해 3월 말에는 9721명으로 157명 증가했다.
지난해 임직원 수가 전년 대비 208명 늘었던 삼성SDI는 올해 들어 3달 사이에만 294명의 직원이 늘었다. 2020년 1만1107명, 2021년 1만1315명이었던 삼성SDI의 전체 직원 수는 올해 3월 말 1만1609명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SDI 또한 공격적인 인재 영입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SK온의 경우 비상장사여서 직원 수를 공시하지 않고 있으나 올해 들어 차세대 배터리 개발을 위한 R&D 인력을 집중적으로 보강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SK온의 임직원 수는 지난해 말 1400명에서 6월 현재 2000명을 넘어섰다. 매달 배터리 인력 100명을 신규 채용한 셈이다.
이처럼 국내 배터리 3사는 지난해부터 국내 대학교와 배터리 학과를 개설하고 자사 취업을 보장하는 등 관련 인력을 확보하기 위한 총력전을 벌이고 있으나 인력 유출 문제 또한 고민거리다.
어렵게 키운 인재를 놓쳐 기술이 유출되지 않도록 ‘이차전지산업 기술 보안 가이드라인’도 만들었다. 가이드라인에는 핵심인력 보호방안과 해외 인허가 목적 기술 문건 수출시 보안대책 등의 내용이 담겼다.
그러나 업계만의 노력으로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의 획기적인 인재양성 및 인재해외유출 방지 노력이 병행될 때 '배터리 인재 대란' 사태를 예방할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