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소영 기자 입력 : 2022.05.24 13:00 ㅣ 수정 : 2022.05.24 13:00
온실가스 주범 '항공기' 대체하는 친환경 수소연료 항공기 상용화 바람 대한항공, 탄소배출 제로 시대 여는 '수소항공기' 개발에 나서 기존 항공유 대비 탄소 배출량 최대 80%까지 줄이는 'SAF'에 관심 모아져 EU집행위, 모든 항공기에 SAF 혼합 사용 의무화 계획 밝혀 대한항공, 지난 2월 파리~인천 구간 항공기에 SAF 사용
[뉴스투데이=전소영 기자] 항공기는 자동차보다 더 많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온실가스’ 주범 중 하나다. 이에 따라 유럽 등에서는 여객기 이용을 자제하자는 내용이 담긴 ‘플리그스캄(flygskam)'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플리그스캄은 스웨덴어로 'flight shame(비행기 타는 것이 창피하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런 분위기에 발맞춰 항공업계에도 ‘탄소 저감, 수소 시대’ 바람이 불고 있다. 유럽 항공기제작회사 ‘에어버스’는 오는 2035년까지 탄소 배출을 감축하기 위해 수소연료 항공기를 상용화한다고 밝혔다.
국내도 예외는 아니다. 조원태 회장(46)이 이끄는 국내 대표 항공사 대한항공 역시 수소 인프라 구축에 발 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친환경 여객기와 연료 도입으로 포문을 연 대한항공은 '탄소배출 순 배출량 제로(0)'에 도전하는 ‘넷 제로(Net Zero)’라는 장기 목표도 세우고 있다.
■ 항공기도, 연료도 과감하게 ‘체인지’
항공업계는 최근 몇 년새 '지속가능 항공연료 (Sustainable Aviation Fuel, 이하 SAF)'에 주목한다.
SAF는 동물성·식물성 기름, 해조류, 도시 폐기물 가스 등 친환경 원료를 활용해 만든 항공유다. 이 항공유는 석유나 석탄 등 기존에 사용돼 온 화석자원 기반 항공유보다 원료 수급부터 소비까지 전 단계에 걸쳐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이 화석자원 대비 80%까지 줄일 수 있어 매우 친환경적이다.
이에 따라 SAF는 항공업계가 주목하는 탄소감축의 대표적인 해법이다. 이러한 분위기를 보여주듯 미국과 유럽에서는 SAF 생산과 공급이 이미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지난 4월 목적지에 구분 없이 EU에서 이륙하는 모든 항공기는 SAF를 혼합해 사용할 것을 의무화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도입 시점은 2025년부터다. 이에 따라 국내에서 유럽 노선을 취항 중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의무화 대상에 포함된다.
이처럼 SAF를 도입해야 한다는 움직임이 속도를 내고 있지만 아직까지 실제 사용량은 미미한 편이다.
SAF는 화석자원 기반 연료보다 가격이 2~5배 가량 비싼 데다 생산시설과 공급망이 넉넉하지 않아 SAF 사용량은 전 세계에서 0.1%에 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비용 부담이 예상되는 가운데 대한항공은 지난 2월 파리-인천구간 국제선 정기편 노선에 국내 처음으로 SAF를 도입한다고 밝혔다.
대한항공 탄소배출 정보공개 프로젝트(CDP)에 따르면 2025년 EU 출발 항공편에 SAF 의무 비중 2%를 적용하면 연간 338만7152달러(약 43억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
EU가 2030년부터 SAF 의무 비중을 높이겠다고 한 만큼 이에 따른 추가 비용은 갈수록 늘어날 전망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SAF 사용으로 항공 비용이 더 늘어나겠지만 지구온난화를 가속화하는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고 친환경 연료를 사용하자는 취지에서 SAF를 도입한다”며 “이미 2017년 국내 최초로 미국 시카고-인천 노선에 투입한 이력이 있어 정기편 노선에 대해 SAF를 도입하겠다는 것은 지속가능 경영에 대한 대한항공의 의지”라고 설명했다.
대한항공은 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신형 항공기 도입에도 아낌없는 투자를 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2019년 국내 항공사 처음으로 미국 보잉과 신형 여객기 30대를 도입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이에 따라 B787-9와 B787-10을 각각 10대씩 구매하고 B787-10 10대를 추가로 리스한다. 비용은 리스를 포함해 11조50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B787-10은 구형 항공기와 비교해 성능이 대폭 개선됐기 때문에 같은 거리를 움직여도 상대적으로 적은 연료를 써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줄어드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 수소 연료 인프라 구축 위한 ‘맞손’
대한항공은 인천국제공항에서 수소에너지 활용 전략을 모색하기 위해 에어버스, 인천국제공항공사와도 손을 잡았다.
대한항공은 지난 2월 인천국제공항공사, 에어버스 코리아, 에어리퀴드 코리아와 함께 ‘항공업계와 공항의 수소 공급 및 인프라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는 앞서 언급한 에어버스의 ‘2035년까지 수소연료 항공기 상용화’라는 계획과 맥락을 같이 한다.
이에 따라 각 기업들은 미래 수소 항공기 시대를 준비하기 위한 △공항 수소 인프라 개발 △공항 수소 로드맵 구축 △수소 지상조업 체계 등을 함께 협력할 계획이다.
특히 대한항공은 지상조업·정비·운항 등 항공기 운항과 관련한 부문을 적극 전담하게 된다. 대한항공은 한때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노력이 부족하다고 평가되는 항공사 중 하나였다.
2019년 영국 런던정경대 그랜섬 연구소가 발간한 ‘세계 20대 상장 항공사의 기후변화 대응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승객 1인 비행거리 당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가장 많은 항공사는 대한항공으로 확인됐다.
당시 대한항공의 승객 1인의 비행거리 1km당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171g이다. 이는 같은 거리 기준 탄소 배출량이 가장 적은 유럽의 LCC(저비용 항공사) 이지젯의 79g 보다 2배 이상 많은 수치다.
주요 탄소 배출 항공사에서 국내 수소 항공기 시대를 여는 주역으로 새로운 날갯짓을 시작한 대한항공의 친환경 비행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