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2위 끌어올린 최태원식 공격경영
SK그룹이 삼성그룹에 이어 자산총액 기준 기업집단 2위에 오르면서 SK그룹 최태원 회장의 공격경영이 새삼 주목을 받고 있다. 1998년 39세의 나이로 SK그룹 수장에 올랐던 최 회장은 “취임후 10년간 위기가 아닌 적이 없었다”고 말했지만 도전과 혁신이라는 두 가지 가치를 앞세워 SK그룹을 재계의 리더로 우뚝 세웠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 중 핵심은 그룹을 지주사 위주로 재편했다는 것이다. SK그룹은 지난해부터 주요 계열사별로 핵심사업을 분할, 독립하거나 흡수합병하는 방식으로 빠르게 지주사 체제로 변신하고 있다. <편집자주>
[뉴스투데이=정승원기자] SK그룹을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최태원 회장의 공격적 경영이다. 섬유회사에서 출발한 SK그룹이 에너지, 통신, 반도체, 배터리, 바이오로 이어지는 성공적 사업확장의 이면에는 최 회장의 치밀하고 통큰 베팅이 숨어 있다.
최 회장은 회사의 성장동력이 된다고 판단하면 생소한 분야라도 과감한 투자를 아끼지 않는 스타일이다. 2012년 SK하이닉스(옛 하이닉스반도체)를 인수한 것이 대표적이다.
당시 해마다 2000억원의 적자를 내고 있던 SK하이닉스를 인수한다고 했을 때 주변에선 ‘밑빠진 독에 물붓기’ ‘불투명한 투자’라며 대부분 만류했지만 그는 3조4267억원을 투자해 인수했다.
첫 해 2273억원의 적자를 냈지만 SK하이닉스는 매년 조 단위의 연구개발비 투자를 아끼지 않은 최 회장의 공격적 행보 덕분에 지금은 100조 가까운 기업가치에 SK그룹 전체 매출의 30%를 차지하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탈바꿈했다.
SK하이닉스는 올해 1분기에만 매출 12조1557억원, 영업이익 2조8596억원, 순이익 1조9829억원을 기록했다.
반도체 투자에서 대박을 터뜨린 최 회장은 배터리와 바이오산업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2020년 SK바이오팜을 시작으로 2021년엔 SK바이오사이언스를 상장시켜 SK를 바이오 선두주자로 만들었다.
이른바 배터리(Battery), 바이오(Bio), 반도체(Chip) 영문 앞글자를 딴 BBC 분야에서만 투자한 돈이 최근 5년간 40조원 가까이 될 정도로 미래먹거리 투자에 과감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는 이 기간 전체 글로벌 투자 금액의 80%에 해당하는 규모이다.
그 결과 SK그룹의 자산총액은 291조9690억원으로, 작년 대비 52조4390억원이 증가하며 삼성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2006년 LG그룹을 제치고 3위에 올라선 지 16년 만으로, 당시 55조원에 불과했던 자산총액은 5배 넘게 늘었고 56개였던 계열사도 3배 이상 많아졌다.