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장 50년 만기 주담대 나온다?···“배보다 배꼽 클수도”
[뉴스투데이=유한일 기자] 최근 시중은행들이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최장 만기를 40년으로 늘리는 데 이어 정부가 ‘50년 만기 주담대’ 도입 검토에 나섰다. 주담대 만기가 길어지면 매월 상환하는 원리금도 줄어 ‘내 집 마련’을 꿈꾸는 실수요자에 도움이 될 것이란 구상이다.
다만 대출 기간 내야 할 이자 규모가 늘어나는 것은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란 시각도 있다. 이자가 원금 규모를 넘어서며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상황이 올 수 있기 때문이다. 집값이 하락할 경우 수요자들의 충격이 더해질 우려도 있다.
18일 금융권 등에 따르면 정부는 최장 만기 50년짜리 주담대 상품 도입을 검토 중이다. 초장기 대출 상품인 만큼 적정 금리와 시장 효과, 리스크 등에 대한 분석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시중은행들은 최장 만기 40년 주담대 상품을 잇따라 출시하고 있다. 새 정부의 규제 완화 정책에 발맞춘 조치다. KB국민·신한·하나·NH농협은행이 40년 주담대 상품 출시를 완료했다. 우리은행 역시 관련 내용을 검토 중이다.
여기에 정부가 최장 만기를 10년 더 늘린 상품 출시 검토에 돌입하면서 관심이 쏠린다. 최장 50년 만기 정책모기지 상품이 나올 경우 시중은행들도 만기 확대 검토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주담대 만기 확대는 실수요자들의 부담 절감에 목적이 있다. 갚아야 할 기간이 늘어난 만큼 매월 원리금 상환액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일례로 총 5억원을 연 4% 금리, 35년 만기로 빌리면 원리금균등분할 방식 기준 매월 상환 원리금은 221만3874원이다. 여기서 만기를 40년으로 늘리면 매월 상환 원리금이 208만9692원으로 줄어든다. 50년 만기는 192만8535원으로, 35년 대비 30만원 가까이 감소한다.
대출 한도 상향 효과도 기대된다. 연소득 중 원리금 총액이 차지하는 비율로 한도를 정하는 개인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에서 자유로워 질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는 총 대출액 2억원을 넘는 경우 연간 원리금 상환액이 연소득의 40%(시중은행)를 넘으면 안 된다. 7월부터는 이 규제가 총 대출액 1억원 초과로 조여진다.
매월 상환액 감소와 한도 증가는 실수요자들의 내 집 마련 기대감을 키울 수 있다. 은행권의 대출 문턱이 낮아지는 효과를 유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만기가 연장될수록 총 이자가 늘어나는 점은 고려해야 한다고 은행권은 설명한다.
위의 사례처럼 총 5억원·연 4% 금리·원리금균등분할을 기준으로 했을 때 35년 만기에선 총 이자가 4억2982만6956원이다. 40년으로 늘렸을 땐 5억305만2327원으로 이자가 대출액보다 많아진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셈이다. 50년 만기에선 6억5712만1007원까지 불어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매월 내는 원리금이 20만원 이상 줄어들면 차주들의 가계 상황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면서도 “만기 기간까지 유지한다고 가정했을 때 지출할 이자 규모가 얼마나 되는지는 미리 계산하고 대출을 실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물론 대출 기간 늘어난 이자보다 집값 상승폭이 클 경우 부담을 덜 수도 있다. 중간에 주거 변동 등으로 목돈이 생길 경우 원금 일부를 상환하는 것도 방법이다.
반대로 부동산 시장 불확실성으로 집값이 하락하면 대출 상환 부담은 가중될 우려가 있다. 중도 상환은 커녕 늘어난 이자가 가계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